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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대세' 시대, 특급 '쿠킹무비' 맛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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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대세' 시대, 특급 '쿠킹무비' 맛볼 수 있을까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0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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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먹방, 쿡방...최근 대중문화계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요리다.

케이블 채널 tvN '삼시세끼' '수요미식회'를 비롯해 올리브 채널의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올리브쇼',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tvN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2가 오는 4월6일부터 방영된다. 구정 연휴 기간 KBS2 다큐멘터리 '요리인류'가 연속 방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리를 전면화하진 않았어도 지상파 방송사 예능프로 '정글의 법칙' '1박2일' '우리 결혼했어요' '나혼자 산다' 등에서 요리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듯 요리 소재 예능, 시추에이션 드라마가 늘어나는 현상은 소박하지만 건강한 유기농 식탁에 대한 욕망, 1인가구 확산 흐름에서 한끼 식사의 소중함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극장가도 요리에 대한 관심은 끊이질 않는다. 다양성영화로 개봉돼 영화팬들 사이에 입소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메리칸 셰프'에 이어 엘리제궁에서 펼쳐지는 프렌치 홈쿠킹 향연을 다룬 '엘리제궁의 요리사'가 3월19일 개봉된다.

 

'아메리칸 셰프'는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가 요리 평론가와의 트위터 설전을 벌이다 급기야 해고를 당한 뒤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재기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푸짐한 스테이크, 디저트 케이크부터 파스타, 매콤한 타코 샌드위치 등 보는 내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나와 식욕을 자극한다. 대중의 취향에 맞춘 무사안일주의 요리에 빠져지내다 단순하지만 맛과 정성이 담긴 샌드위치로 다시 일어서는 것과 아울러 삭막했던 부자가 요리를 매개로 화해한다는 스토리가 감동을 자아냈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의 식탁을 책임진 파리 엘리제궁의 유일한 여성 셰프 라보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따뜻한 홈쿠킹과 화려한 정통요리를 선사한다. 연어로 속을 채운 양배추, 차우더, 허브 뿌린 양갈비 구이, 소고기 롤빵, 아름다운 오로르의 베개, 과일과 피스타치오 누가틴을 얹은 크림 타르트 등은 군침이 돌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앞서 프렌치 셰프와 뉴욕 요리블로거의 교감을 담은 '줄리 & 줄리아'(2009), 일본영화 '카모메식당'과 미국 애니메이션 '라따뚜이'(2007), '초콜릿'(2001), '맛을 보여드립니다'(2000), '바베트의 만찬' '빅 나이트' '식신'(1996), '금옥만당'(1995),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1994), '달콤쌉사름한 초콜릿'(1992) 등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기본적으로 인생의 큰 기쁨 가운데 하나가 먹는 기쁨이기에 오락의 소재로 요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다. 더욱이 심신을 살찌우고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요리를 빌어 인생과 열정, 창조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영혼을 감싸주는 음식이라는 뜻의 솔 푸드(Soul Food)란 단어까지 사전에 등재돼 있을 정도다.

그런데 유독 한국영화에는 요리영화가 드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 김치전쟁'(2009)과 '식객'(2007), 주지훈 주연의 '키친'(2009)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김치사업을 다룬 '가문의 부활'(2006), 코믹 공포영화 '신장개업'(1999)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사진 아래)

동시대성을 담보한 소재 발굴 및 확장에 사활을 거는 한국영화계에서 예능이나 외국영화 사례와 달리 요리영화가 별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요리 만드는 과정에 대한 정교한 촬영이나 프로덕션 디자인, 배우들의 요리 테크닉 등 제작상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으나 이는 부차적인 요인일 뿐이다. 한 영화 프로듀서는 "의도적인 기피는 아닐 것"이라며 "다만 외국영화 상당수가 실화나 원작을 바탕으로 할만큼 요리에 대한 텍스트가 풍부한데 비해 국내는 그런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탄탄한 드라마를 장착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예능의 경우 에피소드 위주로 요리를 '요리'하면 충분히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2시간에 걸쳐 집중력 있게 서사를 끌어가야 한다. 서로 다른 특성이다.

식욕과 성욕이라는 인간의 두가지 욕망을 얼개로 세대간의 갈등과 화해를 진수성찬으로 차려낸 아시아 요리영화의 걸작 '음식남녀'를 맛본 관객이라면 한 해에 1000만 영화가 몇편씩 나오고, 젊은 피의 독립영화들이 약진하는 우리 영화계도 이제 멋진 쿠킹무비를 관객에게 서빙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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