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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구자욱-삼성라이온즈 극적 합의, 허삼영호 우선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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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구자욱-삼성라이온즈 극적 합의, 허삼영호 우선과제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1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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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유독 싸늘했던 스토브리그였다. 각 구단은 하나 같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추세로 돌아섰고 야구 팬들은 ‘몸값 거품론’에 공감한 터였기에 예상 가능한 흐름이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선수들을 두고는 “하는 것도 없이 돈만 밝힌다”는 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자욱(27·삼성 라이온즈)에 대해선 달랐다. 성적이 하락했고 구단은 삭감을 외쳤지만 오히려 팬들이 앞장서 삼성 프런트를 비판했다. 그리고 구자욱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쟁취해냈다.

 

구자욱이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2020시즌 연봉 2억8000만 원, 인센티브 20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구자욱은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2020시즌 연봉 협상을 마쳤다. 지난해 3억 원에서 2000만 원 깎인 2억8000만 원,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2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마음에 쏙 드는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지훈련까지 보이콧하며 버틴 뚝심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구자욱으로선 물러설 수 없던 연봉 협상이었다.

그동안 연봉 협상에서 ‘착한 동생’ 자세를 유지하던 그가 첫 삭감 통지에 쌓였던 불만을 폭발시킬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빠르게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2015년 프로에 데뷔했다. 첫 시즌 타율 0.349로 맹활약하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도왔고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연봉은 27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인상, 1억 원을 넘기지 못했다.

타율 0.290 29홈런의 강백호(2018년)와 0.324 179안타 111득점을 기록한 이정후(2017년)는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리며 신인왕을 차지했고 연봉 협상에서도 각각 2700만 원에서 1억2000만 원, 1억1000만 원까지 오르며 단숨에 억대 연봉자가 됐다.

 

구자욱은 연봉 협상 난항 끝 구단과 합의점을 찾고 오는 13일 일본 오키나와로 지각 합류한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구자욱과 치열한 경쟁 끝에 신인왕을 놓쳤던 김하성은 4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으로 크게 올랐던 걸 따져보면 구자욱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타율 0.320을 훌쩍 웃도는 성적을 내며 맹타를 휘둘렀다. 2017,2018시즌엔 장타력도 기르며 20홈런을 날렸고 꾸준히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그러나 크게 돈 욕심을 내지 않았다. 구단에 백지위임을 하기도 했고 순순히 도장을 찍었다.

오르막길만 걷던 그에게 지난 시즌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타율이 0.333에서 0.267까지 수직 하락했다. 구단은 성적에 따라 그에게 3억 원에서 3000만 원 깎인 2억7000만 원을 제시했다.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쉽게 사인을 했던 만큼 초반엔 동결을 주장했다. 이후 삭감 여부에 대해서는 구단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제시액엔 동의할 수 없었다. 

삼성 또한 “그동안 연봉 협상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걸 인정한다”면서도 형평성을 근거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끝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연봉 협상으로 진통을 겪은 구자욱과 이학주를 맞는 허삼영 감독은 팀 분위기 수습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하지만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선수로서 이 소중한 기간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이미 팀은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상황이었다. 결국 오는 13일 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못을 박고 에이전트에 출국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 해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에서도 한 발 물러서며 양 측은 진통 끝에 극적 타결을 이뤘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할 수밖에 없었던 구자욱이다. 단순히 금액이 문제라기보다는 여지껏 헌신해 온 것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문제는 구자욱뿐 아니라 이학주 또한 협상 난항 속 스프링캠프 참가를 미루며 구단과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합류한 뒤에도 팀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 있다.

구자욱의 계약 소식에도 팬들은 그에게 보인 구단의 협상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과거 펑펑 돈을 쓰며 ‘돈성’이라고 불렸던 시절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향한 몇 천만 원의 투자도 아끼는 구단 운0영에 팬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구자욱이 과거 팀을 떠나간 수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전철을 밟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선수들의 기량 발전도 중요하지만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추스러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초보 감독 허삼영(48)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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