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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안양 한라의 과감한 1년 개혁, 실패에서 찾은 성공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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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안양 한라의 과감한 1년 개혁, 실패에서 찾은 성공방정식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3.11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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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라인 재건, 4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베버 감독, 선수 특성에 맞는 임무 부여하며 '원팀' 도약

[스포츠Q 임영빈 기자]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성적 부진으로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탈락의 쓴 맛을 봤던 안양 한라가 이제는 통합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챔피언을 향한 첫 관문은 가뿐히 넘어섰다. 나머지 하나만 더 넘으면 5년 만에 통합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

한라는 10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14~201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하이원과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0으로 승리, 챔피언결정전에 안착했다.

정규리그 1위 자격으로 5전 3선승제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부터 3차전을 안방서 치를 수 있었던 한라는 3연승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홈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2010~2011 시즌 이후 4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환호를 나눈 것은 큰 기쁨이었다.

한라는 2013~2014 시즌 실패의 쓴 맛을 봤다. 2004년에 출범한 아시아리그에서 2005~2006 시즌 이후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을 거른 적이 없었던 한라는 정규리그 6위에 머물면서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한라가 불과 한 시즌 만에 확 달라졌다. 지난 시즌 부족했던 공격력 보강을 통해 한라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6위에서 이제는 통합 챔피언을 노리는 아시아리그의 강호로 거듭났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안양 한라 선수단이 10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14~201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하이원과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안정된 수비는 그대로, 공격력은 업그레이드

지난 시즌은 공수의 조화를 이루지 못헀다. 2012~2013 시즌 187득점과 141실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던 한라는 2013~2014 시즌 152득점과 110점을 기록했다. 수비는 좋아졌지만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골을 넣어 점수를 올리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아무리 굳건한 수비를 자랑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수비를 잘하는 팀이 우승을 한다는 격언도 있지만 이 역시 골을 넣었을 때 얘기다. K리그에서 모든 팀이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에 한라는 공격 라인을 재편했다. 지난 시즌부터 뛰기 시작한 마이크 테스트위드, 귀화 선수 브락 라던스키와 함께 상무에서 제대한 김기성을 추가해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이 가운데 김기성은 올시즌 45경기에서 28골과 4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달 27일 아시아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정규리그 개인 시상에서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2013~2014시즌 팀에 합류한 장신공격수 테스트위드도 팀 공격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팀 내 최다득점인 29골을 넣었으며 한라 공격의 최전선에서 맹활약했다. 196cm 95kg의 장신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압박하며 골 찬스를 노리는 것이 그의 특기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마이클 테스트위드(왼쪽 첫번째)가 10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하이원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동료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푸른 눈의 한국인’ 라던스키는 올 시즌 어시스트왕을 차지했다. 2008~2008시즌 28골로 리그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공격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이지만 올 시즌은 본인의 득점보다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했다.

올 시즌 16골 56어시스트를 기록한 그는 2008년 한라 입단 이후 2012~2013시즌 올린 53어시스트를 뛰어넘었다.

김기성-테스트위드-라던스키 트리오가 합작한 73골은 팀 전체 득점에서 40.1%를 차지한다.

그 결과 한라는 올 시즌 정규리그 182득점과 111실점으로 팀 최다득점 2위, 최소실점 1위를 기록했다.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30골이나 더 많아졌고 실점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주축 공격수 삼총사 외에도 ‘루키’ 신상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 시즌 프로 데뷔한 그는 정규리그 48경기에 모두 출장해 21골 13어시스트로 득점부문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축 공격수들의 연계 플레이와 데뷔 시즌에 맹활약을 펼친 신인을 앞세워 한라는 지난 시즌 약점이었던 침체된 화력을 다시 끌어올렸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리 베버 안양 한라 감독(왼쪽에서 두번째)이 10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하이원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 신임 베버 감독이 심어놓은 승리 DNA

한라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감독 교체 작업을 단행했다. 영구 결번(91번)에 지정될 정도로 한라의 레전드였던 심의식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체코 출신 이리 베버 감독이 새롭게 감독직에 올랐다.

올 시즌 한라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선수 개개인에 맞는 임무를 맡겼다. 4라인 공격수인 박상진과 이민우는 페널티킬링 전담 선수로 활용해 팀 수비 강화 중책을 맡겼다.

올 시즌 새로이 영입한 맷 달튼 골리 역시 이적 첫 시즌 만에 팀의 수문장으로 자리잡았다. 41경기에서 41분37초02를 소화하며 선방율 92.57%, 방어율 2.02%로 리그 내 9개팀 주전 골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시작된 하이원과 4강 플레이오프 3연전에서 달튼이 내준 점수는 1점에 그쳤다. 지난 7일 1차전과 10일 3차전에서는 각각 2-0, 3-0으로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2차전 5-1 승리 후 베버 감독은 인터뷰에서 “달튼이 여러 차례 보여준 선방을 펼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 혼자만 잘해서 경기를 이긴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버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임무를 제시함으로써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정 선수 한 명에 의존하기 보다는 선수 전원이 승리를 위해 하나된 모습을 추구했다. 원맨팀이 아닌 원팀이 된 것이 한라의 우승 비결이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안양 한라 선수들이 10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14~201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하이원과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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