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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30m 무회전킥, 세트피스골 배고팠던 슈틸리케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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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30m 무회전킥, 세트피스골 배고팠던 슈틸리케 '심쿵'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7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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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선제골 도움에 추가골까지 1골 1도움…염기훈도 날카로운 왼발로 미얀마 골문 위협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손날두'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의 오른발까지 깨어났다. 이제 한국 축구대표팀은 염기훈(32·수원 삼성)과 함께 세트피스 '좌우 쌍포'를 장착하게 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얀마와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첫 경기에서 손흥민의 오른발로 만든 세트피스 2골로 2-0으로 이겼다.

역시 '손세이셔널'이었다. 손흥민의 오른발은 '황금의 발'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전반 34분 이재성(23·전북 현대)의 헤딩 선제결승골은 손흥민의 오른발 코너킥에서 만들어졌다.

또 후반 22분 폭발한 오른발 무회전 프리킥은 작품이었다. 손흥민의 오른발에서 떠난 공은 회전없이 날아가 단신인 미얀마 골키퍼의 키를 넘겼다. 미얀마 골키퍼는 공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채 '만세'를 부른 꼴이 됐다. 얼마나 멋지게 날아갔던지 평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슈틸리케 감독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미얀마를 상대로 2골을 넣는데 그친 것은 불만족스럽지만 염기훈의 왼발과 손흥민의 오른발이라는 세트피스 쌍포를 장착한 것은 이번 동남아 2연전의 수확이다.

◆ 골 넣고 의기양양 손흥민, 호날두를 연상시키다

손흥민은 이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프리킥을 넣은 뒤 의기양양한 모습은 마치 호날두가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뒤 '이쯤이야,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라는 표정과 흡사해보였다.

손흥민은 미얀마전에서 호날두가 부럽지 않았다. 마치 호날두에 빙의된 듯 했다. 왜 '손날두'란 별명이 붙었는지를 입증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전반 초반부터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미얀마를 위협했다. 특히 전반 11분 김창수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시키는 장면은 아시아를 넘어선 월드클래스 스타임을 재확인시켰다. 골문 앞에 있던 수비수의 가슴을 맞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가장 그림과 같은 골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손흥민의 또 다른 별명 '손타스틱'의 위용을 빛났다, 전반 중반 측면 대신 중앙을 계속 공략하는 과정 속에서도 손흥민은 미얀마 수비 두서너 명 정도는 가볍게 제쳤다. 미얀마가 중앙 수비를 두껍게 하며 늪을 만들어놔 한국의 공격이 제대로 풀리진 않았지만 손흥민은 고군분투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세트피스에서 손흥민의 오른발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세트피스로 골을 넣지 못해 득점력 빈곤에 허덕였다. 그러나 UAE전에서 염기훈의 환상 왼발 프리킥으로 골문을 연 뒤 세트피스에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미얀마처럼 약체가 밀집 수비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세트피스를 강조했다. 세트피스 훈련을 비공개로 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 결과 '좌 기훈, 우 흥민'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오른발로 차야 하는 왼쪽 코너킥은 손흥민이 맡고 왼발이 필요한 오른쪽 코너킥은 염기훈이 책임졌다. 그리고 전반 34분 이재성의 골도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 크로스에서 만들어졌다.

후반 22분 프리킥 골 장면도 손흥민이나 염기훈 둘 중 하나가 차도 무방했다. 골문 거리가 30m 정도로 다소 길긴 했지만 염기훈의 강력한 왼발로도 충분히 공략 가능한 것이었다. 미얀마 수비 역시 염기훈, 손흥민 가운데 누가 프리킥을 찰지 고민되는 모습이었다. 결국 손흥민이 멋진 무회전 프리킥 골을 만들어냈다.

또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빡빡한 일정을 마쳐 피곤한 상황에서도 진가를 보여줬다. 손흥민은 UAE전에서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다소 부진했지만 미얀마전을 통해 지쳐있어도 클래스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 염긱스의 왼발,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위협적이었다

손흥민이 '손날두'라면 염기훈은 '염긱스'다. 라이언 긱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현역 시절 왼발의 달인이라고 불렀던데서 유래했다.

염기훈의 왼발은 전반 4, 5분에 가장 위력적이었다. 전반 4분 만에 첫 번째 프리킥 기회를 맞이한 가운데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 5분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만들어낸 기회에서 염기훈의 강한 왼발슛이 나왔지만 포스트를 때려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래도 염기훈의 왼발은 경기 내내 위협적이었다. 오른쪽 코너킥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위협적인 공격 루트로서는 합격이었다. 비록 미얀마전에서는 자신의 왼발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UAE전 골을 통해 A매치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8월 1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을 치른다. 이 대회는 소속 클럽의 차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손흥민 등 유럽파와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다.

결국 동아시안컵에서는 K리거들의 힘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미 이재성 등 K리거들이 대표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로서 염기훈의 능력을 따라올 선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K리거 가운데 핵심 전력이라고 부를 만하다.

손흥민과 염기훈의 프리킥은 밀집수비를 능히 뚫어내는 창이 됐다. 앞으로도 밀집수비로 한국전에 맞설 쿠웨이트, 레바논, 라오스를 상대로도 더욱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이번 동남아 2연전은 슈틸리케호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 염기훈(가운데)이 16일 미얀마전에서 강한 왼발 슛을 날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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