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배구는 프로 출범 이래 대전 삼성화재와 천안 현대캐피탈이 양분하는 천하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천 대한항공이 치고 올라왔고, 이제는 서울 우리카드도 '강호' 반열에 들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정규시즌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대한항공과 우리카드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맞붙었다.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5차전에서 대한항공이 우리카드에 세트스코어 3-1 역전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1~3세트 내내 듀스 접전을 벌였고, 잠시 양 팀 점수 차가 벌어지더라도 이내 따라붙어 역전하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학폭 사태가 터지면서 뒤숭숭했던 시즌이었다. 챔프전 만큼은 V리그 역사에 남을 명승부로 남자배구 묘미를 보여줬다.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에도 막판까지 우승을 두고 다퉜다. 코로나19 탓에 시즌이 조기 종료되는 바람에 5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했고, 우리카드가 승점 2 앞선 1위로 남았다. 대한항공으로서는 6라운드에 역전도 가능했고, 포스트시즌(PS)에서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짙었다.
직전 시즌 1, 2위가 개막전에서 만나는 전통대로 올 시즌 포문을 연 첫 경기도 양 팀 간 맞대결이었는데,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올 시즌 정규리그 전적은 3승 3패 동률이었다. 신흥 라이벌의 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앞서 정규리그에서 3번 우승하고도 통합우승은 없었다. 이번에 숙원을 풀었다. 만년 하위권이던 우리카드는 2018~2019시즌 신영철 감독을 선임한 뒤 창단 첫 '봄배구' 무대를 밟더니 지난 시즌 1위로 마감했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한때 2승 1패로 리드하며 우승을 목전에 뒀었다.
봄 배구 들어 장외 설전도 상당했다. 챔프전 3차전 도중 우리카드 주포 알렉스와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이례적으로 설전을 벌였다. 신영철 감독은 산틸리 감독을 여러차례 공개 비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리카드는 팀을 우승 가시권에 올린 신 감독과 재계약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박기원 전임 감독 대신 산틸리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변화를 예고했다. 올 시즌 나란히 리빌딩에 돌입, 하위권으로 마친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을 위협할 신흥 명문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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