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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누가 자세 낮추는가? 한번도 쉬웠던 한중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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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누가 자세 낮추는가? 한번도 쉬웠던 한중전은 없었다
  • 송청운 객원기자
  • 승인 2016.08.31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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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우세 거의 없었고, 자세 낮춘 쪽이 좋은 결과…중국 조직력 향상, 결코 쉬운 경기 안될 것

[스포츠Q(큐) 송청운 객원기자] 역대 전적 30전 17승 12무 1패. 한국 축구가 A매치에서 30번 이상 만난 국가들 가운데 단 한 번만 진 것은 중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국 축구는 중국에 강하다. 그래서 '공한증'이란 말도 생겨났다.

그러나 다음달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역대 31번째 한중전은 뭔가 다를 것 같다. 많은 팬들은 경기 내용이나 결과에서 한국이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설득력이 있다.

어쩌면 전혀 기대 밖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라는 부담감도 있지만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도 중국을 결코 하수로 보지 않는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계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탈아시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력에서 유럽파를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의 숫자가 한국 대표팀이 더 많지만 중국 선수들도 그렇게 실력이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 대표팀에 발탁된 중국 선수라면 K리그 클래식에서도 충분히 주전으로 뛸 능력을 갖췄다.

단적인 비유로 한국 축구대표팀과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K리그 클래식 선수들로 이뤄진 팀이 맞대결을 벌였을 때 과연 대표팀이 압도적으로 2골차 이상으로 이길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중국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중국 선수들의 기량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에 못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한증이 이어져왔던 것은 조직력이나 정신력이 한국 선수들보다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대표팀은 조직력과 정신력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현재 중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가오훙보 감독은 중국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가오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여러 차례 한국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한국 축구에 많은 관심을 보인 대표적인 '지한파' 지도자다. 가오 감독은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한국대표팀에 3-0 패배를 안겼다. 중국통으로 평가받는 이장수 감독도 가오 감독과 대결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가오 감독이 자기자신을 낮추는 것도 변수다. 역대 한중전에서 항상 자세를 낮추는 팀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이 한국과 맞대결에서 절대적으로 밀렸던 것은 엄연한 실력차가 존재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하려다가 스스로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한국은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 2진 멤버를 내보냈기에 오히려 자세를 낮췄고 그 결과로 2-0 승리를 따냈다.

지금은 중국이 자세를 낮추고 있고 한국은 필승을 외친다. 가오 감독은 "우리는 유럽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잘 모르지만 한국의 수비수들은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중국 선수들을 너무 잘 안다"고 말했다. 가오 감독만큼 한국 축구를 잘 아는 지도자도 많지 않다.

중국은 예전 중국이 아니다. 스포츠는 국경을 초월하고 정치와 독립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와 자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국이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업적을 이룬 것은 단지 태극전사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붉은 악마 응원도 있었고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역할도 있었다.

지금 중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3가지 소망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진출해 경쟁팀이 줄어들었던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본선행 열망으로 가득하다. 과연 중국이 기사회생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오른 것이 운 때문이었을까?

자본의 위력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중국 축구에 투입된 자본과 앞으로 투자될 금액은 한국 경제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천문학적이다. 한중전이 정치와 자본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중전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결코 쉬운 경기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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