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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별 셋' 전북 명문가도, 전주성 지켜낸 팬과 '열정'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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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별 셋' 전북 명문가도, 전주성 지켜낸 팬과 '열정' 동행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15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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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팀 불리함 딛고 세번째 최다 관중…올시즌 평균관중 1만2000명 회복

[전주=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프로스포츠에서 명문구단의 조건은 무엇일까. 단순히 성적만을 갖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인기가 올라가고 사랑받는 팀이 돼 명문구단이 되긴 하지만 성적만 좋고 인기가 없는 구단도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전북 현대는 어떤 팀일까. 전북은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면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여섯 시즌 동안 3개의 별을 달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두 차례 나가 우승(2006년)과 준우승(2011년)을 한차례씩 기록했다.

성적뿐 아니라 관중에서도 K리그 팀 가운데 전체 3위다. 전북은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까지 홈에서 18차례 가진 경기에서 22만7389명이 입장 경기 평균 1만2633명을 기록했다.

수원 삼성이 홈 18경기에서 35만8416명이 입장, 경기 평균 1만9912명을 기록하며 전체 1위고 FC 서울이 17경기에서 30만772명, 평균 1만7692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 전북 현대 서포터즈 '매드 그린 보이스'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대형 깃발을 흔들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수원과 서울이 모두 서울과 인근 수도권까지 2300만의 인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는 전북의 관중 유치는 매우 놀랄만하다.

홈구장이 있는 전주시가 65만, 인근 익산시 30만, 군산시 27만, 김제시 9만을 모두 합쳐도 131만명이다. 전라북도 전체 인구도 187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에서 수원, 서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관중을 유치한다는 것은 전북이 이미 명문구단 대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전북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카이오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기며 K리그 최초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대기록으로 우승을 자축했다. 이날 1만5796명의 관중이 입장, 올 시즌 홈경기 관중수를 24만3185명으로 늘렸다. 경기 평균 관중수도 1만2799명으로 늘었다,

◆ 전북을 널리 알린 전북 현대, 지역에 활력을 더하다

K리그 전북 구단 또는 프로농구 전주 KCC를 취재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전주시민을 만나보면 언제나 듣는 말이 있다. '전주시는 늙은 도시'라는 것이다. 전주가 호남지역의 경제, 문화, 교통의 요충지로 융성한 때도 있었고 제지공장 등으로 활력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쇠퇴했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의견차는 있겠지만 분명 전주는 다른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에 비해서도 조용한 편이다. 한옥마을 등 관광도시의 이미지가 더 강한 편이다. 전북대 등을 중심으로 한 전주 번화가엔 그래도 활력이 돌지만 조금만 중심가에서 벗어나도 논밭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최근 전주 혁신도시 개발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도시의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이런 전주시에 전북 구단이 활력을 넣고 있다. 전북 구단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중심이 아닌 외곽지역에 있다. 호남고속도로 전주 톨게이트 부근에 있다.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면 20~30분은 와야 한다. 게다가 저녁에 경기를 하게 되면 버스가 일찍 끊겨 귀가에 어려움을 겪는다.

▲ 전북 현대 선수들이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카이오의 선제골이 나온 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전북 구단이 오후 8시에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를 때마다 버스편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단에서는 고속버스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 한차례 정차하는 것에 착안, 시외버스도 정거장에 설 수 있도록 요청, 익산과 군산에서 오는 팬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 구단의 노력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전주는 물론이고 인근 익산, 군산, 김제에 거주하는 팬들이 몰려온다. 전북 전체 인구 187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35라운드까지 22만7389명이 입장했으니 전북에 거주 인구 8명 가운데 1명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전형적인 '스몰 마켓'에서 이 정도 관중이 찾아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전북이 '팬들이 많이 찾는 구단'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구단 프런트들의 눈물겨운 홍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북 홈경기가 열리기라도 하면 전주 시내는 물론 익산, 군산 등에도 플래카드가 걸린다. 홈경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군산에 거주한다는 김기환(33)씨는 "단순히 지역 연고 구단을 응원한다는 것을 벗어나 전북 축구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며 "비수도권 구단이지만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하면서 전력이 향상돼 관중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전주월드컵경기장까지 교통편은 불편하다고 봐야 한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타면 전주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내릴 수 있긴 하지만 다시 되돌아가려면 터미널까지 30분 정도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 하고 택시를 타도 1만원 정도 나온다"며 "그럼에도 전북 경기를 한번 보고나면 신이 난다. 꾸준히 오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 이동국(오른쪽) 등 전북 현대 선수들이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를 마친 뒤 우승팀 시상식에서 메달을 받고 관중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역시 군산에 산다는 이체롬(18)양은 "어렸을 때부터 전북 경기를 많이 보러왔다. 군산에서 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무엇보다도 구단에서 홍보를 많이 한다. 플래카드 거는 것은 물론이고 SNS 홍보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이 양은 "무엇보다도 전북 경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확 풀린다는 것이 가장 좋다"며 "올해도 수능 준비를 하면서 경기를 보러왔다. 대학생이 되면 더 많이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 선수단도 팬 프렌들리 "클럽하우스 방문 언제라도 환영"

