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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태릉에서 뿌린 빙속 씨앗, 평창에서 열매 맺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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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태릉에서 뿌린 빙속 씨앗, 평창에서 열매 맺으려면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1.2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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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스피드스케이팅 국제대회 개최, 평창올림픽 위한 노하우 쌓은 무대

[태릉=스포츠Q 글 이세영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10년 만에 개최된 스피드스케이팅 국제대회는 3년 뒤 열릴 동계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바라볼 수 있었던 무대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KSU)이 주관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한 2014~2015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둘째 날 레이스가 22일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아이스링크장에서 열렸다.

이날은 남자 1만m를 비롯해 여자 500m, 남자 1000m, 여자 1500m 경기가 디비전A와 B로 나뉘어 펼쳐졌다.

국내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국제대회가 열리는 것은 2004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0년 만이다. 이는 3년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노하우를 쌓는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 태릉국제아이스링크장 전경. 이 링크장은 국내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돔형 빙속 경기장이다.

전날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찼던 관중석은 이날 역시 세계적인 스프린터들의 레이스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0년 만에 열리는 국제대회를 보기 위해 2000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오전부터 비가 와 발길이 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차 개면서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3년 뒤 개최되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 대목이었다.

◆ "빙속 월드컵 2차 대회는 성공한 대회"

10년 전만 해도 스피드스케이팅은 한국에서 외면 받았던 종목이었지만 최근 두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인지도가 상승했다.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등 많은 스타들이 올림픽을 통해 배출되며 국위를 선양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얼마 전 쇼트트랙에서 빙속으로 전향한 박승희가 합류해 큰 관심을 받았다.

대회를 주관하는 KSU에서도 이번 대회를 잠정적으로 ‘성공한 대회’라고 평가했다.

KSU 류석 차장은 “이번 월드컵 역시 ISU에서 유치신청을 받아 개최한 대회”라며 “경기장 시설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ISU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서 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2차 대회를 앞두고 KSU에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과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에 찾아오는 것이었다. 23일 대회가 끝나지만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수연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스피드스케이팅 스포츠매니저도 “10년 만에 국제대회를 치렀는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기 규칙도 많이 바뀌고 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다르다”며 “준비기간에는 혼란이 있었지만 대회를 진행하면서는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1월 한국에서 스프린트월드챔피언십을 개최한다. 그때는 더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박승희(사진)와 같은 스타의 등장은 스피드스케이팅이 더 오랜 시간 동안 주목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빙속팬 성원으로 2018년 희망을 보다

이날 경기장에는 가족 단위로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 빙상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2000여 관중은 국적에 관계없이 선수가 앞을 지나갈 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한국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칠 때는 이보다 더 큰 함성을 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래신(47·서울) 씨는 “주말에 집에만 있기 뭐해서 아이들과 같이 왔다”며 “앞으로 이런 국제대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주최 측도 대회 운영을 준수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입장권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국민에 한해서 가격을 낮춰준다면 경기를 보러갈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본 이상원(12·새솔초 5년) 군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니 화려하다”며 “TV에서만 봤던 선수들을 실제로 보니 멋지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이 빙속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았다. 태릉에서 시작된 열기가 3년 뒤 평창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태릉국제아이스링크장에는 20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 경기시설 확충·전문인력 양성, '로드 투 평창' 2대 과제

KSU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관중을 유치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었지만 이들 앞에 장밋빛 미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경기장 등 인프라를 더욱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월드컵 2차 대회가 열린 태릉국제아이스링크장의 빙질은 다른 나라의 링크장에 비해 좋은 편이 아니다.

사정을 들여다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내 유일의 돔형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인 태릉국제아이스링크장은 빙판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스스로 축적한 노하우로 정빙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여 매니저는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등 빙상 강국들은 전문 정빙사가 존재한다”며 “우리나라에 네일아트 공인 자격이 있듯 유럽에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전문 정빙사 자격증이 있다”고 말했다.

또 얼음바닥이 깔린 큰 경기장을 유지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경기장 내부가 추워야만 하는 게 아니다. 실내 공기는 따뜻하면서 빙판은 적당한 온도로 얼어있어야 한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링크장을 섣불리 세울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문제는 예산이다. 많은 예산이 확보돼야만 유망주가 발굴되고 기존 선수들도 좋은 시설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 올림픽을 3년 앞둔 조직위원회와 KSU의 공동 과제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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