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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여자월드컵 브라질전 석패, 잃은 것과 얻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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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여자월드컵 브라질전 석패, 잃은 것과 얻은 것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0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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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패배에도 세계 7위 브라질에 당당했다…코스타리카·스페인전, 실책 줄이고 자신감 끌어올려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기 죽을 것은 없다. 오히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 브라질과 맞서 주눅들지 않았다. 한국은 잘 했고 브라질이 조금 더 강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여자월드컵 E조리그 첫 경기에서 두 차례의 뼈아픈 실책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면서 브라질에 0-2로 졌다.

12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에서 승점을 올리지 못한 한국은 이날 코스타리카와 스페인이 1-1로 비김에 따라 E조 최하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와 2차전을 통해 승점 3을 노릴 수 있다.

한국은 FIFA 랭킹 18위로 E조에 포함된 국가 가운데 스페인(14위)에 이어 세 번째다. 코스타리카는 37위로 가장 낮다. 랭킹이 낮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요도 없다. 다만 브라질전을 통해서 문제점이 나온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 마르타는 막았지만 노련한 포르미가에게 당했다

그동안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브라질을 만나 마르타 한 명에만 집중했다. 워낙 마르타가 출중한 선수여서 그를 막을 경우 브라질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다른 선수들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말았어야 했다.

이번 경기는 포르미가에게 당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마르타를 봉쇄하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선수들에 대한 수비는 미흡했다. 이 가운데 포르미가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은 뼈아팠다.

전반 33분 선제 실점 장면도 포르미가에 대한 수비가 안됐기 때문이었다. 김도연의 백패스 실수 때문이었지만 전방 압박을 걸어오는 포르미가를 마크한 선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공격수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미드필더에 대한 강한 압박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원을 차지할 수 없다.

포르미가에게 선제 실점한 뒤로는 그대로 허리진이 뒤로 밀리면서 브라질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미드필드를 내주고 뒤로 물러난 것은 상대적으로 공격을 원활하게 풀어갈 수 없는 환경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을 소유해도 곧바로 뺏기면 위기로 이어지는 장면에 계속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 지소연이 10일 브라질과 1차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8분 마르타에게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실점하는 장면 역시 포르미가의 노련함에 당한 것이었다. 지소연이 중앙 수비수 쪽으로 공을 돌린다는 것이 포르미가에게 끊겼고 조소현이 그를 막으려다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조소현이 공을 빼내기 위해 태클한 것이 다소 늦었고 이를 그대로 파울을 유도해내는 포르미가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코스타리카와 스페인을 상대할 때도 상대의 골잡이만을 집중적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조금 더 앞으로 나가 전방 압박을 펼칠 필요가 있다. 미드필드를 장악해야만 지소연이나 정설빈, 유영아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 두고두고 아쉬운 통한의 수비 실책, 긴장하지 마라

한국 선수들은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섰다는 부담 때문이었는지 미국과 최종 평가전(1-1무)과 비교해 다소 움직임이 둔해보였다. 그러다보니 공을 너무 빠르게 처리하려다가 패스미스가 나오는 일이 잦았다.

이는 첫 경기를 치른다는 과도한 긴장감에서 온 것일 수 있다. 긴장 때문에 몸이 굳어지면 평소에 나오지 않는 잔실수가 범하게 된다. 브라질에 내준 두 차례 골 모두 실수 때문이었지, 브라질의 현란한 플레이에 당한 것은 없었다.

전반 33분 김도연의 백패스 실수가 가장 대표적이다. 평소라면 안정적으로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장면이 오히려 포르미가에게 공을 밀어준 것처럼 되어버렸다. 김도연과 골키퍼 김정미가 인천 현대제철에서 함께 산전수전을 겪은 팀 동료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생각하지도 못한 실수였다.

이런 실책은 더욱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잔 실수가 계속 나왔고 브라질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밀고 들어가며 여러 차례 위협적인 슛을 날렸다. 그러다보니 한국은 점점 더 뒤로 물러나게 됐다.

페널티킥을 내주는 장면 역시 패스 실수 때문이었다. 페널티 지역 근처 또는 안에서 하는 패스는 실책이 나올 경우 실점으로 곧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천하의' 지소연이 그런 실수를 했다.

이기고 싶은 마음 또는 최소 승점 1이라도 벌고 싶은 생각이 있었겠지만 브라질전은 오히려 부담을 버리고 즐겼어야만 했다. 어차피 이 경기는 승점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본전인 경기였다. 즐기지 못하고 긴장했던 것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

▲ 전가을(오른쪽)이 10일 브라질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16강 진출 가능성,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브라질전을 통한 수확도 있다. 비록 지긴 했지만 우리의 플레이만 착실하게 해나간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출전 직전 체력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것도 증명됐다. 90분을 뛰면서 오히려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쪽은 브라질이었다.

이는 14일 코스타리카전은 물론이고 18일 오타와에서 벌어질 스페인전도 부담될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1승 1무 1패만 거둬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나갈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1승 2패만으로도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스페인과 코스타리카 모두 브라질보다 공격력에서는 나을 것이 없었다. 오히려 개인기술은 브라질 쪽이 한 수 위다. 몸싸움에서 밀리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라는 점에서 브라질전 패배를 교훈 삼아 2,3차전을 준비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브라질전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웠듯 코스타리카, 스페인전에서도 그렇게 풀어가면 된다. 코스타리카와 스페인은 월드컵 첫 출전인데다 랭킹에서도 큰 차가 없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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