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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결승' 광명시 리틀야구, 어떻게 박찬호배 터줏대감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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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결승' 광명시 리틀야구, 어떻게 박찬호배 터줏대감이 됐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0.3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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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우승 후 수성 의지 커, 지난해 준우승 달래려 일주일간 합숙

[대전=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광명, 너네 작년에 지더니 올해는 이겼네. 더 좋겠는데?”

“네!”

우상 박찬호의 질문을 받은 광명시 리틀야구단 선수들의 우렁찬 대답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울려퍼졌다. 경기 광명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박찬호배 리틀야구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라 두 차례나 우승했다. 남양주다산기, 용산구청장기에 이은 시즌 3관왕.

리틀야구 명문이라 해도 특정 대회에서 이토록 꾸준한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 비결이 뭘까.

“특별히 강조하는 건 없어요. 열심히 하는 거죠 뭐.”

▲ [대전=스포츠Q 이상민 기자] 광명시 리틀야구단은 박찬호배 세 차례 대회서 모두 결승에 올라 우승 2회, 준우승 1회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김덕용 감독은 유독 박찬호배에 강한 이유에 대해 “나보다도 부모님들이 박찬호배 대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신다”며 “프로 선수들이 경기하는 천연잔디가 깔린 곳에서 하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싱거운 답변이다. 이는 모든 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현재 리틀야구 선수들은 1996~1998년생이 주축이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MLB)를 한창 호령할 때 태어난 이들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모르는 것은 당연지사. 박찬호를 직접 만나고 그로부터 상을 직접 받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이들은 선수들의 부모다. 30대 중후반인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15~20년 전 박찬호를 보고 희열을 느꼈다.

박찬호배 대회는 도미노피자기와 함께 리틀야구에서 가장 큰 대회로 꼽힌다. 직전 메이저 대회인 히어로즈 1라운드에서 승리한 팀만이 출전 자격을 얻는다. 예외가 있다. 우승팀은 다음해 자동 출전이다. 10월 말은 프로야구처럼 시즌이 마감되는 시점. 중학생 형들이 9월의 시작과 동시에 빠지면 5,6학년이 주축이 돼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 지난해 박찬호배 대회 준우승에 만족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김민혁. 그는 1년 뒤 같은 대회에서 모범상 수상자가 됐다. [사진=스포츠Q DB]

김덕용 감독은 “초대 대회 우승할 때가 광명시의 전성기가 막 시작될 때였다. 형들이 원년대회를 제패한 이후 후배들이 박찬호배 하면 자동 진출을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일주일 동안 대전에서 묵었다. 충남중학교 운동장을 빌려 훈련도 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시즌 결승에서 부산 서구에 패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숨은 노력이 있었던 것.

이어진 발언에서 광명시가 박찬호배만 되면 극강으로 변모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김덕용 감독은 “꾸준한 팀이 되는 것이 늘 첫 번째 목표다. 현재도 5학년들이 주축이 많다”며 “내년에도 광명시의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해 반짝하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6학년에 버금가는 5학년들이었던 것.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주장 엄태경은 “우리는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골고루 잘 해서 그런 것 같다. 팀워크로 승부를 보는 팀이라 (형들이 졸업해도) 강하다”고 나름의 의견을 내놨다. 모범상 수상자 김민혁은 “끝까지 쫓는 데는 우리가 일등이다. 우리는 집중력이 있어서 박찬호배처럼 큰 대회에서 더 강하다”고 거들었다.

▲ [대전=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덕용 감독(가운데)이 공수교대 때 선수들에게 구체적인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에 따르면 박찬호배 대회는 수상 용품 규모가 다른 대회에 비해 월등히 크다. 연맹 관계자는 “주최 측인 대전시, 대전시체육회, 팀 61에서 신경을 많이 쓴다”며 “용품의 양을 보라”고 귀띔했다. 선수들은 좋은 성적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야구용품 박스를 한아름씩 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모범상을 받은 김민혁의 경우 프로선수들이 착용하는 고가의 선글라스와 전동 칫솔을 부상으로 받아 동기, 후배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결승에서 격돌한 김덕용 감독과 준우승팀 서울 노원구 이중달 감독은 각각 30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 상품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학부모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박찬호배 터줏대감’ 광명시의 독주는 내년에도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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