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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누도 잇신 감독 "한효주는 우에노 주리와 클래스 다른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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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누도 잇신 감독 "한효주는 우에노 주리와 클래스 다른 여배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22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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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전남)=스포츠Q 용원중기자] 이와이 슈운지와 더불어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일본 대표 감독 이누도 잇신(55)이 한국영화계에 대한 부러움과 호기심을 한껏 드러냈다.

10대 시절인 1979년 피아 필름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이후 아사히 프로모션에 입사, 광고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은 그는 95년 ‘두 사람이 말한다’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 이후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청춘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구구는 고양이다’ ‘메종 드 히미코’ 등의 영화로 관객을 사로잡아 왔다.

▲ 이누도 잇신 감독이 22일 순천만공원 내 프랑스정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제공]

21일 개막한 제2회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 ‘우리 곁의 동물들’ 섹션에는 그의 대표작 ‘구구는 고양이다’(2008)와 ‘우리 개 이야기’(2005), ‘단편’ 섹션에는 ‘금붕어의 일생’(1993)이 초청받았다. 영화제 참석차 내한한 이누도 감독을 22일 오후 아름다운 순천만정원 내 하얀 카페에서 만났다.

- 동물이 주요 오브제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으로써 순천만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 동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은데 관련 영화제가 개막해서 기쁘다. 일본에선 동물영화제가 열린 적이 있으나 1회로 끝나버려 아쉬웠다. 동물 영화가 동물을 바라보는 철학이 확고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듯 영화제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 '금붕어의 일생’은 낯선 작품인데 설명해 달라.
▲ 93년 광고계에서 일할 때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기법으로 만든 영화다. 당시는 디지털 영화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연못에서 태어난 금붕어가 축제날 금붕어 건지기 코너에서 한 소년에게 건져지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에선 처음으로 상영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영화제에 입상해 수상 상금으로 장편 상업영화를 연출하게 됐으니 ‘금붕어의 일생’이 없었다면 ‘영화감독 이누도 잇신의 일생’도 없었을 거다.(웃음)

▲ '금붕어의 일생'
▲ '구구는 고양이다'

- '구구는 고양이다’는 순정 만화가와 주변 사람들이 고양이 구구로 인해 인생의 재미를 찾고 점점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려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 일본의 와우와우채널에서 오는 10월부터 5분짜리 4회 분량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내가 직접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음껏 집어넣었다. 여주인공인 순정만화가 아사코와 어시스턴트 나오미는 그대로 존재하고 나머지 캐릭터와 출연진은 많이 바뀌고 보강됐다. 고양이를 데리고 2편이나 영화를 찍어봤기에 이젠 고양이 연기의 달인이 됐다. 이번엔 수월하게 작업할 것 같다.

- 동물들을 데리고 영화작업 할 때 어려움이 크지 않을까. 소통의 문제 등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 같다.

▲ 어쩔 땐 투수의 기분이 든다. 새로운 투구법을 계속 시도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 투구법으로 완성되지 않나. 개와 고양이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기도 한다. 개는 어느 정도 예측, 계획이 가능하다. 잘 따라와 주고 섬세한 연기도 가능하다. 그러다 잘 안되면 현장 분위기가 급격히 안 좋아진다. 반면 고양이에 대해선 기대 자체가 없어서 연기를 잘 하면 현장 분위기가 매우 업(Up)된다. 동물들과 작업할 땐 수행하는 자세로 영화를 촬영하지만 독, 캣 트레이너의 조언에 힘입어 어려운 상황을 잘 넘어간다. 스트레스가 심한 개, 고양이들을 면밀하게 체크하면서 배려하면서 찍어야만 한다.

- 새 영화 ‘미라클 데비쿠로 군의 사랑과 마법’에서 세계적인 한국인 조명 디자이너 역에 한효주를 지난해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 영화는 2~3주 전에 완성이 돼 올 가을께 개봉될 예정이다. 한효주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 줄 몰랐다. 함께 작업해 보니 코미디부터 진지한 멜로, 액션 등 연기폭이 넓은 배우더라. 스타성도 느껴졌다. 스타임에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작업해보고 싶은, 너무나 훌륭한 여배우다.

