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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기적' 안타깝게 스러진 불꽃에도 미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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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기적' 안타깝게 스러진 불꽃에도 미래를 봤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31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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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전 손흥민 극적 동점골, 연장 전반에 결승골 내줘 1-2 석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시드니의 명승부'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거침이 없었다. 패배 위기 상황에서도 이를 만회하는 집중력도 있었다. 비록 55년만에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한국 축구는 분명 미래를 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나온 제임스 트로이시의 결승골로 1-2로 졌다.

한국은 전반 45분 마시모 루옹고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막판까지 만회하지 못해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가는 뒷심을 보였다. 하지만 연장 전반에 나온 밀리건의 2선 침투를 막아내지 못하고 분루를 뿌렸다.

이로써 한국은 1972년과 1980년, 1988년 대회에 이어 역대 네번째 준우승으로 결승전 악몽을 씻지 못했다. 한국은 1956년과 1960년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당시는 녹다운 토너먼트가 아닌 라운드로빈 방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전술 변화로 맞섰다. 기성용과 장현수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기고 박주호와 손흥민에게 좌우 측면 공격을 맡겼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남태희가 나섰고 원톱에는 이정협이 기용됐다.

분위기는 좋았다. 전반 24분 팀 케이힐에게 슛 기회를 주긴 했지만 골키퍼 김진현이 선방으로 막아냈고 박주호와 손흥민은 호주의 좌우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을 막아내며 측면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전반 35분이 지나면서 한국쪽으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전반 36분 박주호와 남태희를 거쳐 김진수에게 연결된 공은 손흥민에게 패스로 전달됐다. 손흥민의 슛까지 나왔지만 골 포스트 위로 공이 떴다.

이어 전반 37분에는 차두리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오른쪽 측면을 뚫은 뒤 손흥민에게 패스가 전달됐다. 손흥민의 슛은 루옹고의 발을 맞고 바깥으로 나갔다.

전반이 그대로 끝날 것처럼 보이던 45분에 기습적인 루옹고의 골이 나왔다. 제이슨 데이비슨의 스로인 상황에서 마크 밀리건과 트렌트 세인스버리를 거친 공이 루옹고에게 연결됐다.

그 순간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사이의 공간이 열려있었다. 루옹고의 슛은 그대로 이 사이를 뚫었고 김진현이 빠르게 반응했지만 골망 오른쪽 구석을 흔들었다.

전반 끝나기 직전 골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손흥민과 이정협을 앞세워 호주를 줄기차게 두드렸지만 골문은 쉽사리 열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9분 남태희를 빼고 이근호를 투입했고 왼쪽 측면에서 활발하게 뛴 박주호 대신 한국영을 내보내 기성용을 위로 올리고 한국영-장현수로 하여금 허리를 지키게 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차두리의 활발한 오버래핑과 기성용을 앞세워 뒤쪽으로 물러선 호주의 수비를 공략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마지막 순간 이정협 대신 김주영을 내보낸 뒤 중앙수비수 곽태휘를 공격으로 올리는 파격을 썼다.

이 승부수는 성공적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이 선언되기까지 만회골을 넣지 못한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1분께 곽태휘가 앞에서 문전 왼쪽에서 몸싸움을 해주는 사이 한국영과 기성용의 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공은 그대로 호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골은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넣은 100번째 골이기도 했다.

승부를 극적으로 연장으로 끌고가는데 성공한 한국은 장현수가 다리에 경련이 생겨 움직임이 크게 둔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 공백을 막아내기 위해 곽태휘를 내리고 장현수를 최전방으로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연장 전반 끝나기 직전 호주의 교체 멤버에게 당했다. 케이힐과 교체된 토미 유리치가 오른쪽 엔드라인 부근에서 김진수를 뚫고 기습적인 슛을 날렸다. 골키퍼 김진현이 이를 펀칭했지만 공은 트로이시 앞에 떨어졌고 그대로 골문이 열렸다.

한국은 연장 후반 15분동안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냈지만 몸은 너무나 지쳐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냈지만 한 골을 지키기 위해 대부분 선수가 내려선 호주의 벽을 끝내 뚫지 못했다. 태극전사들은 120분 동안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웠다. 아시안컵 우승까지 단 1승이 모자랄 뿐이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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