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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한국야구를 위한 제언, "어린이 작은 어른 아냐, 야구기술자 만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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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한국야구를 위한 제언, "어린이 작은 어른 아냐, 야구기술자 만들지 마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28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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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유소년 야구지도자 직무분석을 통한 베이스볼 아카데미 교육과정 재정립 학술 세미나'서 다양한 의견 나와

[300자 Tip!] 한국 야구, 잘 나간다. 몰라보게 성장했다. 일본, 미국으로 진출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잘해도 거액을 만질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이는 유능한 지도자와 잠재력을 지닌 자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그러나 야구부를 보유한 학교는 아직도 ‘야구기술학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야구 지도자가 되기 위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서울대학교 베이스볼아카데미가 메스를 빼들었다. 출범 후 지난 5년간 값진 성과만 내온 것 같은데 왜 그들은 변화를 외칠까.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해 700만 관중이 들어찬다. 야구는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땄고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준우승을 해봤다. 지난 8월에는 12세 이하 리틀야구 대표팀이 29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선수가 4년에 86억원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천대받는다고 여겼던 포지션인 불펜 자원도 4년 65억원의 조건으로 팀에 잔류하기로 했다. 샐러리맨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액수. 한국 야구는 어마무시하게 팽창했다. 양적으로. 맨 꼭대기만 보면.

▲ 어린이 선수들에게 지도자는 단순히 야구를 가르치는 존재 이상이다. 지난 5월5일 제10회 도미노피자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전북 익산시 리틀야구단 김수한(왼쪽) 감독이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질은 어떨까. 한국 야구의 풀뿌리인 유소년 선수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있는 걸까. 학생선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들이 단순히 공 치고 공 받는 것만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들은 ‘야구 지도자’란 업만으로 무리 없이 생계를 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가 필요하다.

27일 서울대학교 베이스볼아카데미는 '유소년 야구지도자 직무분석을 통한 베이스볼 아카데미 교육과정 재정립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2010년 9월 이광환 KBO 육성위원장을 수장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협회(KBA), 서울대학교가 공동으로 출범한 베이스볼아카데미는 5년째 알찬 커리큘럼을 통해 현장 일선의 지도자들의 의식을 적잖이 변화시켰다.

나영일 베이스볼아카데미 공동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도자들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환경도, 교육 내용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아카데미 수료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자 한다”고 행사의 서막을 알렸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나영일 베이스볼아카데미 공동원장은 과정 수료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과정을 재정립하기로 마음먹었다. 썩지 않기 위해 출범 2년만에 메스를 들었다.

◆ 좋은 유소년 지도자란,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어린이를 '작은 어른'이라고 바라보는게 문제지요.”

좋은 유소년 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 수석연구원 이용식 박사는 “무엇보다 아동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돼야한다”며 “현재 한국의 스포츠는 너무나도 경쟁 지향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장 경험만 하면 지도자 자격증이 부여되는데다 현재의 지도자 양성과정은 전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과정일 뿐”이라고 어린이 대상 전문 교육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올 들어 정부에서 유소년스포츠지도자 양성과정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쉬운 예로 축구와 수영을 들었다. 유럽의 경우 크로스 훈련은 성장이 완료된 후 진행되는데 반해 한국의 경우 근육이 성장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이른 시점부터 차올리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수영을 배우면 ‘물놀이’가 아닌 ‘경영’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 수석연구원 이용식 박사는 좋은 유소년 지도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로 '아동의 이해'를 꼽았다.

그는 “어린이들의 체격과 근육량에 맞춰 축구공은 5종류가 생겼다”며 “농구의 경우 골대를 낮추고 야구의 경우 경기장 규격을 줄여 타구가 외야로 날아가게끔 하면 된다. 그렇게 규칙을 조정해 성취감, 성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어린이에게는 시간을 준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사회성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야구의 경우 번트라는 좋은 방법이 있지 않나. 이를 통해 희생 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도자의 처우 개선은 필수, 아카데미 지방 확대 고려 

“야구 지도자는 높은 난이도의 직무군이지만 직무 만족도 점수에서 매우 낮은 순위입니다.”

오자왕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야구 지도자의 처우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리틀,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종사하고 있는 지도자는 단순히 야구 기술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차원을 뛰어넘는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왼쪽부터 장덕선 KBO 육성팀장, 한경진 올림픽선수촌 병원장, 박원준 한국리틀야구연맹 기획이사, 이상현 한국여자야구연맹 총무이사,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학 교수.

오 박사는 “이들은 선수 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난이도가 높은 직업임에도 급여가 180여만원에 불과하다”며 “야구 지도자는 타 직군과 대비한 직무 만족도 점수에서 29점을 기록해 전체 784개 직업 중 574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BO 홍보팀장과 운영팀장,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장을 거치며 프로와 아마추어 현장의 목소리를 두루 경청해온 이상현 한국여자야구연맹 총무이사 역시 “지도자의 처우와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궤를 함께 했다.

