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하루에도 수백 개 이상의 싱글 음원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매달 그냥 보내기 아쉬운 국내 힙합 싱글 앨범을 선정하는 작은 코너를 선보인다.
[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2월은 사랑의 달이다. 이집트의 그리스도교 그노시스파의 대표적 철학자에서 '사랑의 성인'으로 변질된 성 밸런타인의 시신이 매장된 날을 기념하는 밸런타인데이가 이달의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가요가 온통 '사랑 타령'이라지만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힙합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이번 달에 선정한 힙합 싱글에는 온통 사랑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 pH-1 'GATSBY' (2월 4일 발매)
4개월 만에 신곡을 발표한 피에이치원(pH-1)이 싱글 앨범에 F.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담았다. 두 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에는 개츠비를 주인공으로 만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번 트랙 팬트하우스(Penthouse)에는 '꿈꿔오던 것들을 이룬 후에도 남아있는 공허함, 그리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행복에 대한 갈망'이 녹아 있고, 2번 트랙 커뮤니케이트(Communicate)에는 '현대사회 속에서의 소통의 부족함에서 오는 갈등과 오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관계의 엇갈림'이 잘 드러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피에이치원의 인상적인 래핑이 식케이(Sik-K)와 후디(Hoody)의 피처링과 잘 어우러졌다. 두 트랙이지만 공들인 느낌이 물씬 든다. 하이어뮤직(H1GHR MUSIC)의 박재범이 또 해냈다. 역시는 역시다.
# 주석 'Turn Around' (2월 8일 발매)
'국내 힙합의 전설' 주석이 달라졌다. 평소 아티스트라면 작사, 작곡, 편곡에 프로듀싱은 물론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모두 자신의 손때가 묻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주석답게 모든 면에 자신의 손을 거쳤다.
감각적인 R&B보컬 정한의 목소리와 멜로디컬하고 중독성 있는 플로우로 변신을 꾀한 주석의 목소리가 잘 녹아들었다. 지난해 11월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포스트말론(Post Malone)'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그다.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줄 그녀를 향한 노래'를 "예전에 네가 만났던 남자 중에 병원에 실려갈 때 누굴 부를래?"란 가사를 통해 잘 풀어냈다.
'2018년 주석의 음악 활동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앨범 소개처럼 레전드 주석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 나플라(Nafla)&루피(Loopy) 'Rough World' (2월 14일 발매)
메킷레인 레코즈(MKIT RAIN Records)를 대표하는 두 아티스트 나플라(Nafla)와 루피(Loopy)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싱글을 발매했다. 워낙 차진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 두 아티스트는 팬들 사이에서 '루플라'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수려한 플로우로 뉴욕 힙합의 'natural flavor'를 과시하는 나플라(Nafla)와 LA 힙합의 자유롭고 타이트한 랩을 선보이는 루피(Loopy)의 조화로운 래핑이 귀에 착착 감긴다.
앞서 2월 7일 EP 앨범 'QUESTIONS'을 발매했던 루피는 이번 싱글을 포함해 올해 벌써 13트랙이나 발표했다.
# 실키보이즈(SILKYBOIS) 'HOP ON' (2월 23일 발매)
래퍼 키디비와 고소 건으로 꾸준히 존재감을 과시 중인 블랙넛(Black Nut)이 고어텍스(Goretexx)와 뭉쳐 첫 싱글을 발매했다. 실키보이즈(SILKYBOIS)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저스트뮤직의 두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효과'에서 이미 팀을 이뤘다. 남녀간의 사랑을 자동차에 관한 요소들에 투영시킨 곡 '합 온(HOP ON)'은 제목부터 상당히 자극적이다. 가사는 말할 것도 없다. 특유의 19금 유머 코드가 성인 힙합 리스너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 도넛맨 'How To Love' (2월 28일 발매)
정규앨범과 크루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활동을 이어오던 도넛맨이 새 싱글 'How To Love'을 2월의 마지막 날 발매했다. 제목에 드러난 것처럼 가사를 통해 대놓고 '내게 알려줘 사랑하는 법'을 끊임없이 물어본다. 지난해 7월 자신의 첫 정규 앨범 'Rocket'을 발매한 키드킹(Kidd King)이 피처링에 나섰다. 해당 앨범의 6번 트랙 수록곡 '심플(simple)'에 참여했던 웨이비 진(Wavy Jean)이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사랑의 달' 2월에 어울리는 가사와 편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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