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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시리즈 데자뷔? 박병호 울린 최형우 '클러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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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시리즈 데자뷔? 박병호 울린 최형우 '클러치 능력'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0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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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9일 넥센전서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 폭발

[대구=스포츠Q 이세영 기자] 팀의 간판타자라고 해서 매 타석마다 잘 칠 수는 없다. 하지만 승부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팬들은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나 승부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상황일 때 중심 타자의 적시타를 기대한다. 만약 타자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아쉬운 마음에 탄식을 내뱉는다. 이전 타석에서 적시타를 때려도 말이다.

이 결정력이 승부를 갈랐다.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의 희비가 경기 막판에 갈렸다. 중반까지는 팽팽한 균형을 이뤘지만 9회에 가서 표정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 최형우(왼쪽)가 9일 KBO리그 대구 넥센전에서 1회말 선제 투런 홈런을 때려낸 뒤 김재걸 코치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마치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박병호가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반면, 최형우는 5차전에서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치며 훨훨 날았다. 시리즈 성적도 박병호는 타율 0.143에 1홈런 1타점에 그쳤지만 최형우는 타율 0.320에 5타점 맹타를 휘둘러 정 반대를 이뤘다.

최형우는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경기에서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맹타를 쳤다. 최형우의 뜨거운 방망이를 앞세워 삼성은 넥센을 3-2로 꺾고 5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최형우와 박병호는 한 차례 홈런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최형우가 먼저 웃었다. 1회말 2사 1루에서 넥센 선발 앤디 밴 헤켄을 상대로 우중월 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포물선이 그려졌다.

박병호도 가만있지 않았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투런포를 폭발했다. 팀이 0-2로 뒤진 6회초 유한준이 볼넷으로 걸어 나간 무사 1루에서 삼성 선발 차우찬의 4구를 강타, 중월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자그마치 130m를 날아간 대형 아치. 토종 최초로 4년 연속 100타점을 돌파해 더욱 뜻깊었다. 여기까지는 누구의 손을 들을 수 없을 만큼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9회 들어 박병호와 최형우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찬스를 잡은 쪽은 박병호. 9회초 2사 1, 3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 임창용과 맞붙었다.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사이드암으로서 시속 150㎞에 육박하는 속구를 던지는 임창용과 빠르면서도 유연한 스윙으로 장타를 양산하는 박병호가 마주했다. 박병호는 볼카운트 1-2까지 끌고 왔으나 5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득점권 상황에서 적시타를 치지 못했다.

▲ 삼성 선수들이 9일 KBO리그 넥센전을 3-2로 승리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반면 최형우는 선두 타자로 나와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9회말 조상우와 마주한 최형우는 볼카운트 1-1에서 3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연결했다. 다음 타자 박석민이 경기를 끝내는 2루타를 때려 최형우는 결승 득점까지 기록했다.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장타를 터뜨린 최형우다.

이날 팀이 올린 점수를 모두 자신의 손으로 뽑아냈다는 점에서 두 선수에게 의미가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승부처에서 최형우의 집중력이 박병호의 그것보다는 다소 앞섰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면서 팀 승리까지 견인할 수 있었기에 최형우가 마지막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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