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것이 바로 ‘오세근 효과’다. 최하위 안양 KGC인삼공사가 돌아온 오세근을 앞세워 8연승을 달리던 고양 오리온스의 파죽지세를 꺾었다.
오세근(27)은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선두 오리온스를 상대로 16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GC의 68-59 승리를 이끌어냈다. ‘민간인’ 오세근의 활약에 1라운드 전승을 노리던 오리온스는 시즌 첫 일격을 당했다.
이날 경기는 오리온스의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오리온스가 승리한다면 한국 프로농구 사상 최초 개막 9연승, 최초 정규리그 1라운드 전승, 역대 최단 경기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 등의 새 역사가 쓰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지난 24일 조기전역을 명받은 '예비역 일병' 오세근이 7개월만에 복귀한 KGC인삼공사는 지난 7경기에서 1승6패만을 기록한 ‘꼴찌팀’이 아니었다.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입증해보인 한판이었다.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괴물신인’ 이승현도 오세근의 등장에 혼쭐이 났다. 시즌 개막 후 오리온스 질주의 선봉으로 김주성(동부), 하승진(KCC), 김종규(LG) 등 쟁쟁한 선배들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던 이승현은 3득점에 그치며 처음으로 프로의 벽을 실감했다.
그가 코트를 누빈 시간은 24분50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존재감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도움 수비, 스크린, 리바운드,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에서 오세근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동료들도 오세근의 합류가 든든한 듯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개막 후 외로운 활약을 펼치던 박찬희는 국가대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의 귀환에 신이 났는지 15점 7어시스트를 올리며 힘을 보탰다. 국가대표 포워드 양희종이 오른쪽 발목에 통증을 느껴 결장했음에도 정휘량과 최현민 등 식스맨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공백을 잘 메웠다.
KGC인삼공사는 앞선 경기들과는 달리 1쿼터에서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갔다. 1쿼터 오리온스의 득점을 9점에 묶은 KGC인삼공사는 전반을 35-28로 마치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오리온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쿼터 들어 이번 시즌 가장 핫한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를 앞세워 거센 추격에 나섰다. 전정규도 3점포를 쏘아올리며 49-49 동점을 만들었다. 연승 행진이 눈앞에 다가온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4쿼터 들어서자마자 정휘량의 연속 4득점으로 승기를 잡았고 흥분한 오리온스 선수들의 파울을 잘 활용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지난 시즌 6전 전패를 안겼던 천적을 상대로 시즌 첫 대결에서 거둔 승리라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오세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 분위기 안 좋았는데 선수들이 추스르고자 하는 마음, 오리온스에게 이기자는 마음이 강했다"며 "주위에서 오세근만 오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담이 있었지만 수비부터 다진 것이 주효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오리온스의 용병 선수(길렌워터)가 잘 하는데 헬프 디펜스와 변칙 수비로 잘 막았다. 디펜스에서 무게감이 있어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한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보며 "너무 힘들어서 휴식을 취한 후 잘 추슬러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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