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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디어 마이 프렌즈' 고두심 이야기로 소설 쓰는 고현정…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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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디어 마이 프렌즈' 고두심 이야기로 소설 쓰는 고현정…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05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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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흔히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과연 세월이 지난다고 가슴 속 깊이 응어리진 상처가 그렇게 쉽게 잊혀지고 사라질까?

4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 연출 홍종찬) 8회에서는 서로 각자 간직하고 있던 가슴 속 상처로 인해 심각한 소통의 오류를 빚고 만 장난희(고두심 분)와 박완(고현정 분) 모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고두심은 오충남(윤여정 분)으로부터 딸인 고두심이 유부남인 한동진(신성우 분)과 의심스러운 관계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한다. 고두심은 결국 고현정의 핸드폰을 확인하고 나서야 고현정과 신성우의 관계를 믿게 되고, 신성우의 집을 찾아갔다가 신성우가 고현정의 이마에 키스하는 모습을 창문 밖으로 보고 말았다.

사실 이것은 연하(조인성 분)와의 이별로 힘겨워하던 고현정이 신성우를 향해 흔들리던 마음을 정리하고 이별을 고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그것을 모르는 고두심은 다음날 바로 신성우의 출판사로 찾아가 물을 끼얹고 머리채를 잡으며 "누가 내 딸 건드리래? 과부년 딸이라 우습냐?"며 거칠게 화를 냈다.

▲ 4일 방송된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소통의 부재로 모녀 관계가 폭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

이 사건은 안 그래도 삐걱거리던 고두심과 고현정 모녀의 오랜 앙금을 터트린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뒤늦게 고두심이 신성우를 만나 행패를 부린 사실을 알게 된 고현정은 "이제는 확실히 말해야 한다. 더 이상 내 삶에 간섭하지 말라고"라고 결심하고는 고두심 앞에서 술에 취한 모습부터 담배를 피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반항을 하고, 고두심은 그런 고현정을 때리며 눈물을 흘린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 시점에서 고두심과 고현정 모녀의 오랜 앙금의 근원을 보여준다. 고현정이 아직 여섯 살 때 고두심은 자살을 결심하고, 여섯 살인 딸에게도 약이 든 요구르트를 먹게 해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었다. 비록 고두심이 쓰러진 딸을 보고 급히 병원에 들춰업고 달려가 죽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린 고현정에게 이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리고 감히 말로 할 수 없던 상처였다.

고두심에게도 마찬가지로 상처는 있었다. 고두심이 고현정에게 만나는 남자로 "유부남과 장애인은 절대 안 돼"라고 말하던 이유는 바로 고두심의 남편이 젊은 시절 자신의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뒹구는 모습을 본 트라우마의 발현이며, 장애인 역시 자신의 동생이 장애인이고 그로 인해 어머니 오쌍분(김영옥 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서로 말로 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도 있는 법이다. 고현정은 왜 그때 어머니인 고두심이 어린 자신을 같이 죽이려 했는지 그 이유를 감히 묻지 못했고, 고두심 역시 왜 고현정이 조인성과 이별하고 유부남인 신성우를 만나는지 감히 묻지 못한다. 그렇게 서로 말하지 못한 채 가슴에 계속 묻어둔 상처들이 이번에 모녀간의 싸움으로 드디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말로 하지 못해 생긴 오해의 편린들, 그리고 편린들이 쌓이고 쌓여 수없이 가슴에 생채기를 내며 만들어진 뿌리 깊은 상처들의 해결책을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문정아(나문희 분)와 조희자(김혜자 분)의 관계였다.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사진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

김혜자는 나문희가 남편 김석균(신구 분)과 이혼을 하겠다고 말하자 이혼을 반대하면서도, 혹시라도 이혼을 하게 된다면 자기와 둘이서 살자고 말한다. 그러나 나문희는 그 말에 "남편 뒤치다꺼리 하기 싫어서 이혼하는데 이 나이에 또 다른 사람이랑 살겠냐"고 퉁명스럽게 받았고, 나문희를 둘도 없는 절친으로 생각하던 김혜자는 이 말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김혜자는 밤늦게 자신의 전화를 받아 "네 전화 받으려고 전화기 안 꺼놓는 거야"라며 너와 나는 굳이 같이 안 살아도 언제나 함께라는 나문희의 말에 비로소 나문희에게 가졌던 억한 심정을 풀고 미소를 짓는다. 비록 나문희는 오랜 응어리진 상처로 인해 남편 신구와 이혼을 생각했지만, 평생을 같이 해온 친구 김혜자와 자칫 큰 상처를 쌓을 뻔한 것을 서로 속 시원하게 말하며 풀어내게 된 것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현정과 고두심도 이제 서로의 상처를 꺼내 놓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고현정은 그동안 고두심이 말했던 것처럼 어머니 고두심의 이야기로 시작해 윤여정, 나문희, 김혜자, 이영원(박원숙 분) 등 이모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결심한다. 소설의 제목은 바로 '디어 마이 프렌즈'. 그리고 고현정은 첫 번째 주인공으로 어머니 고두심을 선택하고 고두심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 자리에서 고현정은 "왜 연하와 헤어졌냐? 그 자식도 바람폈냐"는 고두심의 날선 질문에 "연하, 장애인 됐어. 엄마가 장애인은 안 된다며?"라고 차갑게 받아치면서 첫 번째 질문으로 "여섯살 때 엄마, 나 왜 죽이려고 했어?"라고 질문을 던진다.

아직은 팽팽하게 날이 서 있지만 이 과정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고현정과 고두심이 서로의 가슴 속에 있는 해묵은 상처들을 꺼내놓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너무 오래 묵어서 딱딱하게 피고름이 맺혀 딱지가 앉은 상처들을 다시 꺼내놓을 때 비로소 이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진정한 '디어 마이 프렌즈'가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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