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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손연재만 있다고요?' 단체전으로 더욱 빛날 금빛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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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손연재만 있다고요?' 단체전으로 더욱 빛날 금빛 리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0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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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김윤희·이다애·이나경 아시안게임 출격…최강 우즈벡과 뜨거운 경쟁 예고

[300자 Tip!] 리듬체조는 1976년 '신체조'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도입된 후 38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손연재(20·연세대)를 앞세운 한국 리듬체조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첫 개인종합 금메달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도 함께 노리고 있다. 그러나 단체전은 손연재의 개인종합에 가려서인지 다소 관심 밖에 있다. 그러나 개인종합이나 단체전이나 똑같은 금메달 하나다. 그 금메달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3명의 리듬체조 선수가 더 있다.

[태릉=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태릉선수촌을 찾은 날 3명의 리듬체조 선수만 있었다. 손연재는 크로아티아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손연재와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을 함께 뛰어야만 한다.

리듬체조는 개인 경기고 단체전은 이들의 점수를 합산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훈련이 함께 이뤄질 필요는 없다. 그래도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일정 부분 자신이 단체전 종목에서 따내야 할 점수는 있다. 바로 그 점수를 위해, 그리고 개인 종합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자신을 다듬고 예술성을 키워야 한다. 피겨스케이팅처럼 리듬체조 역시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함께 이를 몸에 익혀야 한다.

▲ 이나경(왼쪽부터)과 김윤희, 이다애 등 한국 리듬체조 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 필승관 체조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크로아티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손연재와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리듬체조 대표팀은 김주영(42) 코치의 지도로 김윤희(22·인천광역시청)과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이 활약하고 있다.

김윤희는 리듬체조 선수로는 다소 나이가 많은 '큰 언니'고 이다애는 손연재와 동기다. 7세 때부터 체조를 시작했다는 이나경은 세종초등학교와 광장중학교, 세종고등학교를 나온 손연재의 직속 후배로 손연재를 롤모델로 꿈을 키웠다는 창창한 10대다.

리듬체조 종목에서 아시아 강국은 단연 우즈베키스탄이다. 옛 소련에서 떨어져나온 나라여서 전통적으로 리듬체조 종목이 강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듬체조 단체전 2연패를 달성한 카자흐스탄은 최근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

◆ 라이벌 중국·일본에 우위…홈 이점 앞세워 우즈벡에 강력한 도전장

리듬체조 종목은 전통적으로 홈 이점이 강력한 종목이다. 이유는 바로 관중들의 호응도다. 피겨스케이팅처럼 심판들의 판단으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홈 관중들의 열띤 분위기와 응원에 따라 점수 편차가 제법 크다. 한국 리듬체조 단체전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손연재를 앞세운 한국 리듬체조의 단체전 목표는 단연 우승이다.

일단 중국이나 일본, 카자흐스탄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다소 우세하고 우즈베키스탄에도 도전장을 낼 정도가 됐다는 것이 주위 의견이다. 여기에 뜨거운 홈 관중들의 응원과 박수는 분명 심판들의 채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주영 코치도 "4명의 선수가 고르게 점수를 뽑아줘야 하는 리듬체조 단체전에서는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며 "우즈베키스탄은 선수 4명의 점수대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이기기 어려운 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4명의 선수가 자신의 목표로 하고 있는 점수대만 올려준다면 라이벌 중국과 일본은 충분히 넘어서고 우즈베키스탄과도 해볼만 하다"고 말한다.

▲ 리듬체조 선수로는 다소 나이가 많은 22세의 김윤희는 올해가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이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메달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목표로 단체전에 올인하고 있다. 김윤희는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이 끝나면 현역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현재 17점대 후반에서 18점대를 꾸준히 찍어주고 있는 손연재에게 바라는 것도 18점대의 점수다. 손연재가 자신의 몫을 해준다고 봤을 때 맏언니이자 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한 김윤희가 16점대 후반에서 17점대 초반의 점수를 올려줘야 한다. 또 이다애와 이나경이 15점대 후반을 찍어준다면 카자흐스탄과 해볼만하다는 것이 김주영 코치와 선수들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김윤희는 "연재는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니 기본적으로 18점대를 무난하게 받을 것으로 본다"며 "아직 나는 월드컵 시리즈에서 16점대 중반까지는 올려놨는데 그 이상의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국내인만큼 16점대 후반에서 17점대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 다가오는 월드컵과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통해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맏언니 김윤희의 투혼

김윤희는 리듬체조 선수로서 다소 나이가 많은 22세다. 보통 대학을 졸업하면 리듬체조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피겨스케이팅 못지 않게 현역 생활이 짧은 것이 바로 리듬체조다. 그런 면에서 김윤희가 인천광역시청에 몸담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는 "아마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메달을 땄더라면 지금까지 선수를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아마 아시안게임이 내년에만 열렸어도 선수 생활에 미련이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꼭 메달을 따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활짝 웃었다.

