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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욕의 카타르시스...김수미 원맨쇼 '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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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욕의 카타르시스...김수미 원맨쇼 '헬머니'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0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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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욕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다.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욕을 접하고, 상황에 따라 욕을 사용하며 살아간다. 지역과 세대, 계층에 따라 욕이 일상어처럼 쓰이기도 하며 때론 욕은 친밀감 조성, 말의 흥을 돋우는 기능,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기도 한다.

‘헬머니’는 욕을 전면에 내건 영화다. 홍보 문구인 ‘답답한 세상, 욕으로 푼다’ ‘본격 속풀이 18 코미디’에 걸맞게 거침없는 욕설로 웃음과 후련함을 안겨준다. 욕설 연기의 1인자인 김수미가 주인공인 점도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캐스팅이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 시청자가 빵 터지는 순간은 그가 어마무시한 표정으로 걸쭉한 욕설을 내뱉을 때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다보니 안방에서 걸러진 욕 전부를 ‘감상’할 수 있다.

 

공무집행 방해, 사기, 특수폭행 등 전과 3범 이정순(김수미)는 15년의 복역 끝에 출소한다. 답답한 세상을 향해 할 말은 많으나 한 배에서 태어난 성 다른 두 아들을 위해 여생을 살아가려 한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둘째 아들 주현(김정태) 집에 얹혀살게 된 정순은 고아원으로 보내진 이후 자신을 외면한 채 사는 장남 승현(정만식)네 파출부로 신분을 숨기고 취직, 금쪽같은 손주를 돌보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절대 욕맛의 재능을 간파한 방송사 PD에게 스카우트돼 3억원의 우승 상금이 걸린 욕배틀 프로그램 출연자로 나선다. 정순은 헬머니(지옥에서 온 할머니)란 닉네임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얻으며 결승전까지 진출하지만 전과자, 두 아들을 버렸다는 과거사가 언론에 밝혀지며 한순간 야유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에 있어서 국내 최고인 김수미는 원맨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채로운 욕의 향연을 주도한다. 전라도 특유의 신체 장기를 활용한 차진 욕설부터 랩과 셀프 디스 욕설, 절절한 한풀이 욕설 등을 강약 조절과 함께 자유자재로 구사해 객석을 폭소의 도가니로 이끈다. 하이라이트는 ‘할미넴’ 김영옥(자갈치 무당할매 역)과 결승전을 치르는 장면이다. 무림을 평정한 욕의 절대 고수 2명이 맞대결하는 신은 웬만한 무협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인 상황에서 ‘욕배틀’을 소재로 차용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나 주연 김수미를 비롯해 김정태, 박준금, 김원해, 정명옥, 샘 헤밍턴, 샘 오취리 등 조연 및 단역들의 맛깔나는 코믹 연기는 훌륭하다.

반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적 병폐이기도 한 휴먼드라마의 접목이 영화에서도 보여 불편하다. 욕설에 모성과 가족애를 담어내려는 의도, 정순이 ‘아씨’로 모셔졌을 만큼 부유한 집 딸이었다는 전사, 트라우마를 지닌 승현과의 갈등과 화해를 장황하게 다룬 점은 다소 뻔한 통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머니’는 원숙한 노년의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미덕을 발휘한다. '5포 세대'인 그들이야말로 가장 크게 욕설 욕구를 느끼고 있을 테니까. ‘싸움의 기술’ ‘가루지기’의 신한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러닝타임 1시간40분. 3월5일 개봉.

goolis@sportsq.co.kr는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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