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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딸바보' 유원철의 마지막 올림픽 공중제비, 아빠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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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딸바보' 유원철의 마지막 올림픽 공중제비, 아빠의 이름으로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7.07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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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베이징 은메달 영광, 다시 올림피아드에서 부활 연기 다짐…"할 수 있는 것 다 하고 오겠다"

[태릉=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선수촌에서 생활하며 특별히 힘든 점은 없다. 단지 집에 있는 아내와 아기가 보고 싶다.(웃음)”

경기에 대해 말할 때는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도 딸 이야기가 나오니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태릉선수촌 생활 13년차 베테랑도 두 살배기 딸 앞에서는 영락없는 ‘딸 바보’다.

한국 기계체조 대표팀의 맏형 유원철(32·경남체육회)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역대 체조 최고령 메달을 정조준한다.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 획득 이후 8년 만에 나서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피아드에서 아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 [태릉=스포츠Q 이상민 기자] 유원철이 태릉선수촌 체조 훈련장에서 철봉 연습을 하고 있다.

유원철은 지난 1월 기계체조 대표선발전에서 6개 종목 합계 81.850점을 획득, 4위에 오르며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기계체조의 특성상 30대로 접어들면 선수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유원철은 불굴의 의지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 기계체조 사상 30대 국가대표는 유원철이 처음이다.

유원철은 “4년 전 발목 부상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부상 때문에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나가지 못한 아쉬움이 굉장히 컸다”며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성공적인 국가대표 복귀전, 딸과 아내가 버팀목

유원철은 실력에 비해 조금 늦게 빛을 본 케이스다.

한국체대 2학년 때인 2004년 국가대표에 합류한 그는 4년 뒤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평행봉 은메달을 획득, 꽃을 피웠다. 2년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은 뒤 소속팀에서만 선수생활을 이어갔던 유원철은 지난해 다시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윤창선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

마루와 도마에는 강하지만 철봉, 평행봉에 약했던 대표팀은 전력 강화를 위해 철봉과 평행봉 성적이 뛰어난 유원철을 추천 선수로 발탁했다. 지난해 10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유원철은 대표팀이 대회 8위까지 주어지는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도마의 신’ 양학선(수원시청)이 부상으로 빠진 악재 속에서도 7위에 올랐다.

유원철은 성공적인 국제대회 복귀전을 치른 원동력으로 가족을 꼽았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직전에 태어난 딸 나현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그는 “예전에 선배들이 ‘아기가 태어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말을 했었는데 확실히 그렇더라”며 “그 전에는 주말이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는데, 이젠 딸과 아내가 보고 싶어 곧장 집으로 간다”고 웃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유원철이다.

▲ [태릉=스포츠Q 이상민 기자] 유원철은 "주말이 되면 아내와 딸이 있는 집으로 곧장 간다"며 '딸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 난이도 점수 상향 조정, 실수 없다면 메달도 가능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세계 규모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원철이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유원철은 “국내대회만 나갔을 때는 난이도 점수를 낮춘 뒤 편하게 뛰었다. 하지만 세계대회에 출전하면서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난도를 높였다”며 “지금 경기력으로 올림픽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 종목인 평행봉 경기를 뛰었을 때는 A점수(난이도 점수) 7.000으로 연기를 펼쳤다. 8년 전 베이징 올림픽 결선에서 기록했던 점수와 같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의 난이도가 7.300이었기 때문에 큰 실수 없이 경기를 펼친다면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원철은 당시 합계 15.375점을 받으며 14위를 차지, 연착륙했다.

유원철은 “올림픽이 3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부상”이라며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준비 잘 해서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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