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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낮은 목소리로 전하는 희망과 용기 '뷰티풀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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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낮은 목소리로 전하는 희망과 용기 '뷰티풀 라이'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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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은 수단 내전 중에 반군에게 총알받이로 강제로 잡히거나 이를 피해 국경을 넘은 무려 2만명이 넘는 아이들을 칭하는 말이다.

영화 '뷰티풀 라이(원제 The Good Lie)'는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 실화를 소재로 했다. 1987년 수단,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테오, 마메르, 아비탈 3남매 그리고 또래 소년인 예레미아와 폴은 잔악무도한 반군들을 피해 수천 마일 떨어진 케냐의 난민촌으로 향한다. 난민들을 뒤쫓던 반군들에게 아이들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형 테오가 기지를 발휘해 자신만 반군들에게 붙잡혀간다.

 

13년 뒤, 난민촌에서 벗어나 미국에 정착할 기회를 얻어 비행기에 오른 네 사람은 미국에 도착하고, 여동생 아비탈은 켄사스 주로 보내지며 이별하게 된다. 세 남자는 직업 상담사 캐리의 도움을 얻어 취업을 한 뒤 차츰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메르는 케냐의 난민촌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영화의 전반부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중 생지옥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삶이 펼쳐진다. 중반부 이후 미국에 정착한 이들이 겪게되는 소소한 일상과 애환이 이어진다. 부모 형제와의 생이별, 목숨을 건 탈출, 경계인으로서의 혼란과 아픔 등 이야기는 무겁고도 엄혹하지만 영화는 밝고 따뜻한 기운으로, 느린 호흡으로 이 이야기를 감싸 안는다.

복잡함과 스피드가 생명인 현대사회에 날아든 자연을 닮은 세 청년은 촌스럽고 기괴해 보일 수 있으나 단단하다. 과거에도 그렇듯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향수에 젖고, 목장의 소들에게 친구처럼 말을 걸고, 고난과 핍박 속에 살아왔음에도 고통에 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넉넉한 품을 내준다. 여동생을 잃은 뒤 배타적이던 캐리가 이들을 지켜보며 서서히 변화하는 동인이다.

 

미식축구에 재능을 지닌 불우한 흑인 청년과 중산층 백인 여성의 우정을 그린 '블라인드 사이드'(2012) 제작진이 만든 영화답게 '뷰티풀 라이'는 희망과 용기, 가족애를 낮은 목소리로 전하며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절제의 미덕을 보여준 영리한 각본과 필리프 팔라도 감독의 섬세한 통찰력 덕분이다.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을 소화한 아놀드 오셍, 게르 두아니, 엠마뉴엘 잘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리고 지적이며 생기발랄한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는 영화에 사실감을 불어 넣는다.

영화의 마지막, 실종된 형을 찾아 케나로 온 마메르가 선택하는 '아름다운 거짓말'은 객석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러닝타임 1시간50분. 12세 이상 관람가. 3월26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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