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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고경표에 박보검, 류준열까지…혜리 남편찾기, 욕하면서도 보게되는 이유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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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고경표에 박보검, 류준열까지…혜리 남편찾기, 욕하면서도 보게되는 이유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1.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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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27년 후 혜리는 1980년대 '책받침 여신' 이미연이 됐다. 그렇다면 27년 후 김주혁의 모습으로 등장한 혜리의 남편은 과연 누구일까? 고경표? 류준열? 박보검?

13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3회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 전통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남편찾기'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연애 플래그를 꽂으며 시청자들의 선택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만들었다.

'응답하라 1988' 2회까지만 해도 쌍문동 골목길 5인방 선우(고경표 분), 택(박보검 분), 정환(류준열 분), 동룡(이동휘 분) 중 성덕선(혜리 분)의 미래 남편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고경표였다. '응답하라 1988' 2회에서 혜리가 고경표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이 아끼는 청자켓까지 몰래 훔쳐입고 나서는 모습이 등장했기 때문.

▲ 성덕선(혜리 분)은 선우(고경표 분)가 성덕선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친구들의 말에 선우를 남자로 의식하고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성덕선은 고경표가 첫사랑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13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3회에서는 왜 혜리가 고경표를 짝사랑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과거 에피소드와 더불어 혜리와 류준열, 혜리와 박보검 사이의 연애 플래그를 확실히 세워주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27년 후 김주혁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혜리의 남편은 과연 누구일까요?"라고 수수께끼를 던졌다.

먼저 등장한 것은 왜 혜리가 쌍문동 골목길 5인방 중 고경표를 좋아하게 됐는가를 설명해주는 과거 장면이었다. 혜리는 이름도 거창한 '브라질 분식'에서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다가 라면을 먹으러 온 고경표, 류준열, 이동휘를 만나게 된다.

이 때 고경표는 혜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라면 하나 먹을래?"라고 다정하게 물어봤고, 혜리의 친구들은 고경표의 미묘한 스킨쉽에 "저건 분명 선우가 너 좋아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지어버린다. 친구들의 말을 신경쓰던 혜리는 그 말로 인해 자신이 고경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한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한 번 고경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자 고경표를 대하는 혜리의 태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고경표가 평소처럼 집에 찾아오자 재빨리 옷도 갈아입고 나름 꽃단장한다고 화장도 찍어 바르고 나오고, 친구들끼리 라면을 먹다가 깻잎 장아찌를 고경표와 같이 집었다는 이유만으로 얼굴이 발그레하게 붉어진다. 그 위로 혜리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1988년 여름, 성덕선 인생 최초의 사랑.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고경표도 혜리를 좋아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혜리는 고경표를 짝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혜리는 자신이 고경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그 시간, 다른 두 명의 친구들이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고 쳐다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직은 알지 못한다.

혜리에게 먼저 남다른 시선을 보낸 것은 언제나 묵묵히 홀로 바둑을 두던 택(박보검 분)이었다. 이미 지난 방송에서도 혜리를 대하는 남다른 눈빛을 보여주던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 3회에서 혜리가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자 아무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조심스레 혜리를 다시 한 번 쳐다보고, 혜리가 가져왔던 라면국물이 튄 경주 수학여행 안내 가정통신문을 고이 접어서 집으로 가져와 읽고 또 읽는다.

이 장면은 물론 어린 나이에 바둑의 세계에서 활동하느라 학교도 다니지 않는 박보검이 청춘을 만끽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장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극 중 박보검의 아버지인 최무성은 아들이 보고 있던 혜리의 가정통신문을 보고는 박보검이 평범한 10대 고등학생의 생활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했고 말이다. 그러나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박보검이 유독 혜리를 쳐다보는 순간에 동공이 흔들리는 것이 결코 그런 평범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응답하라 1988' 3회에서 혜리에게 새롭게 연애 플래그를 꽂은 것은 혜리와 윗집 아랫집으로 같이 사는 정환(류준열 분)이었다. 류준열은 평소 혜리를 보고 별다른 생각이 없을 정도로 무덤덤했지만, 경주 수학여행에서 쌍문고 교사이자 동룡(이동휘 분)의 아버지인 류재명에게 쫓겨 도망다니다가 혜리와 좁은 건물 사이에서 가슴을 맞대고 숨게 되면서 혜리를 이성으로, 여자로 의식하기 시작한다.

류준열은 자신과 가슴을 맞대고 숨어있다가, 선생님이 멀리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을 돌리는 혜리를 바라보며 펄펄 끓어오르는 10대의 혈기를 진정시키느라 한참 애를 썼어야 했다. 그리고 결국 류준열은 그날 밤 숙소에서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며 혜리에 대한 상사병을 앓기 시작했다.

▲ 성덕선(혜리 분)이 선우(고경표 분)를 첫사랑으로 생각하고 설레던 그 시기, 택(박보검 분)과 정환(류준열 분) 역시 성덕선을 남몰래 짝사랑하며 설레기 시작한다. 하지만 성덕선은 아직 그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 1997', 그리고 '응답하라 1994'에 이르기까지 앞선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보여준 '남편찾기' 퀴즈에 대해 시청자들은 명백하게 호불호가 갈린 반응을 보여왔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에서도 또 다시 '남편찾기'가 예상대로 등장하자 이번에도 남편찾기냐는 볼멘 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남편찾기'에만 매달리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구태의연한 모습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동안 추억 콘텐츠, 복고 콘텐츠를 앞세운 많은 프로그램들이 반짝 인기를 얻다가 시들어버린 수많은 경우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응답하라' 시리즈가 내세우는 추억과 복고 콘텐츠는 그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응답하라' 시리즈가 무려 세 번째 시리즈로 만들어지고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현상이 단지 추억과 복고 콘텐츠의 힘만이 아니라 '남편찾기'로 인한 호기심과 트렌디한 재미도 분명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공중파에 '욕하면서도 보는 막장 드라마'가 있다면 케이블에는 '욕하면서도 같이 남편부터 찾고보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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