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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우승, 여왕 만든 '딸바보' 대디의 그 짠한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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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우승, 여왕 만든 '딸바보' 대디의 그 짠한 숙명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2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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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관 최지연씨, 8년동안 캐디 맡으며 딸 뒷바라지…퓨처스투어부터 LPGA 승리까지 동고동락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최운정(25·볼빅)의 우승과 함께 다시 한번 '골프 대디'가 부각되고 있다. 2008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무려 8년 동안 골프백을 메고 딸을 뒷바라지했던 아버지의 '희생'이 있었기에 최운정 우승이 가능했다. 그것도 7년 고생을 끝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감격의 첫 승.

최운정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즈 골프클럽(파71, 6506야드)에서 끝난 2015 LPGA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장타소녀' 장하나(23·BC카드)를 이기고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최운정이 연장 첫 홀에서 파로 끝낸 뒤 장하나가 보기를 기록하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주위에서 축하 물세례가 이어졌다. 이어 최운정의 캐디를 맡아왔던 아버지 최지연(56) 씨를 향한 물세례도 빠지지 않았다.

최운정 우승을 위해 고생해온 아버지 최지연 씨는 1989년부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한 전직 경찰이다. 그러나 딸이 미국으로 건너온 2008년부터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은퇴하고 골프백을 짊어졌다.

2008년 퓨처스 투어에서 뛴 뒤 2009년부터 LPGA에서 활약한 딸에게 좀처럼 우승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2012년 박인비(28·KB국민카드)와 벌였던 매누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에서 연장 접전을 벌였지만 끝내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기억도 있다.

156전을 치르면서 28번의 톱10이 있긴 했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157번째 대회만에 드디어 감격의 포옹을 할 수 있었다.

최지연 씨는 최운정 우승 직후 소속사인 볼빅을 통해 "딸이 정말 대견스럽다. 열심히 한 덕분에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물을 냈다"며 "사실 운정이는 큰 장점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열심히 한 힘이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LPGA는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느냐. 대신 딸에게 프로로서 직업의식에 대해 얘기해줬다"며 "드라이브 비거리나 테크닉이 눈에 띄게 뛰어나진 않지만 꾸준히 연습한 덕분에 우승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딸이 우승을 차지할 경우 캐디를 그만둔다고 했던 최지연 씨는 "당연히 캐디를 계속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캐디를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며 "딸이 꼼꼼한 성격이기 때문에 좀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당분간은 계속 딸의 골프백을 계속 멜 것 같다"고 전했다. 최운정 우승으로 '골프대디'가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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