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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네이터 리턴즈, 측면 힘 얻은 슈틸리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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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네이터 리턴즈, 측면 힘 얻은 슈틸리케호
  • 박현우 기자
  • 승인 2014.11.10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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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나이잊은 적극적인 돌파에 전반 결정적 슈팅까지…중동 원정 앞둔 대표팀 희소식

[스포츠Q 박현우 기자] "정말 은퇴 생각했던 선수 맞아?"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열린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한 기자가 차두리(34·서울)의 활약을 보며 한 말이다. 저런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은퇴를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차두리는 이날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차두리는 지난달 30일 전북 현대와 홈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차두리는 "은퇴는 거의 결론이 났다. 축구는 육체와 정신이 하나 됐을 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며 "육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열정이 얼마나 남아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감독님과 구단 그리고 팀 동료들에게 짐이 된다"고 말했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차두리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K리그 경기에서 1-0 승리가 결정된 뒤 주먹을 쥐어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차두리는 수비는 물론이고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차미네이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수원과 경기는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선수의 경기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상대팀이 공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는 등 맹활약했다. 열정이 얼마나 남아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지만 그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선수는 몇 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한국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0) 감독도 차두리의 활약에 미소를 짓게 됐다.

대표팀은 최근 주전들의 잇단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차두리의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은 이용(28·울산 현대)의 코뼈 골절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기에 차두리의 중요도는 더욱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 '차미네이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너무나 반갑다.

◆ 슈퍼매치 빛낸 차두리의 존재감

차두리는 슈퍼매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전에서는 중앙수비수로 수비에 치중했지만 다시 오른쪽 윙백으로 복귀한 그는 여러 차례 드리블에 의한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홍철(23)이 맡고 있는 수원의 왼쪽 측면을 두들겼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차두리(왼쪽)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K리그 경기에서 수원 산토스와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차두리의 맹활약의 절정은 전반에 나온 두 번의 드리블 돌파였다. 전반 29분 오른쪽 돌파를 시도한 차두리는 상대 수비에게 걸리며 공을 뺏기는 듯했다. 하지만 넘어진 후 곧바로 일어나며 결국 코너킥을 유도해냈다.

전반 38분의 돌파는 압권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 구역 중앙으로 돌파해온 차두리는 박희성과 2대1패스를 주고 받은 후 이를 정확한 슛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GK 정성룡의 선방에 막혔지만 공격수 출신의 감각과 차미네이터다운 스피드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후반에도 차두리의 돌파는 멈추지 않았다. 차두리는 계속해서 수원의 왼쪽을 괴롭히며 페널티에어리어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는 후반 30분 고명진, 후반 38분 에스쿠데로의 쇄도와 함께 결승골로 이어질 뻔 했지만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결승골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이은 고요한의 헤딩골이었다. 하지만 은퇴 발언을 한 차두리의 분발은 서울 선수들을 각성시켰고 승리를 향한 집념을 불러 일으켰다.

"은퇴 발언을 한 선수가 저 정도로 활약하면 다른 선수들은 뭐가 되느냐"는 한 기자의 말이 어울리는 활약상이었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차두리(오른쪽)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K리그 경기에서 이웅희(가운데)와 함께 염기훈에 대한 협력 수비를 하고 있다.

◆ "아시안컵까지 경쟁할 수 있다면 도전하겠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는 이렇다 할 오른쪽 풀백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대표팀은 좌우 측면 풀백이 모두 비상이다.

왼쪽에서는 두 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대표팀 차출이 무산됐거나 아직 컨디션을 정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김진수(22·호펜하임)는 인천 아시안게임 부상 여파로 다시 한번 대표팀 차출에서 제외됐고 박주호(27·마인츠)는 회복은 됐지만 정상 컨디션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윤석영(24·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왼쪽 풀백에 들어오긴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지는 미지수다. 홍철은 대기 명단에는 들었지만 일단 슈틸리케 감독 마음 속에서는 후순위라고 봐야 한다.

오른쪽에서는 이용이 시즌을 마감하면서 아시안컵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단 이 자리에는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가 들어오긴 했지만 그 역시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들쭉날쭉하다. 최고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보여주기는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차두리가 아직까지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내심 반가운 점이다. 슈퍼매치를 통해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선수의 경기력이 아님을 입증했다. 그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왜 그가 아직까지도 K리그 최고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지, 왜 대표팀의 부름을 계속 받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차두리(오른쪽)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K리그 경기에서 헤딩으로 공을 따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차두리의 열정이 되살아난 것도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대표팀 주전 경쟁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도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차두리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는 경쟁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며 "슈틸리케 감독이 더 좋은 선수를 택할 수도 있지만 내가 선택된다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소집돼 중동 원정을 떠난다. 오는 14일 오후 11시30분 요르단 암만 킹압둘라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첫 경기를 치른 뒤 18일 오후 10시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일전을 갖는다.

요르단전과 이란전 모두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A조에 함께 묶인 오만과 쿠웨이트를 대비한 평가전이다. 차미네이터로 돌아온 차두리의 질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parkhw88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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