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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선발야구 트렌드' 역행하는 한화이글스, 장기레이스 버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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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선발야구 트렌드' 역행하는 한화이글스, 장기레이스 버틸 수 있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4.04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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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2경기 연속 퀵후크 단행…지난해 실패로 돌아갔던 '벌떼야구' 버리지 않은 김성근 감독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확실한 색깔을 나타냈다고 봐야할까. 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지난 시즌 논란의 중심이었던 ‘퀵 후크(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마치기 이전에 교체하는 것)’를 올해 개막 시리즈에서도 단행했다.

LG 트윈스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 2연전에서 선발 송은범에게 3이닝, 김재영에게 1⅔이닝만을 던지게 했다. 두 투수 모두 3실점을 기록했지만 김성근 감독의 마운드 운용 전략에 따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화는 지난 1일 개막전에서 5명의 불펜 투수를 쓰고도 연장 12회까지 간 끝에 4-5로 졌고 이튿날 경기에선 7-5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1회에서 끝내기 3루타를 허용, 7-8로 패했다.

▲ 1일 LG와 개막전에서 3이닝만을 던진 뒤 교체된 송은범.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 시즌 후반기 불펜 과부하로 쓰라린 맛을 봤던 김성근 감독이기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마운드 운용이다. 확실한 마무리 정우람을 영입했지만 그 하나로 불펜의 선수층이 두꺼워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과연 한화는 이런 흐름 속에서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버틸 수 있을까.

◆ 개막 시리즈서 발견된 트렌드, '선발투수 믿는다'

올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감독들은 최대한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려 했다. 144경기의 긴 레이스에서 불펜의 체력 안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일 KIA와 개막전에서 김경문 NC 감독은 선발 에릭 해커가 3회초 1점, 4회 2점을 내주는 것을 봤지만 6회 2사까지 던지게 했다. 김기태 KIA 감독 역시 선발 양현종이 2회 2점, 3회 2점을 내주면서 흔들리는 것을 보고도 6회까지 책임지도록 믿음을 실어줬다.

조범현 kt 감독 역시 마찬가지. 이날 선발투수 슈가 레이 마리몬이 SK 타자들을 상대로 4회까지 4점을 내주면서 흔들렸지만 6회까지 던지게 했다. 마리몬은 5회와 6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류중일 감독도 두산과 개막전에서 3회까지 4점을 내주며 고전한 선발 차우찬에게 6회까지 던지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차우찬은 6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류 감독은 “감독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려면 선발투수가 잘해줘야 한다”며 “초반에 무너져도 가급적 기회를 주려 한다. 1회에 3점을 주든, 6회에 3점을 주든 그 외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 다 같은 퀄리티스타트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단호했다. 개막전에서 송은범이 3회까지 3점을 내주자 4회부터 두 번째 투수 송창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시즌 선발 등판 때보다 구원으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 성적이 안 좋았던 송창식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1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김 감독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 루키 김재영은 프로 데뷔전에서 아웃카운트 4개만을 잡은 뒤 두 번째 투수에게 공을 넘겨줘야 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선발자원 부족한데 퀵후크…'보직파괴' 선언으로 봐야 하나?

3일 경기를 우천으로 치르지 않았지만 한화에 개막 2연전 패배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도합 9시간 55분 대혈투를 치렀지만 두 번씩이나 끝내기 안타를 맞아 1승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의 복귀 시기가 불투명하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의 기량도 그리 출중한 편은 아니기 때문. 마에스트리는 시범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했다. 여기에 안영명마저 제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한화 선발진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선발진이 ‘불펜야구’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SK 사령탑 시절 선발, 불펜이 리그 최상급인 마운드를 운용했던 김성근 감독이 마운드가 약한 한화로 와서 새로운 색깔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 송은범, 김재영이 더 점수를 내줄 경우, 승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일찍 불펜을 가동한 것일 수도 있다. 일찌감치 ‘보직 파괴’를 선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특정 불펜 투수에게 많은 이닝을 맡긴다는 우려에는 이견이 없다. 김 감독은 1일 권혁에게 2이닝을 던지게 한 뒤 2일 경기에서도 마운드에 올려 1⅔이닝을 던지게 했다. 지난 시즌 112이닝을 투구하며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권혁이기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듯 보였지만 김 감독은 일단 자신이 믿는 투수에게는 많은 이닝을 맡겼다.

김성근 감독의 2경기 연속 퀵후크.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시즌 내내 이런 식으로 마운드를 운용할까. 트렌드를 역행하는 김 감독의 ‘마이웨이’ 행보에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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