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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나쁜자석' 돌풍 주역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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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나쁜자석' 돌풍 주역 김종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3.01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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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183cm의 훤칠한 체구에 외꺼풀의 9년차 훈남 배우 김종구(34)가 연극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학로에 돌풍을 일으킨 ‘나쁜 자석’의 냉철한 폴 역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마리아 마리아’를 시작으로 ‘지하철 1호선’ '김종욱 찾기‘ ’빨래‘ ’뮤직 인 마이 하트‘ ’잭 더 리퍼‘ 등 쟁쟁한 뮤지컬로 중소극장을 누벼온 그가 연극무대에서 나쁜 남자의 매력을 무한 발사하고 있다. 다음달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출연을 앞둔 김종구는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접신'하는 배우로 연기혼을 불사르고 싶어한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ㆍ사진 이상민기자] '나쁜 자석’ 열풍은 뜨거웠다. 20번 이상 공연을 관람한 재관람 관객만 150여명에 이르고 아트원씨어터 1관에는 2030 여성관객 뿐만 아니라 일본 여성관객으로 늘 북적인다. 영국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연극은 네 남자의 우정과 사랑을 깊이 있게 다룬다. 자석처럼 흡착하거나 밀어내는 인간의 관계, 우정과 추억,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객석에 묵직한 느낌표를 던진다.

정문성 이동하(프레이저), 송용진 김재범(고든), 김종구 김대현(폴), 박정표 이규형(앨런)과 같이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남자 배우들의 더블 캐스팅, 감성적인 음악과 탄탄한 작품성으로 대학로를 달구었던 ‘나쁜자석’이 2일 공연을 끝으로 3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공연의 끝자락에서 네 캐릭터 중 가장 ‘나쁜 자식’인 폴 역 김종구를 만났다.

- 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어린시절 무리의 리더인 프레이저를 가장 따르던 아이였다. 지금은 런던의 출판사에서 근무한다. 청소년 무렵 친구들과 록밴드를 결성했을 당시, 고든과 음악적 마찰이 빚어지자 그의 탈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그로인해 엄청난 비극이 발생한다. 고든이 죽은 뒤 그가 썼던 동화를 간간이 출판하다가 반응이 좋자 전 세계적인 출판을 계획하며 과거의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 폴을 연기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이해가 첫 번째였고 그 다음으로는 진실되려고 노력했다. 폴은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기에 물질에 관심이 많고 이성적이면서 현실적인 인물이지 않았을까. 난 그런 유형이 아니라 쉽게 공감가지 않았다. 결국 폴에 대한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깨나 공들였다."

- 전 세계적인 출판을 계획하면서 굳이 친구들을 불러 모았을까.
"고든의 죽음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 굳이 자기의 속내를 밝힐 필요는 없었을 거다. 묵은 감정, 죄책감 여기에 자신의 타당성을 찾기 위해 움직였던 것 같다. 추민주 연출과 대화를 나누며 돈이 목적이었음을 확고히 인식하게 되자 감정이 생겨났다."

 

 

- 흔히들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에 대해 관심을 갖곤 한다. 비슷하면 연기가 더 잘되나.
"연극 ‘모범생들’에서 수다스럽고 이기적인 수환을 맡았을 때 연습과정에서 무척 힘들었다. 내 성격 가운데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수환과는 영판 다른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공연 전날까지 확신이 없었는데 막상 관객은 무척 좋아했다. 다음 시즌에는 나와 비슷한 종태 캐릭터를 연기했다. 연습도 편했다. 그런데 관객 반응은 별로였다. 캐릭터가 나와 비슷하느냐 아니냐는 별반 중요한 사안이 아님을 깨달았다."

- ‘나쁜 자석’에서 폴의 역할을 설명한다면.
"무대 위 나머지 3명을 극대화해주는 역할? 고든은 몽환적이고, 프레이저는 상처받은 인물이고, 앨런은 예쁜 마음의 소유자다. 처음엔 ‘무대, 캐릭터, 텍스트, 장치 모든 게 있는데 폴이 없네’란 생각을 했었다. 배우로서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작품을 이해해 나가면서 주인공 프레이저의 감정이 부각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 여겼다."

- 그런 차원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이 있다면 무언가.
"29세의 세 친구가 폐교에 모이는 장면에서 프레이저가 벼랑 끝으로 가는데 있어 도움되는 게 무얼까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이성적인 태도? 죽도록 싸워야 하나? 뭐든 프레이저에게 자극을 줘야한다고 여겼다. 결국 가장 격정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 극에서 플래시백 기법으로 유년, 청소년, 청년시절이 등장한다. 나이대가 다른 연기를 소화하는 건 어땠나.
"9세와 19세를 무사히 지나가야 29세 모습에서 빵 터지더라. 점핑기법이 많지만 인물에 순간 집중을 잘 하면 29세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 연극 ‘트루 웨스트’ ‘모범생들’에 이어 ‘나쁜 자석’까지 남자들만 나오는 연극에 출연 중이다.
"무겁고 칙칙한 정서와 감정에 질려서 진이 다 빠져버렸다. 하하. 그래서 지난 시즌 ‘나쁜 남자’ 출연을 포기하고 쇼걸들이 대거 등장하는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돌아왔다. 하하."

 

 

- '나쁜 자석'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원래 친했던 배우들이다. 무대에서 특별한 약속 없이 서로 믿고 연기한다. 잘못 가고 있다 싶으면 공연 후 간단히 대화를 나누는 정도다."

-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MTM 아역배우로 드라마, 영화에서 활동했다. 안양예고 1학년 때 청소년드라마 ‘사춘기’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는데 학교의 반대로 출연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갈망했다."
 
- 배우라는 직업의 고충은 무언가.
"연기란 게 가공하는 작업이다.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들과의 약속이라든가 제약 속에서 만들어내야 하니까 매 공연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표현이 잘 안되니까. 그 점이 가장 힘들다. 죽을 것 같이 힘들어서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그나마 연습실에서 감정을 교류할 때 과거 2개월이 걸렸던 게 2주, 하루로 단축되면 ‘발전했구나’ 하며 위안을 얻는다. 한계에 부딪히고 극복하면서 내공을 쌓아왔던 것 같다."

- 그만큼 연기가 절실하고 좋다는 표현 아닐까.
"언젠가 김민기 선생님이 ‘지하철 1호선’ 때 “배우는 무당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인물로 접신을 해야되는 게 배우 아닌가. 무대에서 그런 경험을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 만큼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희열을 느끼게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4월에 개막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뺀질거리는 한국군 대위 영범으로 출연한다. 일이 꼬여 무인도에 갇힌 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인물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 드라마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참, 몇일 휴가가 생기면 지난해부터 시작한 라이딩을 해야겠다. 강원도 속초, 양양으로~"

[취재후기] 편한 인터뷰이는 아니었다. 서로 대화가 겉돌고, 상대의 이야기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등 솔직히 인터뷰가 고됐다. 머, 입안의 혀처럼 굴지 않으면 어떻고,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면 어떤가. 배우는 무대를 열정으로 채우면 되는 거 아닌가. 최소한 김종구는 그런 배우일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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