김윤희가 노리는 메달은 단연 단체전 금메달이다. 개인종합은 '감히(?)'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는 "오직 단체전만 생각한다. 단체전 금메달을 따면 금상첨화고 은메달이라도 따면 바랄 것이 없다"며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면 개인종합은 점수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즐겁게 뛰려고 한다. 가능성이 있다면 악바리로 달려들겠지만 현실적으로 메달 따기가 쉽지 않다. 5위만 해도 만족"이라고 말했다. 개인종합까지 욕심을 부리기보다 단체전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로서는 아시안게임이 대표 선수로 뛰는 마지막 대회다. 오는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내년까지 현역에서 뛸 확률은 20~30% 정도라도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여지는 있다.

김윤희는 "앞으로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다. 개인 코치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개인 스쿨이나 클럽을 열려고 한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틈틈이 훈련해 선수로 계속 뛰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대회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회 몇 개월 전에 몸을 만들면 충분히 뛸 수 있다"고 말했다.

▲ 손연재와 동기인 이다애는 단체전에서 15점대 후반을 목표로 한다. 손연재가 18점대를 찍어주고 김윤희가 16점대 후반에서 17점대 초반을 기록해줄 경우 이다애와 이나경이 15점대 후반을 올려주면 우즈베키스탄과 해볼만하다는 예상이다.

◆ 키가 작아 고민인 이다애 "연재에게 샘 안나요"

이다애는 동기인 손연재에게 샘을 낼만도 하다. 물론 샘을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할 것만 집중하고 있다.

이다애는 "비인기종목인 리듬체조를 오히려 잘 알려주고 유명하게 해줘서 오히려 고맙다"며 "샘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마운 일이다. 손연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리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현재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예술성이다. 161cm로 키가 다소 작은 편이다. 이를 예술성으로 만회하려고 한다.

이다애는 "리듬체조 선수로서 이상적인 키는 164~165cm 정도다. 키가 작으면 동작이 작아보이고 큰 매트를 꽉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심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며 "이를 예술성으로 만회하기 위해 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지만 극복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시리즈는 건너 뛰고 세계선수권에만 나가게 되는데 담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며 "볼이나 곤봉 가운데 한 종목에 출전하게 될 것 같다. 러시아 전지훈련을 다녀오면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손연재의 직속 후배인 이나경은 모든 것이 신기하다. 자신의 첫 시니어 시즌에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됐다. 자신이 올려줄 점수를 제대로 받아 단체전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데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다.

◆ '포스트 손연재' 이나경 "언니들에게 피해 안가게 해야죠"

이나경은 아직 얼떨떨하기만 하다.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가 처음이라 아직 실감도 나지 않는다. 물론 큰 대회에 나가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지만 그 꿈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그는 "꿈이었던 것이 갑자기 이뤄지고 세계선수권에 아시안게임까지 너무 한꺼번에 찾아왔다"며 "너무 긴장이 되니까 더 실감이 안난다. 이렇게 큰 언니들과 큰 대회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일"이라고 살짝 웃었다.

아시안게임은 새로운 시작이다. 지난해까지 주니어로만 뛰었던 그는 올해가 시니어 데뷔다. 바로 그 시니어 데뷔를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하게 됐다.

이나경은 "아직까지 특별한 목표는 없다. 단체전이 가장 중요하다. 윤희, 연재 언니가 워낙 잘하기 때문에 팀에 피해만 안가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김윤희는 사실상 은퇴하고 손연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한계일 것으로 보인다. 이다애는 2016년 올림픽은 생각하지도 않고 내년 아시아선수권과 유니버시아드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되면 이나경이 한국 체조의 차세대 스타가 될 수 있다. 손연재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던 것도 지금의 이나경 나이 때였다.

이에 대해 이나경은 "언니들이 그만 두더라도 그만큼 따라갈 만큼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언니들이 길을 잘 닦아놨으니까 제대로 해야 한다"며 "나도 다애 언니처럼 키가 작다. 162cm밖에 안된다. 167cm까지 크고 몸을 만들어나간다면 자신있다"고 밝혔다.

■ 3인 프로필

△ 김윤희 = 2003년 대한체조협회 회장배 전국리듬체조 초등부 리본, 볼, 곤봉, 줄 등 4개 종목 1위와 함께 개인종합 2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세종대에 입학한 2010년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 대학부 은메달을 차지했고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 일반부에서 손연재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 이다애 = 김포고를 거쳐 지난해 세종대에 입학했으며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팀경기 은메달과 함께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 일반부 동메달을 차지했다. 2012년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며 탄력이 좋아 점프가 좋고 균형 감각과 회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나경 = 주니어 국가대표 시절부터 김한솔(16·강원체고)과 함께 한국 리듬체조가 기대하는 유망주. 지난 6월 세계선수권 및 아시안게임 1차 선발전에서 손연재, 김윤희에 이어 3위에 올랐으며 2차 최종 선발전 역시 4위를 차지하며 대표에 선발됐다.

[취재후기] 오직 손연재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그 누구도 이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손연재가 에이스이긴 하지만 이들이 없다면 단체전을 뛸 수도 없고 이들의 활약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단체전 메달도 바라볼 수 없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손연재에게만 집중되는 관심의 일부라도 이들을 향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있기에 한국 리듬체조가 있고 이들과 경쟁하면서 손연재가 성장하고 발전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리듬체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선수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보낼 필요가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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