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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9시즌만에 농구 알게 된 염윤아, KEB하나은행 '롤 모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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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9시즌만에 농구 알게 된 염윤아, KEB하나은행 '롤 모델' 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21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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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까지 경기 평균 15분 넘긴 적 없는 후보…올 시즌 슈팅가드-스몰 포워드 오가며 알토란 활약

[용인=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염윤아(29)는 알토란 같은 존재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염윤아를 본받아야만 합니다."

박종천 부천 KEB하나은행 감독이 염윤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금세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고까지 했다. KEB하나은행에서 염윤아의 존재 가치가 올 시즌 들어 갑자기 높아졌다.

염윤아는 21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용인 삼성생명과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3점슛 2개를 포함해 15점을 몰어넣고 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연장전에서 76-67로 팀이 이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부천 KEB하나은행 염윤아가 21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벤치 선수였던 염윤아는 올 시즌 공격과 수비에서 기량을 만개시키며 프로 9년차에 주전으로 도약했다. [사진=WKBL 제공]

◆ 언제나 하위권의 후보선수, 이제는 2위팀의 주전으로 뛴다

이날 버니스 모스비(25득점, 13리바운드, 4블록)와 첼시 리(19득점, 13리바운드)가 골밑을 장악하긴 했지만 내외곽을 오가며 공격에 가담하고 궂은 일까지 해주는 염윤아의 활약이 없었다면 KEB하나은행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염윤아는 늘 하위권 팀의 후보선수에 머물렀다. 올 시즌까지 무려 아홉 시즌을 프로에서 보낸 염윤아가 플레이오프에 나선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봄 농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6년 WKBL 신입선수선발회를 통해 2라운드 전체 11순위 지명을 받은 염윤아는 어느새 프로 9년차가 됐지만 '철저한 무명'이었다.

염윤아는 지난 2014~2015 시즌 443분 22초의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경기 평균 출전 시간이 처음으로 10분(13분 26초)을 넘어섰지만 수비 강화 때 필요한 벤치 선수였다.

하지만 김정은이 시즌 초반부터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염윤아에게 기회가 왔고 이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염윤아는 올 시즌 22경기 모든 경기에 나서면서 벌써 출전시간이 500분을 넘어(509분 37초) 경기 평균 23분 9초의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평균 득점 역시 지난 시즌 2.48점에서 4.14점으로 크게 늘었다.

박종천 감독이 염윤아를 스몰 포워드로 기용하는 것은 공격력은 아직까지 부족하지만 수비 하나만큼은 일품이기 때문이다. 염윤아는 지난 시즌까지 비록 비주전이었지만 탄탄한 수비를 필요로 하는 고비마다 출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올 시즌 공격 능력까지 장착하면서 드디어 프로 9년차만에 빛을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종천 감독이 최근 믿는 선수는 염윤아다. 박종천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이자 모든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롤 모델"이라며 "동료 선수들이 실책할 때 함께 실책을 하는 등 마인드 컨트롤이 미흡하긴 하지만 KEB하나은행의 키 플레이어인 것은 분명하다"고 치켜세웠다.

▲ 부천 KEB하나은행 염윤아(가운데)가 21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골밑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멀티 포지션으로 다양한 공격-수비 옵션 가능, 1인 5역 선수

프로 9년차인만큼 소속팀 KEB하나은행에서도 나이로 '넘버 2'다. 팀 동료 김정은보다 생일이 엿새 늦긴 하지만 노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느덧 30을 바라보는 염윤아가 드디어 농구 코트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염윤아는 "요즘 들어 3점슛에서 오픈 찬스가 많이 난다. 주위에서 자신있게 쏘라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 부담없이 슛을 던지고 그러다보니 득점이 많아졌다"며 "사실 새로울 것은 없다. 지난 시즌에도 감독님께서 과감하게 던지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제서야 실천하고 있는 것일뿐"이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염윤아의 진가는 멀티 포지션에서 더욱 빛난다. 박종천 감독의 말을 빌리면 '1인 5역'의 선수라는 것이다. 부상에서 완쾌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경기력이 정상으로 올라오지 않은 김정은이 코트에 없을 때는 스몰 포워드 역할을 맡으면서도 강이슬이나 김이슬 등 어린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노련미를 앞세워 가드를 보기도 한다. 수비는 물론이고 패스까지 뛰어나 가능한 일이다.

염윤아는 "아무래도 출전시간이 있다보니 궂은 일은 기본이다. 또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데 어려워할 때 가드를 보기도 하면서 도와주기도 한다"며 "감독님으로부터 믿음을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염윤아가 프로 9년차만에 어느 정도 농구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염윤아는 "감독님께서는 늘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신다. 아직 나는 올챙이라고 생각한다"고 애써 자신을 낮추지만 농구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염윤아는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를 마치고 나면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패스를 전달할 때나 슛을 쏠 때 급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이 역시 많이 개선되고 있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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