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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삼국지 패왕' 현대캐피탈이 거둔 수확, 토종 영건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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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삼국지 패왕' 현대캐피탈이 거둔 수확, 토종 영건의 재발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7.17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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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감독 "어린 선수들 국제대회 경험이 소득", 이승원-송준호-김재휘에 ‘엄지척’

[인천=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국내 선수들끼리 대회를 치렀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최태웅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대회 우승만큼 의미가 있었던 건 그동안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의 재발견이었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17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 중국 상하이 골든에이지와 2016 MG새마을금고 한·중·일 남자클럽 국제배구대회 2차전에서 3-2(25-23 25-19 22-25 22-25 15-8) 승리, 2승으로 일본 제이텍트 스팅스(1승 1패)와 상하이(2패)를 제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최태웅 감독은 “중국 리그에서 10번도 넘게 우승한 상하이를 상대로 국내 선수들끼리 팀을 이뤄 우승을 달성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국제 대회 경험을 한 게 이번 대회에서 얻은 소득”이라고 말했다.

▲ 천안 현대캐피탈 세터 이승원(왼쪽)이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중국 상하이 골든에이지와 2016 MG새마을금고 한중일 남자클럽 국제배구대회 2차전에서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빠른 스피드 강점인 새로운 세터 이승원 재발견

최태웅 감독은 세터 이승원(23)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 감독은 “(노)재욱이가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이)승원이와 교체를 했는데 2단 연결이나 패턴플레이를 잘 풀어줬다. 승원이가 살아나니 팀이 안정됐다”며 “이제 승원이가 기지개를 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제 기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에는 노재욱(24)이라는 촉망받는 세터가 있다. 지난 3월에는 월드리그에 나설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도 선발됐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이 노재욱 못지 않은 잠재력을 지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최 감독은 “재욱이는 높은 위치에서 내주는 토스가 장점이다. 그렇게 하면 공격수가 편안하게 공격을 할 수 있다”며 “반면 승원이는 빠른 스피드가 강점이다. 가끔 너무 빠르게 주겠다는 욕심 때문에 토스가 낮게 가기도 하지만 그 점을 보완하면 재욱이와 승원이의 각자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전체적인 공 분배는 승원이가 더 잘한다. (문)성민이의 공격 능률을 높이기에는 승원이를 기용하는 게 더 좋다”며 “성민이의 전위 공격을 살리기 위해서는 낫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분석하고 나왔을 때 재욱이가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하기 쉽지가 않다. 훈련을 통해 더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문성민도 “재욱이는 C속공을 많이 활용하는 반면 승원이는 자신감 있는 토스가 장점이다. 라이트 토스에도 자신감을 보여 나와 잘 맞는다”며 “재욱이가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경기에서 호흡을 많이 맞췄지만 승원이도 열심히 준비해 뒤에서 제 역할을 해줬기에 팀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 천안 현대캐피탈 송준호(오른쪽)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중국 상하이 골든에이지와 2016 MG새마을금고 한중일 남자클럽 국제배구대회 2차전에서 상대 블로킹 사이로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레프트 송준호-센터 김재휘, 외국인 공격수 공백까지 메우다

공격 앞선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있다. 레프트 송준호(25)와 센터 김재휘(23)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는 오레올 까메호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외국인 선수의 빈자리를 국내 선수들이 메워야 했다.

그 역할을 두 선수가 해냈다. 송준호는 2경기 합계 25득점(8점, 17점)에 공격 성공률은 53.33%, 46.43%(점유율 20.55%, 21.71%)에 달했다. 지난 시즌 공격점유율이 5.1%였으니 4배 가량 많은 공격을 책임진 것이다. 김재휘도 지난 경기 교체 투입돼 블로킹으로 2점, 공격으로 1점을 올렸다. 유효 블로킹 3개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체로 투입됐지만 2개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최태웅 감독은 “레프트 (송)준호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김)재휘는 오늘은 조금 주춤했지만 속공 블로킹에 참여하는 동작이 중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며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든다”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함이 있는 선수들이다. 송준호는 이날 무려 10개의 범실을 했다. 김재휘는 전 경기에 비해 부진했다. 이승원도 4, 5세트에만 선발로 출전했다. 최 감독은 “4세트에 현대캐피탈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을 해봤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며 “이길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송준호는 오레올, 김재휘는 주전 센터 최민호, 이승원은 노재욱의 존재로 인해 그동안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최태웅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천안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상하이전에서 승리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송준호(위 왼쪽 첫번째)와 이승원(위 왼쪽에서 3번째), 김재휘(위 오른쪽 끝)도 함께 기쁨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최 감독은 “보통 비시즌에 지방에서 하계훈련을 하거나 환경을 바꿔주는 훈련을 하는데 우리는 그 대신 경기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훈련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며 “당분간 선수들에게 여름 휴가를 줄 생각인데 푹 쉬었다가 다시 모여서 1주일 정도 남쪽으로 하계 훈련을 다녀온 후 8월 초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면 본격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올 시즌부터는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가 팀에 합류한다. 연봉에 제한이 있는 만큼 오레올 같은 ‘특급 선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국내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 최태웅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은 세 선수가 새 시즌에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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