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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압제를 향한 개들의 역습 '화이트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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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압제를 향한 개들의 역습 '화이트 갓'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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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13세 소녀 릴리는 엄마의 해외 출장으로 인해 애완견 하겐과 함께 이혼한 아버지 아파트에 머무르게 된다. 순종이 아닌 잡종견에게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헝가리 정책으로 인해 아버지는 하겐을 거리에 유기하고, 릴리는 하겐을 찾아 거리를 헤맨다. 홈리스에게 잡혀 투견꾼에게 팔리고, 결국 동물보호소에 수감되기에 이른 하겐은 유기견들의 우두머리가 돼 인간들에게 역습을 가한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과 ‘팜 도그 대상’을 수상한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화이트 갓(White God)’은 인간과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들에 대한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는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버려진 개들의 여정과 생존을 위한 복수는 웬만한 충격적 스릴러 영화나 처절한 복수극을 능가한다.

 

‘하얀색’ 신‘이라는 제목에서 유추되듯 인간과 동물, 인간 사회 내부에서 이뤄져온 약자 혹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가 얼마나 큰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는 식민지배,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등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화이트 갓'은 이렇듯 뿌리 깊은 비극을 소녀와 개 하겐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바라본다.

기성세대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아버지는 한결같이 릴리를 압박한다. 하겐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겐이 길거리로 내몰렸을 때 친절을 베푸는 듯하던 부랑자, 카페주인, 투견꾼 심지어 동물보호소 소장마저도 잡종 개들을 욕망의 도구로 이용하려 들거나 적대시한다. 동정 없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소녀와 개는 사회의 낭떠러지 끝으로 떠밀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착잡한 심경에 젖어들게 되는 이유다.

감정과 대사를 극도로 절제한 영화에서 릴리 역 조피아 프소타는 소녀와 어른의 경계를 넘나드는 외모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가정에 이어 하겐과의 관계마저 어른들에 의해 붕괴되는 소녀의 좌절을 인상적으로 연기한다. 하겐을 맡은 2마리 견공(루크와 보디)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잘 트레이닝된 동작을 소화하는 수준이 아니다. 주인과 교감하는 얼굴부터 분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표정연기는 가히 전율이 일 정도다.

 

구소련 붕괴 이후 불안과 혼란을 거듭한 동유럽의 심장 부다페스트 거리를 질주하는 250여 마리의 개떼들, 스크린을 파고드는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의 집시풍 선율은 박력 넘치며 비장하다. 바닥에 엎드려 하겐과 눈을 맞추는 릴리의 라스트 신은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

무엇보다 접하기 힘들었던 헝가리 영화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어 반갑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첫 장편영화 '천국의 나날들'(2002)로 로카르노 영화제 은표범상, 브뤼셀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감독상을 수상했다. 러닝타임 2시간. 15세 이상 관람가. 4월2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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