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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중년의 '로코 황제' 휴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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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중년의 '로코 황제' 휴 그랜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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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할리우드 톱여배우 안나와 풋풋한 사랑에 빠져드는 소심한 서점 주인(노팅힐), 뚱뚱한 노처녀 브리짓 존스를 농락하던 찌질한 바람둥이(브리짓 존스의 일기),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라며 미국에 선전포고하던 강단 있는 젊은 총리(러브 액츄얼리), 토요일마다 남의 결혼식에 가기 바쁜 결핍 많은 총각(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영국영화 명가' 워킹타이틀의 로맨스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두각을 나타내 1990년~2000년대에 걸쳐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로 군림해온 영국 배우 휴 그랜트가 ‘한 번 더 해피엔딩’(감독 마크 로렌스)의 키스로 돌아온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을 만큼 잘 나가던 시나리오 작가였으나 1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키스는 생계를 위해 지방대 작문강좌 교수로 부임, 자신의 수업을 듣는 싱글맘 홀리(마리사 토메이)의 매력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솔직한 캐런(벨라 헤스콧)과 잠깐의 ‘썸’을 타기도 한다.

▲ '한 번 더 해피엔딩'의 휴 그랜트

이번에도 로맨틱 코미디다. 그 역시 세월을 비껴갈 수 없어 55세가 됐다. 강아지를 연상케 하던 청년의 눈가에는 잔주름이 잡혔고, 날렵했던 몸에는 나이살이 붙었다. 이 정도 되면 ‘로코’에서 은퇴하는 게 보통이다. 푸릇푸릇한 매력의 남자배우들이 바글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린 위에서 그는 로맨스의 향기를 잃지 않는다. 향은 더 깊어지고 은은해졌다.

휴 그랜트는 할리우드 남자배우들이 갖지 못한 특징이 뚜렷했다. 톡톡 끊어내는 영국 액센트와 어우러지는 지적인 풍모, 어설픈 유머를 바탕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우려낼 줄 알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상대를 지그시 쳐다보는 모습에 여성관객들은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지적이면서 착한 남자’ 캐릭터는 분위기를 한껏 강조한 꽃미남이나 근육질의 액션스타에 비해 생명력이 길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판타지 캐릭터가 아니라 일상에 뿌리를 깊이 내린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8일 개봉하는 ‘한 번 더 해피엔딩’은 현실에 좌절하던 키스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동료 교수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내용을 담는다. 한 여자와의 연애에만 머무르지 않고 빙엄턴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로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다.

휴 그랜트는 특유의 편안한 매력을 보태며 나이든 자신과 어울리는 스토리의 영화에 녹아 들어간다. 특별할 게 없는 연기를 하는 듯하지만 미묘한 표정으로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끄집어낸다. 목소리의 높낮이와 말의 속도를 조절하며 분위기를 조율한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 이질감 없는 호흡을 보여준다. 이런 그로 인해 관객은 훈훈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50대 중년의 휴 그랜트는 청년시절 못지않게 여전히 멋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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