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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원작 자기장에 갇힌 '두근두근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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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원작 자기장에 갇힌 '두근두근 내 인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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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20대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영화에 이어 소극장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대수와 미라의 아들 아름이는 누구보다 착하고 밝게 자라나지만 선천성 조로증으로 인해 열일곱의 나이에 여든의 몸을 가지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웃집 할아버지와 친구 사이인 아름이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자진해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를 계기로 동갑내기 소녀 서하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서하의 실체가 밝혀지고, 아름이는 점차 병세가 악화돼 간다.

▲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의 무대 장면[사진=공연기획사 동감 제공]

내용상 무겁고 슬픈 소설인 것 같으나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아들을 '17세'라는 나이로 교차시키며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는다. 절망과 슬픔 대신 인생을 아름답고도 빛나게 그려내 독자는 감동과 위로,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해 톱스타 송혜교·강동원 주연의 영화는 아역배우 조성목을 캐스팅, 특수분장을 통해 아름이를 재현했다.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여배우들’의 이재용 감독은 아름다운 영상과 절제된 표현으로 소설의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162만 관객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영화가 걸출한 남녀 톱스타 캐스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부모에게 무게중심이 갔다면, 대학로의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추민주가 각색, 연출을 맡은 연극은 원작과 동일하게 아름이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추 연출은 대수와 아름이가 방방이를 뛰는 실루엣과 함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로 극을 연다. 래퍼(주창우)는 아름이의 심리를 대변하는 내레이터 역할을 맡으며 맛깔나게 극을 진행해 나간다. 요즘 연극 트렌드인 영상, 음악, 안무를 배합하며 전체적 분위기를 화사하고 밝게 만들어낸다. 원작의 정서와 맞닿는 부분이다.

원작의 특징인 잦은 플래시백(대수와 미라의 과거 장면)과 아름이의 상상 장면은 동화적 세트와 소품, 연출로 구현한다. 가슴을 흔들었던 인상적인 대사들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배치돼 있다. 아름이를 연기하는 성인 배우 오용, 미라 역 최정인과 대수 역 이율을 비롯해 1인 다역을 소화한 김지훈, 이병권, 김은주 등의 안정적 연기는 극에 잘 녹아드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무대의 안정성을 갖췄으나 마음이 움직이진 않는다.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원작을 ‘극복한’ 새로운 창작물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의 자기장에 갇혀버렸단 생각이 든다. 되짚어보면 그 만큼 이 원작이 지닌 활자의 힘, 아름다운 서정이 영상언어나 무대언어로 변주되기엔 어렵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이재용 감독, 추민주 연출 모두 영화와 공연 분야에서 감각과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들이다. 그런 면에서 ‘두근두근 내 인생’은 원작의 재해석이 얼마나 간단치 않은 창작 활동이며 어려운 지를 새삼 일깨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즉시 휘발되는 로맨틱 코미디 공연 홍수 속에서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기에 반갑다. 그런 유의미성을 놓치진 않은 작품이다. 5월25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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