- 한국배우와 일본배우의 연기 결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면?

▲ 한효주가 술에 취해 자는 연기를 할 때 ‘엉망진창이 돼서 코골고 자봐라’라는 주문을 하면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해 그대로 연기하는 걸 보고 감동했다. 여배우임에도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에너지가 대단하더라. 반면 아름답고 고저스(Gorgeous)한 여신 캐릭터를 주문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신으로 변신한다. 보통 여자 캐릭터를 섬세하고 집중력 있게 연기하는 우에노 주리에게 화려한 여신을 연기하라고 하면 쉽게 결과물이 안 나올 거다. 본인이 선택하지도 않을 거고.”

- 오다기리 조, 츠마부키 사토시, 시바사키 고우, 리야자와 리에, 히로스에 료코 등 일본의 간판급 청춘스타들과 작업해 왔다. 어느 배우와 호흡이 가장 잘 맞았나.

▲ 우에노 주리와 츠마부키 사토시를 꼽겠다. 대중이 이들의 매력을 발견하기 전에 두 배우를 발굴한 데서 오는 애착이 크다. 요즘도 가끔 만나서 술 마시며 대화를 나누곤 한다. 같은 영화판에 존재하면서 함께 나이 먹어가는구나,란 느낌이 든다. 좋은 기회, 적합한 역할이 있으면 또 함께 영화작업을 할 거다.

- 국내 영화제에 게스트로 참석을 많이 하고, 봉준호 감독의 팬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을 만큼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한국영화와 일본영화의 차이가 뭐라고 보나.

▲ 일본은 영화사나 방송사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기획영화가 많다. 회사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느낌이다. 한국은 창의적인 작품을 많이 만든다. 프로듀서와 감독 등 영화인들끼리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관객 즉 국민성의 차이도 있다. 일본은 드라마를 영화화하는 경우가 많다. TV에서 본 걸 영화배우 연기를 통해 다시 보길 즐긴다. 이는 자신의 선택에 실패하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다. 안심하고 관람하고 싶어한다. 한국 관객은 항상 새로운 것을 보려고 한다.

 

- 최근 들어 미스터리 스릴러(제로 포커스), 사극 무협영화(무사 노보우) 등 장르와 표현의 폭을 넓혀가는 느낌이다.

▲ 한국관객들이 나의 청춘영화를 많이 기억해주시는데 난 다양한 영화를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장르의 영화를 한편씩 찍어오고 있다. 연출할 때 기획 프로젝트를 제안받아서 하는 경우가 있고, 스스로 찍어보고 싶어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제안받은 작품이라도 평소 하고 싶었던 소재와 장르와 흡사해야만 수락한다. 물론 상업적 성공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문이다. ‘무사 노보우’는 내가 기획한 작품이다. 신인 시나리오 작가 수상작이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더라. 읽어봤는데 진지하고 어려운 보통의 시대극과 달리 밝고 재밌는 점이 흥미로웠다.

-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 5년 전부터 기획해온 드라마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방송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매체는 대중과 문화를 연결해주고,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다. 이같이 소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직업에 대한 애착과 열의가 떨어졌는데 그 갭을 그려내고 싶다.

 

[취재후기]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인터뷰 틈틈이 인터뷰어에게 질문을 했다. ‘왜 한국에선 드라마를 영화로 잘 만들지 않느냐’ ‘한국 감독들이 드라마 연출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언가’ ‘명예와 권위가 실추된다고 여기는 건가’ 등등. 지한파 감독이자 한국영화 앓이를 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여실히 들었다. 담담하고 섬세한 터치를 예상했는데 선 굵고, 호방한 면모가 슬쩍슬쩍 드러나 의외이기도 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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