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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박상오, 진정한 ‘부라더’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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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박상오, 진정한 ‘부라더’로 거듭나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15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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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일 도맡으며 '어시스트 커리어 하이', 리바운드 수치 늘리며 3연승 견인

[스포츠Q 민기홍 기자] SK 문경은 감독은 대승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최근 물오른 감각을 과시중인 ‘마당쇠’ 박상오(33·SK)가 얼굴을 감싼 채 쓰러졌기 때문이다.

박상오는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홈경기 삼성전에서 4쿼터 4분46초를 남긴 시점, 삼성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의 왼손 주먹에 얼굴을 강타당하며 코트에 드러누웠다. 다행히 눈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날 6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SK가 삼성을 93-69로 대파하는데 앞장섰다. 비록 4경기 연속으로 이어오던 두자릿수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7번이나 튄공을 걷어내며 코트니 심스, 박승리와 함께 팀내 최다 리바운드자로 이름을 올렸다.

▲ 박상오는 이번 시즌 결정적인 순간마다 맹활약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궂은 일을 도맡기를 서슴지 않는 박상오의 헌신에 힘입어 SK는 3연승을 내달리며 공동 3위였던 원주 동부를 0.5경기차로 제치고 단독 3위로 뛰어올랐다. 1위 울산 모비스와 격차는 2경기차밖에 되지 않는다.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존재감만큼은 으뜸인 ‘부라더’ 박상오가 있어 SK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우승을 노릴만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 농구를 접으려던 사나이, MVP가 되기까지 

강동희, 이상민, 서장훈, 양동근, 김주성, 신기성...

박상오 이전까지 프로눙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쟁쟁한 스타들이다. 박상오는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MVP로는 가장 명성이 떨어지는 선수라 할 수 있다.

중앙대 재학 시절 송영진, 김주성이 버티고 있는 골밑에 박상오의 자리는 없었다.

박상오는 농구를 접기로 결심하고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버렸다. 3년의 공백 끝에 자신이 다시 설 자리는 농구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코트로 돌아왔다. 2007년 부산 KT로부터 5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가 됐다.

준수한 백업 정도에 머무르던 그는 전창진 감독이 추구하는 ‘포워드 농구’에 최적화된 활약을 보이며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0~2011 시즌 14.9점 5.1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부산 KT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MVP는 그의 몫이었다.

▲ 14일 홈경기 삼성전에서 라이온스의 주먹에 얼굴을 가격당한 박상오가 팀 닥터로부터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연봉 협상 결렬, 조연으로 변신 

KT는 그 해 41승13패(0.759)라는 호성적을 냈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주 동부에 1승3패로 패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박상오는 2011~2012 시즌에도 11.25점 3.8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놨지만 ‘괴물신인’ 오세근이 가세한 안양 KGC에 4강에서 1승3패로 밀리며 또 다시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2007~2008 시즌 KT에 입단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에이스까지 성장한 그는 마침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구단에 연봉 4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며 KT가 제시한 4억원보다 8000만원이나 적은 금액으로 SK로 이적하고 말았다.

‘SK 박상오’는 ‘KT 박상오’가 아니었다. SK에는 애런 헤인즈와 김선형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었다. 지난 시즌 SK가 정규리그를 제패할 때도 박상오는 주축이 아니었다.

정점을 찍었던 성적들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KT에서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시즌 경기당 11.25점을 올렸던 그는 SK 이적 첫 해 8.52점, 두 번째 해에는 5.92점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점점 비중이 줄어들었다.

생존법을 찾아야만 했다.

◆ 진정한 ‘부라더’로 거듭나다 

새로운 시즌, 주장을 맡았다.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정규리그 우승은 2차례나 경험했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쓴맛만 봤다. 자신의 입지도 입지지만 팀은 2년 연속으로 울산 모비스에 가로막혀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더욱 독해져야만 했다.

▲ 박상오는 MVP를 거머쥐었던 영광을 깨끗이 잊고 마당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박상오는 2014~2015 시즌 경기당 평균 8.5점 3.64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은 국내 선수 중 20위, 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중 14위, 어시스트는 전체 선수 중 21위다. 도움 숫자는 8년간의 프로 생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빛나진 않지만 내실이 있다.

지난 5일 친정팀 KT를 상대로는 13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은 헤인즈 다음으로 많았고 어시스트는 김선형의 개수와 같았다. 9일 전주 KCC전에서는 11점 9리바운드를 올렸다. 1쿼터에만 8점을 올리며 경기 초반 KCC의 기를 꺾는데 앞장섰다. 9리바운드는 시즌 최다였다. 한국프로농구(KBL) 통산 50번째 3400득점 대기록은 덤이었다.

12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21점을 폭발하며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4쿼터 고비마다 3점슛으로 상대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SK는 이날 승리로 2연승을 거두며 9승(4패)째를 기록, 본격적인 선두 추격에 나섰다.

박상오는 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홈경기에서 ‘부라더’라는 별명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2년 전 팬미팅에서 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를 패러디한 이후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별명처럼 진정한 ‘형님’의 본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최다인 9리바운드를 걷어냈다. 박상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팀이 외곽슛이 많이 약하기 때문에 리바운드를 많이 따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SK는 현재 최부경이 안면골절을 당해 빠진 상태다. 하지만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MVP의 영광을 벗어던지고 ‘마당쇠’로 거듭난 ‘부라더’ 박상오가 있기 때문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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