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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붙는다"는 박세혁, 프리미어12에서도 3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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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붙는다"는 박세혁, 프리미어12에서도 3루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1.03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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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운이 붙네요. 이게 제 야구입니다.”

이쯤 되면 ‘3루타 머신’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우승 포수’ 박세혁(29·두산 베어스)이 국가대표 팀에서도 3루타를 쳤다.

박세혁은 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평가전 8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라메시스 로사의 공을 때려 오른쪽 방면으로 빨랫줄 타구를 보냈다. 드윈 고메스가 노바운드로 처리하려다 빠지는 바람에 여유 있게 3루에 안착했다.

경기 직후 만난 박세혁은 “어린 선수들한테 좀 혼났다.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는데 못 뛰었다’ 하더라”며 “이게 제 야구인 것 같다. 제가 3루타를 치고 싶다고 치는 게 아니지 않나. 하늘에 맡기고 치고 있다. 안타 치는 게 기분이 좋다. 운이 많이 붙는다”고 활짝 웃었다.

‘3루타 기계’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박세혁이다.

포수는 발이 느린 포지션이라는 선입견을 와장창 깼다. 올해 시범경기 하나, 정규리그 아홉, 한국시리즈 하나, 대표팀 평가전 하나 등 무려 12개의 3루타를 생산했다. 아버지 박철우 두산 퓨처스(2군) 감독은 현역(해태 타이거즈-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무척 느렸는데 아들은 다르다. 박철우 감독은 프로야구 통산 12시즌 동안 3루타를 5개 쳤다. 

3루타는 홈런이나 2루타보다 훨씬 나오기 어렵다. 사이클링히트(한 타자가 한 경기에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전부 치는 것) 달성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안타다.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홈런 1위는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의 33개, 2루타 1위는 제리 샌즈(키움)의 39개, 3루타 1위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10개였다. 박세혁은 하나 차로 2위였다.

두산의 홈 잠실이 좌우 100m, 가운데 125m, 평가전이 개최된 키움의 안방 고척돔이 좌우 99m, 센터 122m로 넓은 편이긴 하다. 그러나 박세혁처럼 호타준족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기록이다.

양의지(NC 다이노스)의 그늘에 가려 그간 빛을 못 봤던 박세혁. 주전 발돋움에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끝내기 안타, 통합우승도 모자라 태극마크 달고 3루타까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생애 최고의 해 2019년이다.

한국시리즈까지 격전을 치른 박세혁은 “(여기선) 백업이기도 하고 좀 쉬니까 좋아졌다”며 “기분이 좋으니까 계속 신나서 하는 것 같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면서 “태극마크 달고 ‘K팀’이란 하나의 느낌이 든다. 굉장히 분위기가 좋다. 한국을 위해 뛴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에서 양의지와의 재회는 특별함이다. 각 팀의 에이스, 마무리들과 호흡을 맞추니 포수로선 이보다 좋은 공부가 없다. 주전 라인업 전원이 3할 타자로 꾸려지니 대표팀 동료들의 타격 자세 하나하나에도 눈을 떼지 못하는 박세혁이다.

박세혁은 “의지 형과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게 기분 좋다. '네 덕분에 두산이 우승한 거'라고 격려해주신다”며 “볼 배합은 물론이고 ‘내년 시즌엔 이렇게 해야 한다. 몸 관리도 더 잘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신다”고 전했다.

더불어 “투수진이 원체 좋으니까 믿고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도 볼 배합 할 수 있구나’ 많이 배운다. 왜 각 팀에서 주축 투수인지 알겠다. 자기 걸 다 갖고 있더라. ‘미완의 대기’인 두산의 어린 투수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야수들에게도 많이 배운다. 김하성, 강백호, 이정후 등 어리지만 잘 치고 있지 않나”고 덧붙였다.

이날 고척엔 ‘박세혁 안타~’로 시작하는 흥겨운 응원가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 박세혁은 “크게 들리더라. 한국시리즈 때 팬들이 많다는 게 힘이 된다는 걸 크게 느꼈다”며 “예선 라운드를 시작하면 힘이 나도록 많이 채워주셔서 응원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커 양의지 혼자로는 토너먼트를 꾸려가기 힘들다. 더군다나 박세혁은 발이 빨라 경기 후반 대주자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기가 세더라”는 칭찬을 받고 극적으로 최정예 국가대표에 발탁된 박세혁의 쏠쏠한 활약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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