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인터뷰] '명량' 김한민 감독, 1500만 신화 비결은 '이순신 장군의 시대정신'
상태바
[인터뷰] '명량' 김한민 감독, 1500만 신화 비결은 '이순신 장군의 시대정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19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전쟁액션 대작 '명량'이 전인미답의 흥행 스코어인 1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량'은 지난 17일 1400만명을 넘어선 뒤 개봉 21일째인 19일 11만3726명의 관객을 더해 오후 1시30분 누적관객 1500만명(배급사 기준)을 넘겼다. 국내 개봉작 중 최초의 기록이다. 김한민(46) 감독은 “‘명량’을 봐주신 관객농협 056-12-080451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개봉 전까지 빠듯하게 달려왔는데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중에 감흥이 올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담담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영화계의 신기원을 이룬 주인공 김한민 감독을 18일 저녁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바타’의 역대 흥행 1위(1362만명) 기록을 제친 지 이틀 만이고, 1500만 고지를 목전에 둔 상황임에도 차분한 표정이었다.

▲ '자기희생, 헌신, 솔선수범'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주된 흥행 요인으로 "시대정서 건드린 이순신 장군의 힘"을 꼽았다.

- 놀라운 흥행을 이룬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여러 분석이 나왔는데 모두 설득력이 있다. 이순신 리더십에 대한 갈구, 그리움이 흥행 요소로 작동했다. 중장년층에는 ‘성웅’ 이순신이라는 콘텐츠가 충분히 잘 받아들여질 거라 여겼다. 감독 입장에서는 400여 년 전 그분을 현시대에 젊은 관객과 어떻게 소통하게 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61분에 이르는 스펙터클한 해상전투에 초점을 맞췄는데 주효한 것 같다.

- 개봉(7월30일) 이후 전 사회에 이순신 신드롬이 몰아쳤다.

▲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하는 걸 보며 나 역시 관심이 치솟았다. 이 영화가 국민이 원하는 뇌관을 건드린 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은 좌절되고 희망 없는 순간을 버텨내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순신 정신의 요체는 자기희생과 헌신, 솔선수범을 통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가는 게 아니었을까. 관객들이 거기서 감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 '명량'은 한국 영화사의 흥행 기록을 모조리 새로 쓰고 있다.

- 이순신 신드롬과 프란치스코 교황 열풍은 우리 사회 지도층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명량’ 기획 당시 이를 염두에 둔 건가.

▲ 그러진 않았다. 이순신 붐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수준이었다. 이순신 장군을 통해 지금 시대에 소통의 연결고리 혹은 상황을 만들 수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요즘 세대, 계층, 남북, 지역간 분열과 갈등이 심한데 화합과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 3년에 걸친 기획·제작기간이 소요됐다. 과거로 돌아가서 왜 이순신 장군이었나?

▲ 고향이 전라남도 순천이다. 순천, 여수는 전라좌수영이 있고 이순신 장군의 흔적과 발자취가 뚜렷하게 남아있는 지역이다. 사당과 왜선의 자취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분위기를 체화했고 영화를 시작하면서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언젠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최종병기 활’(2011)의 흥행이 잘 되면서 기간이 앞당겨졌다. ‘내가 해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 3대 대첩의 순서는 한산(1592), 명량(1597), 노량(1598) 순이다. 명량을 가장 먼저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이순신 정신의 엑기스가 가장 잘 드러난 해전이기 때문이다. 군사와 백성 사이에 퍼진 집단적 좌절을 용기로 바꿔서 기적과 같은 승리로 일구지 않았나. 장군이 자신의 생사관에 입각해서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 100만~1300만 관객을 최단 기간 돌파했고, ‘아바타’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깨는 등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가운데 어떤 기록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 개봉 주 첫 토요일에 100만 관객을 넘기더니 125만 관객까지 올라갔을 때 가장 놀랐다. 그리고 기쁨이 밀려들었다. 할리우드 대작 ‘트랜스포머3’이 세운 95만이 일일 관객수의 최대 캐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순제작비만 150억원, 손익분기점은 600만명에 달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였다. 어느 정도의 관객을 예상했나.

▲ 최소한 700만~800만명은 모아야 투자사들이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블록버스터급 영화였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일 거다. 그럼에도 700만명 정도의 관객은 자신했다. 앞서 말한 중장년층과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투트랙 전략'이 통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 이번 영화에서 제작도 겸했다. 제작사를 차린 이유가 궁금하다.

▲ 기획을 좋아한다.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지금 시대에 말하고 싶은 바가 여러 가지가 있다. 투자자와 함께 엣지 있게 표현하고 싶고, 프로젝트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감독들은 예산은 신경 쓰지 않고 작품 자체에만 집중하며 영화를 찍는다. 하지만 난 한정된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는 게 좋다. 그게 내 성향인 것 같다."

- 이른바 이순신 삼부작인 '한산'과 '노량'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돼 있는가.

▲ '한산: 용의 출현'은 이미 시나리오가 나와 있다. 2~3년 안에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거북선이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아직 구상 단계다. 부제는 장군의 죽음과 적들의 죽음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명나라 함대도 참여하니까 중국 개봉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명량’과 이순신, 최민식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이순신 그 자체로 여겨질 정도의 역연을 펼쳤다. 배우 최민식을 평가한다면.

▲ 굉장히 훌륭한 배우다. 연기적 내공이 깊다. 영화를 보는 안목이 비슷했고, 현장에서의 호흡도 좋아서 꼭 ‘한산’을 함께하고 싶으나 인연 따라 가지 않을까 싶다.

 

- 이순신 3부작 외에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해 달라.

▲ 일제 강점기 속 독립투사의 이야기나 상고사 이야기 등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 예정이다. 사극과 시대물은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멋도 있다. 그분들의 발자취가 현재와 맞닿아 있으며 역사가 주는 결과도 교훈적인 부분이 많다. 우리의 정체성을 끄집어내거나 보여주는 게 좋다.

- 당신에게 있어 영화를 하는 힘은 무언가.

▲ 감독에게 있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를 결정한 뒤 어떤 장르가 필요한가,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캐릭터 설정은 이렇게 하자 순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런 영화작업이 내 인생과 괴리 없이 부합하는 것 같다. 앞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다.

 - ‘명량’으로 인해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100억원 운운은 허수다.(웃음) 돈이라는 게 돌고도는 것이다. 쥐고 있으면 뭐하나. 의미 있게 사용할 계획이다. 일단은 영화쪽에 쓰일 부분이 있을 거고, 구체화되면 발표하겠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