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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점화한 코리안 루키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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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점화한 코리안 루키 돌풍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9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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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연장 우승…장하나 개막전 준우승에 이은 신선한 충격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올시즌 LPGA에 데뷔한 루키 김세영(22·미래에셋)이었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골프장(파73, 6650야드)에서 벌어진 2015 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 우승 상금 19만5000 달러)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유선영(29·JDX멀티스포츠)과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어 18번홀에서 벌어진 1차 연장에서 김세영은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데뷔 시즌 두번째 대회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대회가 창설된 2013년 이일희(27·볼빅)가 정상에 오른 이후 2년 만에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에서 벌어졌던 LPGA 개막전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최나연(28·SK텔레콤)의 우승에 이어 2주 연속 한국 선수가 LPGA 대회 정상에 올랐다.

◆ KLPGA서 보여준 승부사 기질, LPGA서도 그대로

무엇보다도 김세영의 우승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대역전극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3라운드까지 9언더파로 공동 6위였다. 물론 공동 1위와 2타밖에 차가 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강호들이 즐비한 LPGA 무대에서 루키가 2타를 역전시킨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김세영은 이런 부담도 쉽게 이겨냈다. 전반 9개홀 가운데 8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긴 했지만 1, 4, 5번홀에서 적극적인 그린 공략으로 버디를 잡아내면서 2타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10번홀과 14번홀까지 버디를 기록하면서 타수를 줄인 김세영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면서 극적으로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연장전은 더욱 극적이었다. 이미 1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경험을 살려 적극적으로 그린을 공략, 두번째 샷만에 그린 가까이 붙여놓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조금 약하게 쳤더라면 온그린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장타가 돋보였다. 어렸을 때 태권도로 다진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장타가 빛을 본 것이다.

유선영, 주타누간이 간신히 파 퍼팅을 성공시킬 때 김세영은 이글 퍼팅으로 홀에 가깝게 붙였고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루만에 5타를 줄여 공동 선두까지 뛰어오른 뒤 연장 승리까지 따낸 김세영은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KLGPGA)서도 '역전의 여왕', '승부사'로 통했다.

2013년 4월 KLPGA 개막전이었던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김세영은 16번홀까지 선두에 2타 뒤졌지만 17번홀 버디로 한 타차로 따라붙더니 18번홀에서는 이글을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극을 이뤄낸 적이 있다. 당시가 데뷔 첫 승이었다.

2013년 9월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선두 유소연에 7타나 뒤졌지만 타수를 줄여 16번홀까지 3타차까지 따라붙은 뒤 17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김세영의 기세에 눌린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18번홀 보기로 연장전에 들어갔고 우승컵은 김세영에게 돌아갔다.

김세영은 한화금융클래식 다음에 열린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선수권에서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선두에 4타나 뒤졌다가 뒷심으로 승부를 뒤집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이후 거둔 2승을 포함해 KLPGA에서 거둔 5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이뤄내 '역전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 장하나 이어 김세영까지,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루키 돌풍

지난해 LPGA 무대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한국명 고보경)의 독무대였다. 지난해 4월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을 통해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던 그는 지난해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까지 석권하며 3승을 기록했다. 신인왕은 물론이고 세계 여자골프 랭킹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결국 리디아 고는 LPGA 개막전에서도 우승 직전까지 갔지만 최나연이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대회 준우승으로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제치고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가 지난해 일으켰던 루키 돌풍은 고스란히 한국 여자선수들이 잇고 있는 분위기다.

스타트는 장하나(23·BC카드)가 끊었다. 장하나는 최나연이 우승했던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와 함께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장하나에서 시작한 돌풍은 고스란히 김세영이 물려받았다.

김세영의 장점은 역시 탄탄한 하체다.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김정일(53)씨에게 5세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태권도를 배웠던 것이 큰 힘이 됐다. 태권도를 통해 하체 근력과 유연성을 키웠고 그 결과 162cm라는 단신에도 장타가 나온다. 김세영의 루키 돌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의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국 선수의 루키 돌풍은 장하나와 김세영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는 컷오프 탈락했지만 백규정(20·CJ오쇼핑)이 LPGA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줄 전망이고 지난해 KLPGA를 제패했던 김효주(20·롯데)는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않았다. 김효주가 지난해 메이저 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한국 여자선수들이 일으킬 그린 돌풍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초특급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

공동 1위로 4라운드를 출발했던 박인비는 이날 1타를 줄이는데 그치면서 12언더파 280타로 미국 교포 다니엘 강(23)과 함께 공동 5위가 됐다. 5타를 줄인 리디아 고는 11언더파 281타로 공동 7위에 자리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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