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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복면가왕' 김연우, '나가수'의 그와 클레오파트라의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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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복면가왕' 김연우, '나가수'의 그와 클레오파트라의 차이점은?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7.20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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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음악은 듣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 이 단순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가 새삼 일깨워줬다.

지난 일요일 오후, 누리꾼들의 예측 대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김연우였다. 그의 ‘복면가왕’ 연속 도전 기록은 '4회'에서 멈췄지만 그가 지난 2개월여 동안 선사했던 감동의 여운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 같다.

19일 오후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제8대 가왕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인 참가자들. 맨 위가 김연우로 밝혀진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다. [사진= MBC제공]

김연우는 '복면가왕'에서 가왕이 되기전 치른 예선과 가왕 방어전을 포함해 모두 7곡을 불렀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무대마다 다른 스타일의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같은 발라드라도 음색과 애절한 창법을 달리했다. 음유시인처럼 읊조리기도 하고 호소력 짙은 창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김연우는 또 성악가로 착각하리 만큼 중후한 바리톤 목소리도 선보였고, 어린이들도 신나할 만한 무대도 꾸몄다. 구성진 목소리로 우리의 한서린 창법을 표현하기도 했다.

‘복면’이라는 가면 속에 얼굴을 감추고 창조해낸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의 다채로운 레퍼토리는 무대마다 각기 다른 감흥과 감동을 줬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절세의 미모로 세상을 뒤흔들었다면 화생방실의 클레오파트라 김연우는 절창의 보이스로 시청자들과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가면극’은 얼굴을 드러내고 하는 일반 연극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가면’을 쓰면 목소리와 제스처로만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가면’ 속에는 진실과 해학, 눈물과 절규가 담겨 있다.

제8대 가왕결정전에서 패한 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복면을 벗기 직전의 김연우. [사진= MBC '일밤-복면가왕' 방송 캡처]

‘복면’을 쓴 김연우는 이런 ‘가면극’의 양상과 통했다. 노래와 제스처로만 자신이 가진 음악성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음악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는 음악을 듣기보다는 보는 데 더 익숙해졌다.

이는 미디어의 획기적인 발전 때문이다. 라디오 시대에서 흑백TV, 컬러TV 시대를 거쳐 지금은 초고화상 TV시대다. 워크맨과 MP3로 듣던 음악은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듣고 있다. 목소리만의 음악에서 비주얼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온 것이다.

‘복면가왕’에서 클레오파트라로 분장한 김연우는 비주얼로 치닫는 대중음악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목소리만으로도 모두를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김연우는 자신이 갖고 있던 무한한 음악적 역량을 복면 속에서 맘껏 뽐냈고, 팬들은 어떠한 사심이니 편견없이 ‘들리는 그대로의 노래’를 감상하고 평가했다.

'복면가왕'은 김연우가 8대 가왕결정전에서 패한 뒤 그의 지난 가왕 생활을 편집 영상으로 공개했다. [사진= MBC '일밤-복면가왕' 방송 캡처]

김연우는 2011년 5월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발라드의 신’이자 ‘보컬 트레이너’로서 한껏 기대를 부풀렸던 김연우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이고도 탈락했다. 당시 그가 열창한 노래를 들어 보면, 이번에 클레오파트라로서 부른 노래의 감동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나가수’ 당시 최고의 히어로였던 임재범 역시 “나는 넋두리를 하고 한풀이를 했지만 김연우는 노래를 했다”며 김연우를 극찬한 바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의 김연우와 ‘복면가왕’의 '클레오파트라' 김연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얼굴을 드러내고 불렀느냐 얼굴을 감추고 불렀느냐는 것이다. 얼굴을 드러내는 공개 무대에서는 가수의 표정처리와 퍼포먼스가 보는 이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 강력한 고음처리와 격정적인 퍼포먼스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발라드 가수에게는 불리할 공산이 크다.

요즘은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노래보다 브라운관에서 화려한 춤사위와 함께 진행되는 노래를 더 즐겨듣는다. 노래실력은 좀 부족해도 비주얼이 좋으면 유명세를 타는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군 훈련소에서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는 ‘화생방실’은 콧물 눈물을 다 쏟는 곳이다. 예전에는 조교들이 화생방실 안에서 군가를 부르게 했다. 방독면을 쓴 이상 잘생긴 사람도 못생긴 사람도, 부자인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같은 입장이다. 꿋꿋이 잘 버티며 목청껏 군가를 잘 부르는 자가 승자였다.

김연우는 ‘복면가왕’의 ‘클레오파트라’로 사는 2개월여 동안 실력과 노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팬의 한사람으로서 '순수하게 듣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를 느끼게 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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