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원의 '플랜 B'를 가동한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와 박주호(28·마인츠)가 동시에 결장하는 동남아 2연전에서 플랜 B가 얼마나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줄지 관심사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에 이어 1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미얀마와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에 나선다.
현재 대표팀은 기성용과 박주호가 각각 수술 뒤 재활과 군사 훈련으로 모두 빠져 이 자리를 메울 선수들이 필요한데 기성용과 닮은 최보경(27·전북)과 정우영(26·비셀 고베)이 관심을 끈다. 장신 미드필더인데다 몸싸움 능력과 공수 조율 능력을 모두 갖췄다. 기성용이 그라운드에서 빠지거나 전술 변화로 공격 일선으로 올라갔을 때 이를 메워줄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중원의 플랜 B 실험에서 중점적인 점검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 전북 '닥수의 중심' 최보경, 김남일 잇는 차세대 진공청소기
최보경은 전북의 '닥수(닥치고 수비)'의 중심이다. 원래 중앙 수비수가 포지션이지만 최강희 감독은 그를 올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시켰다. 전북이 김남일을 일본 J리그 교토 상가로 떠나보내고 신형민이 안산 경찰청으로 간 상황에서 최보경은 중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최보경은 수비수 출신이어서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모두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전담마크하면서 포백 수비 앞에서 상대 공격을 미리 끊어주며 공격형 미드필더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다. 플레이 성향 자체가 화려하진 않지만 상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우직하게 허리를 지킨다.
또 184cm의 장신으로 공중볼 다툼에 능하다. 헤딩 장악력이 탁월해 상대 진영에서 넘어오는 공중볼을 미리 끊어줄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이미 소속팀 전북에서는 김남일의 뒤를 잇는 '차세대 진공청소기'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공수 조율능력까지 향상, 안전하게 공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앞선 공격진에 공을 전달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중원에서 보이지 않게 맹활약하는 최보경의 경기력에 주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자리에서 "최보경은 포지션상 항상 대중이나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며 "그러나 팀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에 탁월하다. 이미 소속팀 전북에서 그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 고베의 캡틴 정우영, 체격·경기 스타일까지 '제2의 기성용'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처음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정우영은 UAE, 미얀마로 이어지는 2연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가질 기회를 잡았다. 27세 늦깎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최보경과 달리 정우영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어서 태극마크가 낯설지는 않다.
런던 올림픽 당시 브라질과 4강전에서 기성용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정우영은 186cm, 78kg의 체격조건으로 기성용(186cm, 75kg)과 흡사하다. 체격조건뿐 아니라 경기 스타일도 비슷하다. 패스와 슛이 뛰어나가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다. 또 프리킥 능력까지 갖췄고 일본 J리그 비셀 고베에서도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우영은 올 시즌부터 고베의 완장을 차며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캡틴을 맡았다. 정우영은 2000년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던 홍명보 감독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인 J리거 주장이 됐다.
리더십까지 기성용과 판박이여서 중원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주목받는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달 일본을 방문하면서 정우영의 기량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했다.
정우영은 9일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면서 한국영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서기도 했다. 정우영은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과 김진수(23·호펜하임) 등과 함께 주전조의 일원으로 뛰었기 때문에 UAE와 평가전 출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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