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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동물농장' 옥상견 백구-황구, 동물보호법 한계 여실히 드러내다 "가장 잔인한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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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동물농장' 옥상견 백구-황구, 동물보호법 한계 여실히 드러내다 "가장 잔인한 살해"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01.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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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이보다 충격적인 방송은 흔치 않았다. 그간 즐거운 동물들의 일상을 소개했던 '동물농장'이 차가운 사체로 변한 황구의 소식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때렸다.

28일 오전 방송된 SBS '동물농장'에서는 원주인의 부탁으로 황구와 백구를 맡아 키운 견주의 사연이 공개됐다.

 

'동물농장'이 옥상견 백구와 차가운 사체로 변한 황구의 소식을 전했다. [사진 = SBS 'TV동물농장' 방송 화면 캡처]

 

추운 날씨에 쇠사슬에 묶여 무려 15일 이상 백구가 방치되고 있단 사실을 알아챈 옆 건물의 이웃은 사료를 만들어 개를 돌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치 기간이 오래되자 '동물농장' 제작진에 제보했고, 이날 방송을 통해 그 실태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견주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개의 상태를 살펴볼 수 없다는 동물보호법의 한계 때문에 제작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백구의 상태가 걱정돼 근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제작진은 아사해 땅에 얼어붙은 황구의 사체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인의 동의 없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

어렵게 만난 견주는 도리어 화를 냈다. 자신이 개들을 제대로 돌보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꾸준히 사료를 지급했으며 개들의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메라에 담긴 처참한 현장과 전혀 다른 그의 목소리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사태를 파악한 견주는 몰래 건물에 올라가 백구와 함께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근처에 잠복했던 구청직원과 경찰, 그리고 제작진에게 덜미를 잡혔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견주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에게 개를 맡긴 원주인이 있다는 것.

황구의 사망과 백구의 처참한 상태를 몰랐던 원주인은 현장에 급히 도착했다. 오랜 기간 정성들여 키웠던 황구가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자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원주인의 반응에 당황한 견주는 결국 황구와 백구의 소유권을 모두 원주인에게 넘겼다. 그제서야 법에 따라 사건은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백구는 동물병원에 넘겨져 상태를 점검 받았고, 싸늘한 주검이 된 황구는 전기를 이용해 40분이나 녹인 끝에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부검까지 받게 된 상황. 하지만 깡마른 체구와 땅에 붙어 눈을 감은 사체의 상태만으로도 상황 짐작은 충분히 가능했다. 

 

'동물농장'이 옥상견 백구와 차가운 사체로 변한 황구의 소식을 전했다. [사진 = SBS 'TV동물농장' 방송 화면 캡처]

 

현장의 VCR을 접한 스튜디오의 진행자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MC 정선희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게 아니냐"며 눈물을 쏟아냈다.

장예원 아나운서는 현행 동물보호법의 문제점을 짚어낸 뒤, "3월에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고의로 혹서 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해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날 충격적인 보도에 평소와 다르게 방송이 끝난 28일 오전 11시 10분 현재까지도 '동물농장'은 유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시청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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