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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축구굴기' 이제부터는? 월드컵 열망으로 결집한 중국 대륙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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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축구굴기' 이제부터는? 월드컵 열망으로 결집한 중국 대륙이 꿈틀댄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31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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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지원스태프만 20명, 취재-중계진만도 200여명…축구굴기 앞세워 한국에 도전장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정말로 전쟁이다. 앞선 30차례의 한중전을 생각하면 안된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중국의 열망은 한국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다. 그것을 피치에서 풀어놓는다면 한국 축구대표팀은 생각 이상으로 고전할 수도 있다.

중국 축구대표팀의 실체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개됐다. '중국쯤은 이길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모든 축구팬들의 열망이 한국 축구를 4강으로 이끌었듯 중국 전체 대륙의 열의라면 충분히 월드컵을 가고도 남는다.

▲ 중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 도중 스포츠 음료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가오훙보 중국대표팀 감독과 선수 대표로 나온 펑샤오팅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결전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고 한중전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그러나 감독과 선수의 자신감과 각오는 너무나 당연한 것. 감독과 선수의 다짐보다 중국이 더이상 월드컵 예선전을 허투루 치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 대표팀 지원스태프만 20명, 예전 중국대표팀이 아니다

중국 슈퍼리그가 선수 영입에 들이는 금액은 천문학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돈으로 사들이는 것일뿐 정작 중국 축구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 슈퍼리그 못지 않게 중국축구협회 역시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중국축구협회가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쏟는 것은 바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축구굴기' 정책으로 중국 슈퍼리그가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고 중국축구협회 역시 막대한 투자를 앞세워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등장한 대표팀 지원스태프는 무려 20명. 이 가운데 축구협회 임원이나 관계자가 끼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 중국 대표팀을 비교한다면 스태프가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평가전이나 동아시안컵을 치렀을 때만 해도 지원스태프가 이렇게 많지 않았다. 협회에서 얼마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대해 중국 취재진은 "대표팀을 대하는 눈과 관심이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며 "현재 중국은 아시아 최종예선전에 오른 것을 계기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예산이 모자라 대표팀에 전폭 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은 옛날 일"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축구대표팀 지원스태프들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취재진도, 관중들도 인해전술?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축구전쟁

보통 한국 축구의 라이벌이라고 하면 일본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일 평가전을 치른다고 해도 일본 취재진이나 관중들이 대규모로 몰려오진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그야말로 '인해전술'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축구협회를 통해 취재 신청을 한 취재진만 100여명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회견이 열린 인터뷰실과 중국 대표팀 훈련이 진행된 경기장 모두 발 디딜 틈도 없이 중국 취재진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취재진일뿐이다. 중계진까지 합친다면 족히 200명이 넘어간다. 중국 취재진과 함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베이징 주재 송청운 스포츠Q 객원기자는 "중국 CCTV에서 중계진을 15명 파견했고 러티비에서도 30명의 나와 이번 경기를 중계한다"며 "취재진과 중계진 규모만 보더라도 중국이 얼마나 월드컵 본선에 나가기 위해 올인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관중 역시 적지 않을 것 같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미 중국축구협회에 원정 응원석 1만5000장의 티켓을 배정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티켓이 얼마 팔리지 않아 프로모션까지 진행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하지만 중국 취재진은 "1만 장 정도가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중국 관중이 원정 응원석 1층은 가득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어제까지 중국축구협회 배정분을 포함해 4만8000여장의 티켓이 판매됐다. 31일 예매분과 경기 당일 판매분을 합친다면 5만에서 5만5000명 정도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메울 것 같다"며 "다만 경기날에 비가 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비가 온다면 경기 당일 판매량이 뚝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 가오훙보 중국대표팀 감독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 중국이 질 것 같다면 이렇게 많이 오겠나, 뭔가를 숨기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뜨거운 열기로 축구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만나는 중국 기자들 대부분이 "중국이 한국을 이기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국이 워낙 강하다. 중국은 도전자의 입장"이라고 말한다.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 중국 기자는 "축구라는 것이 경기력 하나만으로 승패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독일에 그렇게 참패를 당한 것이 어디 실력 때문이었느냐"며 "팬들이나 취재진들은 한국전에서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나 염원을 갖고 있다. 중국이 100% 질 것 같다면 취재진이나 팬들이 이렇게 몰려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분명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다.

가오훙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각오도 뭔가 숨기고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아직까지도 가오 감독은 한껏 자신을 낮춘다.

가오 감독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 내일 경기를 앞두고 기분은 좋다"며 "최종예선은 한국전 1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경기를 한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경기 과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계대상 1호'로 꼽히는 우레이(오른쪽)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중국대표팀의 공식 훈련에서 볼 감각을 조율하고 있다.

또 가오 감독은 "2010년 한국을 꺾은 적이 있지만 당시는 허정무 감독 체제였고 지금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을 이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다"며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선수들과 대표팀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중국 선수들도 경기력이 향상됐고 전술 이해도도 높아졌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으로서 승리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승리뿐 아니라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도 함께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감독이 경기 과정까지 생각한다는 자세는 승점 1을 따내는데 주력하거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선수들의 경기를 풀어가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여유, 둘 중의 하나다. 분명 가오 감독은 품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다.

한국으로선 중국의 축구굴기와 인해전술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도 없다. 중국을 아직까지도 한 수 아래로 보는 시각은 이제 버려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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