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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빛 본 언니' 한채진, 몸으로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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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빛 본 언니' 한채진, 몸으로 던지는 메시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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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주장으로 KDB생명 어린 선수에게 경험 전수…마지막 자유투 긴장하는 후배에게도 조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여자프로농구 무대에 역정 끝에 역전을 이뤄낸 선수가 적지 않다. 부천 하나외환(옛 신세계)에서 벤치멤버를 전전하다가 춘천 우리은행에서 '큰 언니' 스타로 거듭난 임영희(35)가 대표적이다. 이제 우리은행에서 그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임영희만큼 드러나진 않았지만 또 다른 대기만성 스타가 있다. 구리 KDB생명의 한채진(31)이다.

한채진은 KDB생명의 '캡틴'이자 신정자(35)에 이은 '작은 언니'로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한채진은 23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3점슛 3개 등으로 1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4연패를 끊는 주인공이 됐다.

2쿼터 3점슛 2개를 넣으면서 한때 KDB생명이 15점이나 앞서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채진은 풀타임이나 다름없는 37분 13초를 뛰면서 코트의 사령관이자 주장으로서 제몫을 했다.

▲ 한채진은 최하위 구리 KDB생명의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고 스스로 득점까지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청주 KB스타즈와 경기에서 후배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한채진. [사진=WKBL 제공]

◆ 악착같은 플레이, 후배들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

박수호(46) KDB생명 감독대행은 선수들만 보면 답답하다. 선수들은 정작 훈련량이 다른 팀에 비해 적지 않다고 하지만 다른 팀에 비해 체력의 절반이 안되는 선수들만 보면 가슴을 친다.

이에 대해 박 감독대행은 "다른 팀 선수들이 2km를 뛰면 우리 선수들은 1km만 뛰고도 헉헉 댄다"며 "체력 안배도 체력이 될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체력이 막판 떨어지니 집중력까지 떨어져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한채진만큼은 체력에 대해 칭찬한다. 그만큼 악착같다.

한채진은 이날 리바운드 3개 가운데 1쿼터에 공격 리바운드로 2개를 잡아냈다. 삼성이 1쿼터에 6득점에 그치며 뒤졌던 것은 야투율도 좋지 않았지만 KDB생명이 공격 리바운드를 6개나 잡아냈기 때문이다. 공격 리바운드는 다시 KDB생명의 공격으로 연결돼 득점을 올리는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삼성의 공격으로 이어지는 기회도 봉쇄했다. 또 한채진은 1쿼터에 스틸 2개를 기록하며 삼성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KDB생명의 주장을 맡고 있는 한채진은 사실상 코트에서 '큰 언니' 역할을 대행한다. 실제 큰 언니인 신정자가 최근 감기 몸살을 앓으면서 컨디션이 뚝 떨어져 기용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신정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채진이 후배들을 다독이며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 구리 KDB생명 한채진(왼쪽)이 23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과 경기에서 패스를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언니의 진가는 막판에 빛났다. 삼성이 경기 막판 1점차로 쫓아왔을 때 김소담(22)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재차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또 자유투는 김소담의 몫이었다.

이때 한채진은 김소담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긴장한다. 그냥 평소 하던대로 팔만 쭉 뻗어서 던지라"고 격려했다. 김소담은 언니의 조언에 힘을 얻고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고 이는 사실상 위닝샷이 됐다.

삼성전에서 3점슛 2개로 8득점을 올리며 알짜 활약을 해준 노현지(22)도 팀에 있는 언니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평소 잘 안되는 것이 있으면 옆에서 도와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언니들이 있어 나날이 기량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 언니 중에는 한채진이 있음은 물론이다.

◆ 자신도 어려운 시절, 피나는 노력 끝에 한 팀의 주장까지

한채진 역시 처음부터 스타였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식스맨보다 못한 후보였다. 잉여 선수에 가까웠다.

2003년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인천 신한은행(당시 현대)의 지명을 받아 전체 5순위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5년 동안 후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채진의 포지션인 슈팅 가드 또는 스몰 포워드에 너무나 많은 스타 선수가 있었던 탓이다.

▲ 구리 KDB생명 한채진(오른쪽)이 23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과 경기에서 공을 잡기 위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한채진은 2008년 자유계약선수(FA)로 KDB생명으로 이적했다. 첫 시즌에 평균 8.3득점을 올리며 신한은행에서 전 시즌에 세웠던 평균 2.9득점보다 3배 가까운 기록을 올렸다.

한채진은 두번째 시즌인 2009~2010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2013~2014 시즌까지 경기 평균 두자리 득점을 올리며 확실한 득점원으로 자리했다.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던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할 정도로 대표급이 됐다. 2012~2013 시즌에는 3점슛 왕과 우수수비상까지 받으며 KDB생명의 기둥이 됐다.

오랜 기간 어려운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현재 KDB생명의 후배들이 남 같지 않다.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경험을 더 전수하려고 하고 어떻게 하면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는지에 대해 가르쳐준다.

한채진은 "악착같은 플레이와 다부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한다"며 "그동안 너무나 많이 져서 후배들의 사기와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것 같아 안쓰럽다. 주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후배들을 다독일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나도 뒤늦게 빛을 본 선수여서 후배들이 남 같지 않아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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