전북 구단의 팬이 꾸준한 것은 역시 선수단의 '팬 프렌들리 정책'이다. 요즘은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팬들이 클럽하우스 또는 훈련장에 모이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팀이 많았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집중해야 하는데 팬들이 몰려오면 훈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은 클럽하우스를 방문하는 팬들을 결코 문전박대하지 않는다. 최강희(55) 감독 뿐 아니라 선수들도 클럽하우스를 찾는 팬들을 언제든지 반갑게 맞이한다.

최강희 감독은 "봉동 클럽하우스(완주군 봉동읍 율소리 소재)로 찾아오려면 장시간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정류장에서도 1km 정도를 걸어와야만 한다"며 "그 정성을 봐서라도 팬들을 박대해선 안된다. 언제든지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 전북 현대 서포터즈 '매드 그린 보이스'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이어 최 감독은 "멀리서 찾아오는 팬들이 고마워서라도 밥이라도 한 끼 먹고 가라고 늘 얘기해준다"며 "선수단과 팬들이 친해지고 소통하면서 거리가 가까워져야만 경기장 관중들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최 감독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팬들과 선수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토요일에 경기가 있으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서 자꾸 스킨십을 해야 한다. 그래야 평균 관중도 늘어나고 '전주성'을 꽉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이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36라운드 홈경기에서 이동국을 리저브 명단에 넣고 막판에 출전시킨 것도 바로 팬들을 생각해서였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K리그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넣는 날인데 이동국을 리저브 명단에라도 넣어서 막판 1분이라도 출전하게 하자는 코칭스태프의 건의가 있었다"며 "아직 부상에서 완쾌되진 않았지만 이동국이 출전함으로써 하나의 팬 서비스가 되지 않겠느냐. 물론 완전히 낫지 않았기 때문에 부상 재발 방지하기 위해 슬슬 걸으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북 현대 선수들이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를 마친 뒤 우승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스몰 마켓이지만 과감한 투자, 또 하나의 팬서비스

전북은 모든 K리그 클래식 팀이 지갑을 닫을 때 유일하게 선수 영입을 한 구단이다. '폭풍 영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수비를 더욱 탄탄하게 하기 위해 김남일(37)과 한교원(24), 이승렬(25), 최보경(26), 김인성(25), 이상협(28) 등을 데려오며 최상의 스쿼드를 꾸렸다. K리그 클래식에서 유일하게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고 시즌 직전 대부분 팀 감독으로부터 '1강'으로 꼽혔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이런 투자는 분명 과잉이었다. 전북이 스몰 마켓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북은 과감하게 투자했다.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힘도 작용하긴 했지만 팀을 위해 그리고 K리그 전체를 위해 투자만이 성적을 올리고 팬들을 끌어모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과감한 투자는 2011년 이후 3년만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됐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또 하나의 팬서비스가 됐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특급 클래스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몰려있으니 볼거리가 생겼다. 이들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시즌보다 평균 관중수가 2000명 가까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들과 함께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정용수(35)씨는 "전북 경기를 보면 최고의 선수들을 언제나 만날 수 있다"며 "전북의 경기력이나 운영은 유럽의 어느 리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는 스타 선수가 있고 그 스타 선수를 응원하는 뜨거운 열기가 있다. 이런 점들이 경기장을 이끄는 요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카이오(왼쪽부터), 김남일, 이동국 등 전북 현대 선수들이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 클래식 홈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전북은 내년 다시 한번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한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동시에 달성하며 최강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에 2006년 이후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한다는 각오다. 또 내년은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지 1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올해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내년 역시 의미가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다시 한번 아시아를 호령하고 나아가 세계 축구 무대에도 당당히 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전도 또 하나의 팬서비스이기 때문이다.

■ 전북 현대 연간 관중 추이

연도 총관중 홈경기수 평균관중
2004 180,684 18경기 10,038
2005 136,816 18경기   7,601
2006 124,755 19경기   6,566
2007 160,808 18경기   8,934
2008 211,128 19경기 11,112
2009 268,555 17경기 15,797
2010 274,111 21경기 13,053
2011 259,790 16경기 16,237
2012 225,261 22경기 10,239
2013 193,060 19경기 10,161
2014 243,185 19경기 12,799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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