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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폭포수' 폭스, 외인 안방마님 인식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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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폭포수' 폭스, 외인 안방마님 인식 바꾸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2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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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 전력 약화-국내 유망주 기피, 외인포수 영입 가능성 높인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KBO리그에서 외국인 포수라는 이름은 아직 어색하다. 보통 외국인 투수가 세 자리 중 둘을 차지하고 나머지 한 자리도 수비가 좋은 3루수나 외야수, 거포 1루수가 꿰차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타자를 영입할 때는 수비보다는 타격에 더 중점을 둔다. 때문에 전문 포수를 외국인 야수 카드로 쓰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여기 포수를 볼 때 가장 빛이 나는 선수가 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선수 제이크 폭스(33)가 바로 그다. 폭스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첫 출장한 26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안정감 있는 리드와 수비를 펼쳤다.

▲ 폭스가 26일 KBO리그 대전 삼성전에서 역전 솔로 홈런을 때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이날 6회부터 안방마님 자리에 앉은 폭스는 비록 포구에서는 어설픈 면이 보이기도 했지만 안정적인 리드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특히 양 팀이 9-9로 맞선 연장 1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예리한 송구로 박한이의 도루를 저지, 팀 끝내기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온라인상에서는 벌써 폭스와 포수를 합한 ‘폭포수’라는 별명이 생겼다. 폭스는 타석에서도 홈런 포함 6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올해 한화로 영입된 뒤 외야수를 맡은 폭스는 미국 무대에선 전문 포수로 뛰었다. 2003년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73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 폭스는 포수로 입단했다. 외야수나 1루수는 체력 안배를 하는 차원에서 소화한 포지션이었다.

2004년 엔젤 페냐(전 한화), 지난해 비니 로티노(전 넥센) 이후 KBO리그에서 세 번째로 외국인 포수가 된 폭스는 향후 포수 출장 가능성을 높였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체력이 떨어져 있고 정범모도 아직은 포수로서 미숙한 부분이 많다. 팀 사정상 폭스가 마스크를 쓸 경기가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 한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폭스가 앞으로도 포수로서 좋은 면모를 보여준다면 외국인 포수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외국인 포수는 국내 투수와 의사소통 문제를 이유로 영입을 꺼려왔다. 하지만 폭스처럼 쾌활한 성격의 포수가 투수진을 리드한다면 충분히 좋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 지난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로티노(왼쪽)가 목동 KIA전에서 홈으로 파고드는 김선빈을 태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국내 유망주 포수 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선 안정적인 포수 한 명을 영입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부상 위험이 크고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많은 유망주들이 포수를 기피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1차 지명 포함 108명 가운데 단 6명의 선수가 포수였다. 지난해 15명보다 크게 줄었다. 포수 기근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 포수로 눈을 돌릴 여지도 충분해졌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기피 포지션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도 있다. 내년 시즌 10개 구단이 수비 강화와 투수력 향상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앞으로 폭스의 꾸준한 포수 출장과 활약이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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