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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지우고 희망을 노래하다 ‘러덜리스’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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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지우고 희망을 노래하다 ‘러덜리스’ [영화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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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러덜리스(Rudderless)는 ‘키 없는 배처럼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영화에선 과거를 숨긴 채 호수가 요트에서 지내는 왕년의 광고기획자 샘(빌리 크루덥)의 처지를 빗대 만든 밴드의 이름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음반 프로듀서와 록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의 재기 스토리인 ‘비긴 어게인’,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과 폭군 선생의 대결을 그린 ‘스플래쉬’의 뒤를 잇는 음악영화 ‘러덜리스’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려낸다.

 

우연히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모이는 마을 클럽에서 기타를 든 채 노래한 샘에게 매료된 뮤지션 지망생 쿠엔틴(안톤 옐친)의 제안으로 두 남자는 밴드를 결성한다. 2명으로 출발한 밴드는 어엿한 4인조 밴드로 구색을 맞춘 뒤 청자의 가슴을 움직이는 노래들로 명성을 떨쳐간다.

명배우 윌리엄 H 머시가 메가폰을 잡은 ‘러덜리스’는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세상과 벽을 쌓고 지내던 40대 남자와 세상 밖으로 나가길 주저하는 20대 청년이 음악으로 소통하며 희망을 찾아가는 스토리를 내세운다.

아들이 남긴 곡들을 연주하며 뒤늦게 아들을 이해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혼남 샘, 무능력한 싱글맘 슬하에서 불우하게 성장했으나 마침내 꿈과 용기를 품게 된 소심한 청년 쿠엔틴은 말보다 함께 연주하며 소통한다. 두 남자는 어느 새 아버지와 아들처럼 변해간다.

부성애를 잔잔하게 그려내며 공감의 폭을 넓혀가던 영화는 반전을 거치며 먹먹함을 더한다. 삶의 좌표를 잃은 채 방황하던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는 용기 그리고 용서와 구원을 노래함으로써 가슴을 흔든다.

 

샘을 연기한 걸작 음악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인기 록스타를 열연했던 빌리 크루덥의 정제된 연기술과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 안톤 옐친의 수줍은 듯 저돌적인 연기는 인상적이다. 조연과 단역으로 가세한 쟁쟁한 배우군단 펠리시티 호프만, 로렌스 피시번, 셀레나 고메즈, 윌리엄 H 머시는 호연으로 영화에 풍성함을 더한다.

가장 강력한 주인공은 역시나 음악이다. ‘Home’ ‘Real Friends’ ‘Stay With You’를 비롯해 샘의 무대 위 마지막 노래이자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Sing Along’과 같은 잔잔한 포크와 활력 넘치는 록 넘버들은 스토리, 상황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가사는 대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아내며 보석처럼 빛난다. 가슴 아린 음악영화의 탄생이다. 러닝타임 1시간45분. 12세 이상 관람가. 7월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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