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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염경엽 '기둥론'과 손승락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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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염경엽 '기둥론'과 손승락의 희생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2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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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 이어 조상우-김영민 받쳐주고 있는 손승락…올해도 벌써 4차례 8회 등판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때로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이는 야구에도 마찬가지다.

양준혁과 찰스 스미스, 마해영 등이 뒤를 받쳤기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홈런왕을 휩쓴 이승엽(39·삼성)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3번 타순이었던 그를 걸렀다가는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투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승엽과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투수로 본다면 넥센에도 양준혁과 마해영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마무리 투수 손승락(33)이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 중인 손승락은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LG 이동현(1.50)에 이어 평균자책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각 구단 마무리 투수들이 심심치 않게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도 잘 버티고 있는 손승락이다.

▲ [목동=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승락이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그는 팀 승리와 더불어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는 셋업맨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때때로 조기 등판한다. 이따금씩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할 때도 있지만 손승락은 팀에서 ‘희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 후배들의 멘탈을 위해서라면…8회 등판 자처하는 손승락

“손승락이 있기에 한현희와 조상우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승락이가 블론세이브를 해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대뜸 손승락을 감싸고 나섰다. 블론세이브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유가 있었다. 젊은 불펜 투수들이 안 좋은 기억을 갖지 않길 원하는 손승락은 이들이 8회 출루를 허용할 경우 여지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설령 막지 못한다 하더라도 안 좋은 기억은 손승락이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불펜 투수들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지난 시즌 62경기 중 10경기에서 1이닝 이상 던진 손승락은 한현희가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8회에서 주자를 내보낸 현희를 그대로 나뒀다면 안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현희의 투구와 관계없이 손승락이 9회에 나갔다면 블론세이브가 훨씬 줄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28일 목동 롯데전에서도 손승락은 8회초 2아웃 상황에서 조기 등판했다. 셋업맨 조상우가 허용한 주자들이 1, 3루에 있었는데 첫 타자 김문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장성우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9회엔 세 타자를 깔끔히 처리하며 세이브를 챙겼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희생정신이 더욱 돋보인다. 손승락은 올 시즌 등판한 10경기 중 4경기에서 1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지난 23일 목동 두산전에서만 블론세이브 패배를 떠안았을 뿐 나머지 3경기에서는 실점하지 않았다.

▲ [목동=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승락(오른쪽)은 팀과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8회 등판도 자처하고 있다. 때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후배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짊어지게 하기는 싫다는 그다.

◆ '기둥' 있어야 젊은 선수들이 큰다

이처럼 손승락은 베테랑 투수로서 후배들의 밝은 앞날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에는 불펜 에이스로 활약한 한현희를 든든히 받쳤다면 올해 들어서는 조상우와 그 앞에서 던지는 김영민을 보좌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뒤에서 버티는 투수가 있기 때문에 앞서 경기를 치르는 투수들의 마음이 한결 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무리 투수가 불안하다는 인식을 하고 던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아울러 염경엽 감독은 어린 선수를 발굴할 때 중심을 잡아줄 ‘기둥’ 같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그 기둥의 역할을 하는 선수가 손승락이다.

염 감독은 “선수는 이기면서 키워야지 지면서는 키울 수 없다”며 “승락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생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승리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팀의 승리를 책임져야 하는 중책을 맡는 가운데서도 후배들을 챙기는 손승락이 있기에 염경엽 감독은 든든하다. 그는 “혹 블론세이브를 하더라도 승락이를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락이가 있기에 상우도 있고 영민이도 있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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