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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감독' 발베르데 경질, 세티엔호 바르셀로나 '모 아니면 도'? [SQ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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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감독' 발베르데 경질, 세티엔호 바르셀로나 '모 아니면 도'? [SQ전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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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바르셀로나는 확고한 철학을,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팀을 유럽 정상으로 인도할 수 있는 사령탑을 찾는다. 우승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56)를 경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르셀로나는 1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베르데와 이별을 고했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지만 리그 1위팀 감독의 시즌 도중 경질이라는 형태만 봐도 팀 수뇌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새 감독은 키케 세티엔(62). 바르셀로나는 고유의 철학 정립과 유럽 정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바르셀로나가 14일 팀에 리그 2연패를 안겨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을 경질했다. [사진=바르셀로나 공식 트위터 캡처]

 

◆ 아름답지 못한 이별, 빛 좋은 개살구 된 발베르데호

발베르데와 함께한 바르셀로나의 2년 6개월은 결코 절망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아틀레틱 빌바오, 에스파뇰, 올림피아코스, 비야레알, 발렌시아 등을 거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발베르데는 리그 2연패를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첫 시즌엔 리그 22경기 무패 구단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문제는 명확하지 않은 철학과 선수단 혹사 등에 있었다. 정작 바르셀로나가 갈망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충격적인 결말을 받아들여야 했다. 

첫 시즌 AS 로마와 8강 1차전에서 4-1로 이기고도 원정 2차전에서 0-3으로 패하며 충격적인 패배의 희생양이 됐다. 상처가 쉽게 아물 수는 없지만 직전 시즌에도 8강에서 탈락했던 바르셀로나기에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악몽이 재현됐다는 것. 이듬해 바르셀로나는 4강까지 진출했지만 홈에서 리버풀에 3-0으로 이기고 2차전에서 0-4로 대패를 당하며 주저앉았다. 발베르데 경질 여론이 들끓었다.

 

발베르데는 최근 극심한 부진과 철학 부재 우려 속에 결국 시즌 도중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진=AP/연합뉴스]

 

올 시즌엔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11년 만에 리그 개막전에서 패한 바르셀로나는 벌써 3패(12승 4무)를 당하며 지난 시즌(26승 9무 3패)에 비해 크게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리그에서 여전히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최근 5경기 1승 3무 1패로 크게 흔들렸는데, 특히 사우디 원정까지 떠나 치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스페인 슈퍼컵 준결승에서 패한 게 치명타였다.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와 함께 바르셀로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사비 에르난데스 알 사드 감독을 데려오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거절당했다. 시즌 절반이 치러진 상황에서 1위 감독도 경질하는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세티엔은 누구? 바르셀로나는 어디로 갈까

결국 세티엔이 바르셀로나의 선택을 받았다. 일단 계약기간은 2022년 6월까지. 그러나 자칫 올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경질될 수도 있는 ‘독이 든 성배’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레알 베티스에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야인 생활을 하던 그였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세티엔은 누구일까. 스페인 출신에, 중하위권을 이끌던 경력까지 발베르데와 닮아 있는 그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중원을 중심으로 공을 소유하는 패스 축구를 펼치는 요한 크루이프의 철학을 신봉하는 게 세티엔이다. 바르셀로나와 한 배를 타기에 적합한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2016~2017시즌 레알 베티스에 부임해 팀을 유로파리그에 올려 놓은 것도 이러한 패스 축구였다.

 

키케 세티엔 감독은 요한 크루이프와 유사한 철학을 추구한다. 펩 과르디올라 혹은 발베르데 중 누구의 길을 따라걸을지 관심이 커진다. [사진=바르셀로나 공식 트위터 캡처]

 

2018~2019시즌엔 누캄프 원정에서 바르셀로나를 4-3으로 꺾어내며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발베르데에 불만이 많았던 바르셀로나 팬들이 세티엔을 조심스레 후임 감독 후보군으로 올려두기 시작한 계기이기도 했다.

약점은 고집스러움과 경험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 베티스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 속에서 세티엔 감독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팀 부진 속 결국 임기를 다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또 빅클럽을 이끌어 본적이 없다는 것도 걱정거리. 

다만 베티스와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차이는 스쿼드의 깊이다.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가 다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대체자원을 구하기 어렵지 않다. 빅클럽 경험은 적지만 ‘크루이프즘(패스축구를 바탕으로 한 점유율 중심 토탈사커)’을 신봉하기에 뛰어난 성적을 내고도 철학 부재로 비판을 감수해야 했던 발베르데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낸다.

당장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사실상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대체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해 공백을 메우고 우승 트로피를 지켜낼지가 첫 번째 과제다. 또 하나는 다음달 26일과 오는 3월 19일 예정된 나폴리와 챔피언스리그 16강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 메시를 중심으로 한 바르셀로나 특유의 패스 축구를 구축할 수 있느냐 관건이다.

이상적인 롤 모델은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최악은 발베르데 시즌 2다. 과르디올라 감독 또한 바르셀로나 성인팀 감독을 맡기 전까지 변변한 지도자 경험이 없었음에도 ‘크루이프즘’을 완벽히 구현하며 바르셀로나의 새 역사를 썼다. 펩과 같은 ‘대박’이 될 수도 있지만 리그 우승도 지켜내지 못하는 ‘쪽박’이 될 수도 있다. 세티엔이 던질 바르셀로나의 윷패는 과연 모일까 아니면 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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