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1 01:04 (토)
[뷰포인트] '백희가 돌아왔다' 낭만과 열정 대신 웃음과 화해 담은 한국판 '맘마미아'
상태바
[뷰포인트] '백희가 돌아왔다' 낭만과 열정 대신 웃음과 화해 담은 한국판 '맘마미아'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08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주크박스 뮤지컬 열풍을 지핀 뮤지컬 '맘마미아'가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와도 과연 아줌마들은 '댄싱 퀸(Dancing Queen)'을 부르며 40대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까?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종영된 이후 의학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가 방송되기 전까지 4부작으로 임시 편성된 KBS 월화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극본 임상춘·연출 이정섭)는 아빠 없이 자란 딸 옥희(진지희 분)가 엄마 백희(강예원 분)의 과거 보이프렌드 중 진짜 자신의 아빠가 누구인지 찾는다는 점에서 뮤지컬 '맘마미아'의 주된 흐름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한국판 '맘마미아'인 '백희가 돌아왔다'는 지중해의 낭만과 열정이 느껴지는 '맘마미아'와는 어딘지 이야기의 흐름이 상당히 불순하게 다르다.

뮤지컬 '맘마미아'에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꿈과 낭만이 있다. 비록 작은 호텔을 경영하는 도나는 '머니 머니 머니(Money, Money, Money)'를 노래하며 어느 정도 삶에 찌든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들의 삶은 그래도 아바(ABBA)의 흥겨운 노래에 맞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 '맘마미아'의 행복한 이야기가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건너오니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건축가, 은행원, 작가라는 근사한 직업을 가졌던 소피의 아빠 후보들은 왕년의 태권도 유망주지만 지금은 섬투어 여객선장을 하고 있는 우범룡(김성오 분)과 돈은 많지만 결국 양아치 출신의 건달인 차종명(최대철 분), 그리고 한우농가를 하는 농부 홍두식(인교진 분) 등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낭만과는 거리가 전혀 멀기만 하다.

▲ KBS '백희가 돌아왔다'는 '맘마미아'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흥미로운 시청포인트가 될 듯하다. [사진 = KBS '백희가 돌아왔다' 방송화면 캡처]

'맘마미아'의 나름 화목한 모녀였던 도나와 소피의 관계는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더욱 크게 뒤틀린다. 엄마 강예원은 왕년에 '베키파'의 초대 두목을 역임한 '전설'이었고, 모전여전이라고 딸인 진지희도 엄마의 뒤를 이어 전학오자마자 '베키파'의 현재 짱인 홍보름(유해정 분)을 일격에 박살내고 새로운 '짱'에 등극한다.

게다가 엄마 강예원은 과거 자신을 보는 것처럼 툭하면 싸움박질에 가출이나 하는 딸 진지희에 대해 정내미를 떼어버렸고, 딸 진지희 역시 그런 엄마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맘마미아'에서 소피가 아버지를 찾으려는 이유가 자신의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엄마 도나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기 위해서라면 '백희가 돌아왔다'는 '맘마미아'의 낭만적인 이야기와 달리 매우 한국적으로 비틀어서 부숴 버린다.

진지희는 엄마에게 실망해 아버지를 찾겠다면서 정작 아버지 후보들인 김성오, 최대철, 인교진을 어떻게 벗겨먹을지 고민을 하고, 엄마 강예원은 '빨간 마후라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양말 비디오'로 대표되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백희가 돌아왔다'와 비교되는 '맘마미아'의 낭만과 열정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린 것.

그래도 '백희가 돌아왔다'는 이 위에 발랑 까진 것 같지만 순박한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소소한 웃음을 만들어 내고, 10대 시절의 실수들로 인생들이 꼬이고 바뀐 채 30대를 맞이한 어른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통으로 뒤틀린 강예원과 진지희 모녀까지 큰 틀에서 용서와 화해의 드라마를 그려 낸다.

'맘마미아'처럼 흥겨운 음악과 춤은 없지만, 낭만과 열정은 없지만, 순박하고 촌티나게 서로 과거를 돌아보고 어색하게 용서와 화해를 건네는 이 맛이 바로 한국적인 '맘마미아'인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