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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자 FA '미계약 사태' 속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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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자 FA '미계약 사태' 속출 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5.21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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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노장 많아 부담…연령 관계없는 보상제도도 발목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프로배구 V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유독 남자만 '한파'를 맞고 있다.

V리그 FA 2차 협상이 20일로 마감된 가운데 1차 협상에서 결렬돼 다른 구단과 협상을 벌일 수 있었던 5명의 선수가 모두 계약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FA시장에서 남자 선수는 모두 8명이었으나 1차 협상에서 유광우(29), 황동일(28·이상 삼성화재), 김형우(32·대한항공) 등 3명만이 사인을 했을 뿐 5명이 2차 협상에 나왔고 이들 모두 오는 31일까지 다시 원소속팀과 갖는 3차 협상에 응하게 됐다.

여자부에서는 원 소속팀과 갖는 1차 협상에서 8명이 계약을 맺고 2차 협상에서 3명이 사인을 해 11명이 팀을 찾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이번 FA 계약은 상당히 지지부진하다. 2013년에는 17명의 FA가 나와 16명이 계약을 맺었다. 후인정만 현대캐피탈과 은퇴하기로 합의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후인정이 다시 선수 복귀를 선택해 한국전력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사실상 전원이 계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에는 2차까지도 5명만 3차 협상까지 갔다.

남자 선수가 이처럼 모진 한파를 맞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노장이라고는 하지만 대한항공 팬들 사이에서 '디그 요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비에서 일가견이 있는 리베로 최부식(36·대한항공)과 함께 세터 송병일(31·우리카드)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부식과 송병일 모두 1, 2차 협상에서 모두 사인하지 못했다.

또 박종영(28·현대캐피탈)과 방신봉(39·한국전력), 김민욱(31·대한항공) 역시 3차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3차 협상도 결렬되면 다음 시즌을 뛸 수 없기 때문에 구단이 협상 주도권을 갖게 된다. FA를 통한 몸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방신봉은 3차 협상까지 결렬될 경우 1년 동안 선수로 뛸 수 없어 사실상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V리그 FA 제도가 선수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FA 제도 가운데 보상에서 너무 구단의 이익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FA 보상제도는 영입선수의 직전 연봉 200%에 보상선수 1명 또는 직전 연봉 300%로 규정돼 있다. 보호선수도 FA 영입선수를 포함해 5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호선수의 폭이 너무 좁다보니 FA를 영입했다가 자칫 주전 선수가 다른 팀으로 유출될 우려가 크다. 게다가 V리그의 보상제도는 연령에 관계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효용 가치나 기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노장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부터 제의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비해 프로농구의 FA 보상제도는 만 35세 이상의 FA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게 되면 보상할 필요가 없고 보상을 하더라도 부담이 적다.

전체 보수서열 30위 이내이고 만 35세 미만의 FA와 계약하더라도 선수 1명과 전년도 보수의 50% 또는 전년 보수의 200%만 원 소속팀에 보상하면 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 시장이 열리면 다른 구단의 선수를 눈여겨보게 되지만 이번에는 2차 협상에 나온 선수들이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며 "대부분 선수들이 주전이 아니거나 나이가 많다. 현행 보상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전력 유출이 되기 때문에 각 팀들이 2차 협상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차 협상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2012년에는 11명 가운데 3명만이 1, 2차 협상에 성공해 무려 8명이나 3차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결국 모두 사인을 해 전원 계약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아직까지는 원 소속팀에서 효용가치가 있는 선수도 있기 때문에 3차 협상에서 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V리그가 4대 프로 구기종목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보니 노장 선수가 많지 않아 나이가 많은 FA에 대한 보상 예외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다. 물론 인식을 하고는 있지만 이사회에 안건을 올릴 정도로 분위기가 성숙돼 있지 않다"며 "또 보상규정 역시 보호선수 1명에 연봉 300% 또는 연봉 400%에서 현재 수준으로 낮춰진 것도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선수들을 위한 방향으로 FA 제도가 고쳐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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