베이스볼아카데미의 접근성과 교육 대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방의 지도자들은 시간상의 문제, 비용상의 문제로 인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다.

한경진 올림픽선수촌 병원장은 “이제는 아카데미가 찾아가는 교육을 해야한다. 지도자가 듣게끔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이를 위해 온라인 캠퍼스 신설, 서울·수도권·강원, 충청·전라, 영남을 묶는 전국 거점지역 교육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 KB0-KBA, "지도자 육성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선다"

“유소년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KBO는 물과 구급약과 전투식량까지 지급하겠습니다.”

한국 야구 행정을 총괄하는 KBO와 대한야구협회(KBA)의 실무 책임자들은 지도자 교육을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을 약속했다.

▲ 29년만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선수들. 그들은 박종욱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 무패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사진=스포츠Q DB]

장덕선 KBO 육성팀장은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 디지털 시대의 빠른 문화적 변화에 익숙하다. 그들의 트렌드와 눈높이에 맞는 소통형 지도자를 배출하자”며 “이를 위해 KBO는 유소년 선수들의 인성 함양, 기본 에티켓, 상식, 외국어 학습을 통해 사회 적응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진균 KBA 사무국장은 “곧 있으면 협회 창립 70주년을 맞는데 지도자와 관련한 교육은 아직도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며 “지도자 교육에 관해서는 양보가 없다. 유소년 스포츠지도서의 보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준 한국리틀야구연맹 기획이사는 “초등학생이 슬라이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경우도 있더라”며 “자격증과 수료증을 가졌다 해서 모두 올바른 지도자라 할 수 없다. 참된 자격을 갖춘 지도자인지 스스로 자문하고 활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은퇴를 선언하고 XTM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최원호 위원은 “스타 출신 지도자의 경우 소통을 강조하기만 할뿐 귀를 열지 않는다”며 “사장이 각 분야의 업무를 알아야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하듯 지도자 또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원호 XTM 해설위원은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도자들도 리더십 철학, 코치와 선수 관계론, 생리학, 세계 야구사, 한국 야구사, 야구 사회학, 스포츠마케팅 등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엘리트 선수들의 평균 점수가 20점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엘리트 지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나아질 수 없다”며 “리더십 철학, 코치와 선수 관계론, 생리학, 세계 야구사, 한국 야구사, 야구 사회학, 스포츠마케팅 등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도자는 야구문화를 만드는 사람, 주인의식을 지녀라 

최의창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지도자와 야구 지원단체, 베이스볼아카데미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3E(Educated, Entitled, Enlightened), 3I(Interconnected, Institutionalized, Individualized), 3T(Think Tank, Trainning Center, Trend Setter)로 알기 쉽게 풀어 설명했다.

'지도자 당사자를 위한 제언'인 3E는 '배워야 한다' '갖춰야 산다' '깨어야 산다'는 것이고, '야구 지원단체를 위한 제언'인 3I는 '배우도록 돕자' '세우도록 돕자' '일하도록 돕자'는 뚯이다.

또 '베이스 아카데미의 역할'을 의미하는 3T는 '한국 야구문화 진흥을 위한 교육, 연구, 정책 개발의 싱크 탱크' '야구전문인 전문역량 증진을 위한 트레이닝 센터' 'KBO, KBA 등 야구 지원단체의 전문화, 글러벌화 지원하여 세계 야구계 리드'를 담고 있다.

최 교수는 “지도자는 야구 기술과 게임 전략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이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 지도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객관적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야구지도자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야구문화를 만들고 야구시스템을 개선하는 사람이다. 주인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소년 지도자의 중요성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아이들이 웃고 우는 건 모두 지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는 중앙 단체를 향해서는 “선수 시절부터 코치를 은퇴하는 단계까지 각 과정에서 필요한 중요한 발달과업과 전문역량 증진을 위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한다”면서 “한국야구재단, 한국야구발전기금, 한국야구문화진흥원 등 야구문화의 질적 성숙을 고민하는 단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스볼아카데미의 미래에 대해서는 “한국 야구 진흥을 위한 교육과 연구, 정책 개발의 싱크탱크로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면서 “전문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로도, KBO-KBA와 함께 세계 야구계를 리드하는 트렌드 세터로도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끝을 맺었다.

[취재 후기] 많은 야구인들이 베이스볼아카데미의 수혜를 봤다. 이 곳은 업계별 최고의 전문가에게 연구개발비를 지급한다. 강사진의 이름값도 화려하다. 현직 아나운서, 해설자, 병원장, 스포츠산업 정책 결정권자 등이 총출동해 운동밖에 몰랐던 이들을 성심성의껏 지도한다. 그대로 갈 수 있었음에도 5년이 지났다고, 교육과정을 재확립하자고 과감하게 칼을 빼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야구계로서는 한국시리즈 7차전만큼이나 중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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