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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귀화 핑퐁전사' 전지희, 영글어가는 리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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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귀화 핑퐁전사' 전지희, 영글어가는 리우의 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1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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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오픈 우승 이어 국내대회 석권, 당예서-석하정 잇는 '귀화 간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국 여자 탁구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귀화선수’ 전지희(23·포스코에너지)가 전성기를 맞았다.

전지희는 13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제61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일반부 개인단식 결승에서 최정민(포스코에너지)를 3-0(11-6 11-4 11-6)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포스코에너지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단체전 결승에서도 삼성생명을 3-1로 따돌리고 4년 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국제탁구연맹(ITTF) 스페인오픈 결승에서 히라노 사야카(일본)를 4-1(11-5 11-9 3-11 11-9 11-5)로 물리친 기세를 잇는 우승이다. 그의 국제대회 투어대회 우승은 2011년 모로코오픈 이후 3년8개월만. ‘깎신’ 김경아 은퇴 이후 눈에 띄는 에이스가 없던 한국 여자 탁구에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고 있다.

▲ 전지희는 19세 때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서 혼합복식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스포츠Q DB]

◆ 탁구를 위해 한국을 택한 10대 소녀

중국 허베이성에서 태어난 전지희는 탁구코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7세 때부터 라켓을 쥐었다. 2007년 평창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 선수권대회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촉망받던 유망주였지만 성인 대표팀에 들지는 못했다.

결국 그는 2010년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린다. 아버지 친구 박천수 씨의 양녀가 되기로 한 것. 박 씨는 탁구선수인 아들 박광빈을 위해 한국으로 향했고 탁구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먹은 전지희는 귀화 절차를 밟게 됐다. 2011년 1월 마침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를 악물었다. 부모님과 떨어진 10대 후반의 소녀는 훈련에만 몰두했다. 2011년 SBS오픈 4강에 들며 처음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일본오픈 21세 이하(U-21)대회, 모로코오픈 U-21대회, 모로코오픈을 석권하며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다.

2012년 일본오픈과 체코오픈 U-21대회 우승, 2013년 종별선수권대회 2연패를 하며 대들보로 거듭났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 3년이 흐른 지난해 1월부터는 태극마크를 달았다.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1위에 올라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아시안게임 혼합복식에서는 김민석(KGC인삼공사)와 짝을 이뤄 동메달을 따냈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치르며 멘탈도 강화시켰다. 전지희의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당예서-석하정 뒤를 이어라, 리우는 전지희 차례 

전지희는 국제탁구연맹(ITTF)의 규정에 따라 오는 26일 중국 쑤저우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나서지 못한다. 국적을 바꾼 선수는 7년간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픈 대회에만 출전하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그는 세계랭킹을 33위까지 끌어올렸다.

159cm, 57kg의 왜소한 체구. 왼손 셰이크핸드인 전지희가 날리는 한 박자 빠른 백핸드 드라이브는 세계적인 수준. 포핸드의 파워를 보강한다면 세계 톱랭커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현지의 ‘흔들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김형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귀화 선수가 거쳐야 할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며 잘 다독여준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한국스포츠개발원의 도움을 받아 멘탈을 다지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여자 탁구는 귀화한 선수들과 국내 선수간의 조화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당예서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석하정이 국가대표로 나섰다. 둘은 모두 은퇴했다. 2016년 리우는 전지희를 위한 무대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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