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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하비 와인스타인 '미투(ME TOO)'서 최영미 '괴물'까지 성추행 폭로 끝없이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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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하비 와인스타인 '미투(ME TOO)'서 최영미 '괴물'까지 성추행 폭로 끝없이 이어지다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02.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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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괴물'을 쓴 최영미 시인의 폭로로 우리나라 문단이 발칵 뒤집혔다. 가장 '핫'한 방송국 JTBC는 최영미 시인을 '뉴스룸'에 모셔오며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6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인터뷰를 가진 최영미 시인은 "사실 출연 여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간의 고민이 묻어나는 최 시인의 한 마디에 시청자들도 숨을 죽여 귀를 집중했다.

 

최영미 시인(오른쪽)과 손석희 앵커 [사진 = 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풍자시 '괴물'을 발표한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가을에 시청탁을 받았다. 이게 몇 년만이라 반가웠다"며 "청탁한 측에서 '페미니즘'이란 주제를 한정해 줬다"고 시를 쓴 배경을 설명했다.

최영미 시인의 '괴물'은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의 겨울 특집호에 게재됐다. '젠더 전쟁'이라는 주제로 페미니즘 성향의 작가들에게 작품을 청탁해 발표된 이 시에는 노벨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유명 작가 'En'이 명시돼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당시 "이 주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내가 문단에서 시인이 아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최영미 시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괴물' 속 특정 인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영미 시인은 "문학 작품은 누군가를 특정 인물로 생각하고 작성하지만 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가 들어온다. 혹은 사실에 기반에서 쓰지만 과장되기도 한다"며 "사실 그 결과물은 현실과 다른 별개의 작품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 시인은 시에 등장한 인물로 지목된 사람에 대해 손석희 앵커가 재차 질문하자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이 그가 맞는다면 그는 상습범이다. 피해자는 대한민국 도처에 셀 수 없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최영미 시인은 여성 시인으로서의 활동이 이런 사건들로 제약이 되는 경우가 수 없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시 청탁이라던가 작품집, 그리고 원고 채택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런 여성 시인들의 피해가 드러나지 않아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여성 시인으로서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최영미 시인은 "1991년에 내가 등단할 무렵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며 "문단에서 술자리를 자주 가졌던 1993년 당시에는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란 생각도 했다"고 말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10월 뉴욕 타임즈는 미국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이 지난 30년간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사진 = 뉴욕 타임즈 홈페이지 캡처]

 

이날 방송된 최영미 시인의 충격적인 인터뷰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불거진 성추문 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이 지난해 자신이 직접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가 지난 30년간 저지른 성추행 때문이었다.

1979년 미라맥스 스튜디오를 설립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던 입지전적인 인물 하비 와인스타인은 미라맥스를 매각한 뒤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스타인 컴퍼니로 자신의 성공을 이어갔다.

하지만 외적 성공과 별개로 하비 웨인스타인은 성(性)에 엄청난 집착을 보이며 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사실이 무려 30년 만에 밝혀졌다.

당시 하비 와인스타인과 함께 작업을 했던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애슐리 쥬드, 헤더 그레이엄 등 유명 여배우를 비롯해 회사 여직원과 영화계 종사자까지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간 진보의 대명사로 불렸던 하비 와인스타인의 태도에 대중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더욱 극대화됐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기부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기에 성추문 사건이 안긴 충격은 엄청났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여배우 성추행 의혹에 이어 유명 감독 제임스 토백의 성추행 의혹도 불거지며 할리우드는 더욱 충격에 휩싸였다. 피해 여성도 와인스타인에 버금가는 숫자였다. 제임스 토백은 지난 10년간 무려 38명의 여성을 강제추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촉발된 여배우들의 폭로는 SNS를 통한 미투(ME TOO) 운동으로 확산했고 피해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나왔다.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의미로 '#Me Too'란 해시태그를 달았던 피해 여성들은 이제 나부터 성폭력을 막자는 의미의 '미퍼스트(#Me First)'와 피해 여성들을 함께 응원하겠다는 의미의 '위드유(#With You)'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최영미의 시 '괴물'에도 'Me too'란 구절이 등장한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권력을 쥔 문인을 거칠게 거절하면 그들은 복수를 한다"며 "이는 구조적인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최영미 시인의 절규는 빠르게 온라인에서 확산하며 울림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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