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20 11:59 (월)
[SQ이슈] 라건아 이대성이 매물? 현대모비스 유재학-KCC 전창진 향한 '믿음'의 트레이드
상태바
[SQ이슈] 라건아 이대성이 매물? 현대모비스 유재학-KCC 전창진 향한 '믿음'의 트레이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1.11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스포츠에서 사령탑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팀마다, 감독마다 다르겠지만 프로농구(KBL)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의 체감도는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지만 현대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을, KCC는 전창진(이상 56) 감독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현대모비스와 KCC는 11일 2대4 대형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규모만 대형이 아니었다. 국가대표 센터 라건아(30)와 가드 이대성(29)이 KCC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KCC는 리온 윌리엄스(33)와 박지훈(30), 김국찬(23), 김세창(22)을 보냈다.

 

11일 울산 현대모비스 이대성(왼쪽)과 라건아가 2대4 트레이드로 전주 KCC의 유니폼을입게 됐다. [사진=KBL 제공]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각 팀의 주전급 선수를 내주는 일도 드문 트레이드 세계에서 국가대표에서도 핵심 전력인 이들이 동시에 이동했기 때문이다.

둘의 영향력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7시즌 연속 KBL 무대에서 뛰고 있는 라건아는 통산 평균 19.7점 11.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주축으로 뛰지 못했던 첫 2시즌을 제외하면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괜히 국가대표 선수로 활용하기 위해 귀화시킨 게 아니다. KBL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라건아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을 폐지했음에도 라건아는 득점(23.4)과 리바운드(14.9)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성 또한 마찬가지. 폭발적인 돌파력과 정확한 3점슛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대성은 올 시즌 3점슛 1위(평균 3.1개)에 올라 있으며 13.5점, 5.1어시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어시스트는 3위, 득점은 토종 8위다.

반면 현대모비스가 받아온 선수들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김국찬은 2017년 신인 1라운드 5순위 가드. 부상으로 잘 뛰지 못하다가 올 시즌 주전급 가드로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세창은 지난 4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KCC의 지명을 받은 신인 가드다. 뛰어난 패스 감각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당장 프로에서 뛰기에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박지훈은 수비가 좋은 벤치 자원 포워드. 윌리엄스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베테랑 외인이지만 팀의 1옵션으로 쓰기에는 다소 파괴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리온 윌리엄스, 박지훈과 함께 울산 현대모비스로 떠나게 된 전주 KCC 김국찬(왼쪽)과 김세창. [사진=KBL 제공]

 

그러나 단순히 이들의 이름값 비교로 현대모비스가 무리수를 던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이들의 계약 조건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대성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라건아는 규정상 2020~2021시즌까지 현대모비스에서 뛸 수 있기 때문.

즉, 현대모비스는 조금 이른 리빌딩, KCC는 올 시즌 무조건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로 요약되는 트레이드다.

KCC는 완벽한 우승 전력을 갖췄다. 올 시즌 새로이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 감독은 과거 ‘환상의 케미’를 보였던 찰스 로드(34)까지 데려와 공격 패턴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라건아의 부담을 줄여 줄 계획이다.

KCC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지난 시즌 MVP 이정현(32)과 올 시즌 가장 뜨거운 송교창(23)에 라건아와 이대성, 로드까지 데려와 완벽한 우승 전력을 갖췄지만 올 시즌만 바라본 과감한 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팀을 단숨에 우승후보로 올려놓은 전창진 감독의 지략에 대한 굳은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번 트레이드로 현대모비스는 리빌딩, KCC는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게 됐다. 유재학(왼쪽), 전창진 감독이 있기에 선택할 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었다. [사진=KBL 제공]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라건아가 떠나며 외국인 선수 한 명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이라 클라크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클라크를 외국인 코치로 활용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리온 윌리엄스의 폭발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좀처럼 제 몫을 해주지 못하는 자코리 윌리엄스가 얼마나 힘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대성의 공백도 크다. 올 시즌 평균 26분여를 뛰던 핵심 가드를 잃은 상황에서 양동근(25분)의 부담은 더 커진다. 박경상(13분)과 서명진(8분)과 함께 김국찬(21분)과 김세창(미출전)을 번갈아 기용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게 될 현대모비스다. 기저에는 지난 시즌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고 올 시즌 초반 판세를 봤을 때 우승 경쟁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결정은 아니다. 유망한 신인 선수들이 꽃도 못 피우고 저문 경우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 함지훈, 이대성, 전준범 등 하위픽 유망주들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길러낸 유재학 감독의 능력을 믿고 택한 결과다.

트레이드는 눈에 보이는 결과로 승자를 꼽기가 쉽지 않다. 길게 바라봐야만 누가 더 남는 장사를 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올 시즌만 봤을 때 KCC는 무조건 우승, 현대모비스는 미래에 활용할 수 있는 가드들을 성장시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전창진 KCC, 유재학 현대모비스 두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