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9 10:07 (목)
'배우학교' "연기 잘 하는 법"이 아닌 "나를 비우는 법"을 찾아 헤매는 연기경력 30년의 만학도 이원종의 눈물겨운 열정 (뷰포인트)
상태바
'배우학교' "연기 잘 하는 법"이 아닌 "나를 비우는 법"을 찾아 헤매는 연기경력 30년의 만학도 이원종의 눈물겨운 열정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2.19 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연기파 배우 박신양이 직접 연기 선생님이 되어 연기 못 하는 연예인들에게 연기 교육을 시킨다는 tvN '배우학교'의 라인업이 처음 발표됐을 때, '이원종'이라는 이름을 확인하고는 당연하게도 이원종이 박신양과 함께 선생님으로 등장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이원종은 선생님이 아닌, 연기자로는 오히려 후배인 박신양에게 연기를 배우는 학생의 입장이었다.

tvN '배우학교'는 연기선생님 박신양이 이원종, 장수원, 이진호, 심희섭, 박두식, 유병재, 남태현 등 일곱 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연기교육을 진지하게 하면서, 매회마다 일곱 명의 학생 중 한 명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배우학교' 1회에서 포커스가 맞춰진 학생은 유병재였고, 2회에서는 로봇연기의 대가 장수원이었다면 3회의 주인공은 이원종이었다.

▲ tvN '배우학교' [사진 tvN '배우학교' 방송화면 캡처]

이원종이 사실 '배우학교'에서 박신양에게 연기를 배울 레벨의 배우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원종은 나이로도 박신양보다 형일 뿐 아니라 연기경력 역시 박신양처럼 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정식으로 연기를 배우진 않았지만, 1987년 연극무대에서 시작해 수많은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은 못했어도 조연으로 명성을 쌓아온 연기경력 30년의 베테랑 배우이기 때문이다.

이원종은 연기경력만 따져도 선생님인 박신양보다 선배이고, 심지어 이원종과 박신양은 영화 '달마야 놀자'와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는 함께 파트너로 연기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사이였다. 그런 이원종이 기꺼이 자신의 후배라 할 수 있는 박신양에게 연기를 배우려는 이유는 최근 들어 자신의 연기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꿈과 열정이 사그라들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배우학교'에 나오는 일곱 명의 학생들 중 이원종은 항상 절박함으로 가득찬 기분이다. 사실 지금의 연기로도 어디에 내놔도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 처음 연기를 배우는 것처럼 열성을 다해 연습하고 선생님 박신양의 말을 귀에 꼭꼭 새겨 담아두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귀찮은데 실내에서 발성연습을 하자는 제안에 그래도 발성연습과 스트레칭은 빨리 산에 다녀오면서 하자는 다른 학생들이 보기에 눈치없는 행동 역시 이런 간절함과 절박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연기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연기를 익히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를 비우는 과정이다. 이원종이 박신양이 내준 과제로 '노틀담의 꼽추'의 꼽추 콰지모도를 연기한 것에 대해 박신양은 이원종이 '콰지모도'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콰지모도'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원종'을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을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상아탑 안에서의 정규적인 연기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30년 동안 연기를 해온 이원종이기에 연기의 표현력은 훌륭해도 '비운다'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오히려 어렵게 다가온 것이다.

▲ tvN '배우학교' [사진 tvN '배우학교' 방송화면 캡처]

이원종은 '배우학교'에서 연기를 하면 할수록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애초의 마음가짐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고, 이를 더욱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하려고 했다. 그 결과 이원종은 '지젤'을 베이스로 한 발레수업에서 정말 자신을 비우고 몰입해서 연기를 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투박하고 거친 외모, 그리고 어설픈 발레 실력과 눈에 두드러지는 몸매에도 불구하고 그가 표현하는 선(線)이 아름답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보는 이를 매혹시키는 표현이었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원종은 '배우학교'에 연기를 배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이원종에게 필요한 것은 '연기를 잘 하는 법'이 아니라 '나를 잘 비우는 법'이었고, 이것을 박신양에게 지적받으며 깨닫고 순수한 열정과 젊음으로 덤비는 동생들에게 배우고 있다. 배우로 사람들 앞에서 나만의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젊은 날의 꿈과 열정은 30년이라는 세월과 힘들고 고된 조단역 생활을 거치며 희박해졌지만, '배우학교'를 통해 다시 그 꿈을 찾고 나를 비우고 연기하는 법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